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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수첩을 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지난 일요일은 28주년 결혼기념일인데 이를 그냥 넘긴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큰아들 녀석이 항상 결혼기념일만 되면 용돈을 절약한 돈으로 축하케이크를 사 가지고 와서 조촐한 기념파티를 했는데, 금년에는 녀석이 독감에 걸렸고 또 신종 인플루엔자(플루) 검사를 받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보니 우리 가족 누구도 결혼기념일을 떠올리지 못했다.

사실 28주년 결혼선물로 나는 몇 개월 전 결혼 후 처음으로 명품가방을 아내에게 선물하였기에 별도의 기념품을 마련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부부가 이런 기념일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회상해보고 또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빈말이라도 립 서비스는 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아내의 반응을 살펴보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할멈, 어제가 결혼 기념일인데 그냥 지나갔네. 도망가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소."

그랬더니 즉각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가 도착하였다.
"영감, 큰아들이 아프다 보니 잊었네. 맛있는 것으로 입막음이 됨."

외식을 한번 시켜 달라는 메시지이다. 아내는 왜 집에서 음식 장만하는 것을 싫어하며, 밖에서 외식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밖에서 주로 활동하는 남편은 집에서 먹기를 좋아하는 데도 말이다.


(2)

저녁에 귀가하니 아내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어디 외출했다가 방금 들어왔는데 저녁준비를 하려다가 귀찮아서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칼국수를 먹으려 가자고 하였다. 나는 아들이 독감에서 완전히 회복한 후 좀 분위기 있는 곳에서 아늑하게 전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칼국수를 사 달라니 좀 이외였다.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들깨 이야기>라는 이름의 음식점은 수제비와 칼국수 전문점인데, 들깨를 넣어 국물 맛을 낸다. 평소 칼국수를 잘 먹지 않는 아내도 바지락 칼국수를 즐겨 먹는다. 아내는 해변가 대도시가 고향이어서 그런지 해물이 들어간 시원한 국물 맛을 특히 좋아한다.



아직도 독감으로 몸이 불편한 아들녀석을 집에 홀로 둔 채 3인 가족이 외출하여 한 그릇에 6천 원짜리 음식을 먹었다. 꼭 값이 비싼 진수성찬을 먹어야 기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식이 없고 털털한 아내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전 가족이 우아하게 외식을 하리라 다짐하며, 갑자기 몰려온 한파로 쌀쌀한 거리를 걷는다.

 
(3)

신종플루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가족은 아이의 신종플루 검사문제로 결혼기념일 마저 잊어버렸다. 그러니 수험생을 비롯한 모든 학생, 신종플루에 취약한 환자가족은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지금까지 서서히 진행되던 신종플루 감염환자가 하루 9천 여명에 육박해 사실상 대 유행기에 접어들었으며, 독감환자의 84%는 신종플루 감염자라고 한다. 방역당국은 겨울을 맞아 실내생활이 늘어나면 신종플루 발생이 더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날씨가 춥더라도 주기적으로 실내 공기를 환기하고 충분한 수면과 수분섭취, 균형 식단을 통한 건강생활, 마스크 착용 등을 권고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생업에 열심히 종사할 수 있도록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관련글 모음] 독감 걸린 아들의 신종플루 검사결과 
                                                                           ☞ 결혼 28년 만에 아내에게 선물한 명품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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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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