728x90
반응형







친구야, 호텔식사한끼가 얼마짜리인 줄 아느냐?

이제 무더위가 가고 좋은 계절이 다가와서인지 결혼청첩장이 자꾸만 날아든다.
글쓴이는 청첩장을 받으면 제일 먼저 일자와 장소를 확인한다.

주말에 혼사가 있으면 내가 가야하는 산행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혼식 장소를 체크하는 버릇은 빈약한 나의 호주머니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5만원의 축의금을 전달한다.
그런데 일반 웨딩홀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특급호텔인 경우 골치가 아프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보통 1인당 8만원∼1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달랑 봉투에 5만원 넣어 가지고 가서 고급식사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

어떤 때는 그냥 호텔결혼식에 참석하여
혼주(婚主)에게 인사만 하고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나온 경우도 있었고,
또 때로는 참석하는 대신 우편으로 축의금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혼주에게 성의가 없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고,
다른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놓쳐 자꾸만 외톨이가 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최근에는 특급호텔에서 개최되는 친구의 결혼식에 5만원의 봉투를 들고 뻔뻔하게 참석하였다.

결혼식장이 특급호텔이냐 아니냐는 그쪽 사정이고,
나는 내 형편에 따라 축의금을 낸다고 나름대로 합리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어느 친구의 말을 듣고는 정말 기가 막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A씨는 특급호텔에서 개최된
친구 B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의금으로 3만원을 냈단다.

그런데 나중에 A씨는 친구인 B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혼사에 참석해 준데 대한 고마움을 전하려고 전화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B씨는 A씨에게 다음과 같이 묻더란다.

"친구야, 그 호텔 한끼 식사가 얼마짜리인 줄 아느냐?"

A씨는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고 하였다.
배신감을 느낀 A씨는 그 후부터 B씨를 친구명단에서 영원히 삭제했다는 후문이다.

이 소식을 나에게 전한 친구(C씨)는 A씨에게 B씨로부터 전화를 받고
왜 다음과 같이 대답하지 아니했냐며 A씨를 나무랐다고 한다.

"친구야, 밥값이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그 날 밥을 안 먹고 그냥 나갔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것은 신혼부부의 앞날과 혼주를 축하하기 위한 것일텐데,
언제부터인가 축의금 액수를 가지고 이토록 저울질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그릇된 우리의 결혼문화가 참으로 씁쓸하다.

개그콘서트에서 나이 어린 유상무에게 항상 당하는 김대희의 독백이 생각난다.
"이거 왠지 씁쓸하구먼!"  


                                                              [다음 메인에 게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