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북한산에는 수많은 봉우리가 있는데 그 봉우리의 이름이 고승(高僧)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얼핏 생각나는 산봉이 비봉능선의 문수봉 및 승가봉, 의상능선의 의상봉, 원효능선의 원효봉 등입니다.
원효능선은 북한산성계곡의 북쪽에서 염초봉 능선과 연결되어 정상인 백운대로 뻗은 능선이며, 이 원효능선의 최고봉은 바로 원효봉(505m)입니다.
원효봉의 8부능선 쯤에 원효암이라는 암자가 있습니다. 가파른 암벽 아래 터를 잡은 꼭 장난감 같은 암자입니다. 보기에도 초라한 이 암자는 그 이름에서 보듯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수도증진하기 위해 세운 암자입니다. 조선 숙종 승대장(僧大將) 성능(性能)에 의해 중창 보수되었다가 6.25전쟁 때 부분 소실된 것을 1955년 복원한 관음기도도량입니다.
처마 밑에 달린 원효암 현판 아래의 문을 들어서면 대웅보전입니다. 안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잔잔히 들려옵니다. 장독대를 지나면 큼직한 굴뚝이 있습니다.
좁은 통로를 바라보면 석등과 사천왕상이 보입니다. 바위틈의 약수터는 원효가 지팡이로 바위에 구멍을 뚫었다는 곳에서 흘러내립니다.
석등 옆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큰 부처님 두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최근에 조상한 듯한 석물조각품이 많아 오래된 암자의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지 아니합니다.
그 바깥쪽에 산신각이 있는데 문을 열어보니 호랑이 한 마리가 산신을 지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년이 호랑이해라서 그런지 매우 친근감이 듭니다.
이 원효암은 마주 보이는 의상봉 아래의 국녕사(의상대사가 수도한 곳)와 함께 원효와 의상 두 대사가 수도정진한 매우 유서 깊은 암자입니다.
원효암 뒤로 조금만 오르면 전망 좋은 원효봉입니다. 북한산에 오르기 위해 항상 산성계곡으로 들어가는 대신 시구문 방향의 원효봉을 오르며 그 길목의 원효암도 답사한다면 매우 뜻깊은 산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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