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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배우 감갑수(53)의 연기를 처음 본 것은 KBS 드라마 <무인시대>(2003)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는 최충헌 역으로 고려시대 정중부와 최충헌으로 이어지는 무인시대에서 선이 굵은 최충헌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기억합니다.

2010년에 들어와서도 그는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끝난 <추노>에서는 당파의 소용돌이에서 대신들에게 휘둘리는 무능한 인조 역을 맡았고, <거상 김만덕>에서는 강계만 역으로 출연했습니다(다만 거상 김만덕은 보지 않아서 그가 어떤 연기를 펼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중원>과 <신데렐라 언니>에서 그는 연이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역관이자 의병조직장인 유희서의 죽음

SBS 월화드라마 <제중원>에서 김갑수는 역관 유희서 역을 맞아 차분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역관은 조정의 통역관을 말합니다. 역관이면서도 그는 청나라로부터 제중원의 의약품조달에 많은 기여를 합니다. 그는 백정출신으로 제중원에 들어와 의사가 되는 황정(박용우 분)을 여러 가지로 보살펴줍니다. 나중에 황정이 고종으로부터 면천되고 유능한 의사가 되자 하나뿐인 딸 유석란(한혜진 분)과의 혼인을 허락합니다.

때는 조선의 말기, 일제는 한성병원을 거점으로 조선에 대한 지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후 끝내 고종의 정비인 명성황후를 시해합니다. 그리고 1905년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통감부를 두어 사실상 조선을 지배합니다. 나라를 빼앗긴데 격분한 백성들은 전국적으로 의병을 조직하였는데, 유희서는 한성의 의병조직장으로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재산을 처분해 무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지요.

의병들의 첫 번째 거사는 을사오적의 한 명인 군부대신 이근택을 암살하는 일입니다. 만주에서 활동하던 저격수인 황포교를 동원해 거사를 치렀지만 총상만 입힌 채 실패합니다. 그런데 총상을 입은 이근택을 수술해 목숨을 살린 사람이 공교롭게도 한성병원의사 백도양(연정훈 분)입니다. 선비출신 백도양은 황정과 함께 제중원 의생이었지만 언제나 황정에게 밀려 2인자로 행세하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최고의 의사가 되어 한성병원 외과과장을 맡고 있었지요. 백도양이 응급환자를 수술하고 보니 나중에 그가 이근택임을 알았습니다.

죽음을 면한 이근택은 자기의 목숨을 노린 황포교와 그 몸통인 유희서의 사진을 일본공사에게 건네줘 유희서는 일본군에 체포됩니다. 그는 모진 고문을 당하며 전기충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와따나베(한성병원장/강남길 분)의 생체실험대상이 되었으며, 결국은 총살당하고 맙니다. 이게 바로 지난 34회(화요일인 4월 27일)의 일입니다.

그는 중인인 역관에서 생의 마지막을 조국을 위해 바친 훌륭한 인물로 묘사되었고, 고비마다 그가 보여준 차분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 대성참도가 사장 구대성의 죽음

KBS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시청률이 20%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성장환경이 판이하게 달랐던 두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한 남자를 두고 겪는 사랑과 시련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신데렐라인 구효선(서우 분)과 그의 배다른 언니 송은조(문근영 분) 및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홍기훈(천정명 분)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물은 효선의 친아버지이며 은조의 계부인 대성참도가 구대성(김갑수 분) 사장입니다.

그런데 대성참도가 구성원들은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효선은 착하고 여리기만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아버지에게 기대고 어리광을 부립니다. 아버지가 계모인 송은숙(이미숙 분)과 의붓언니 송은조를 받아들였을 때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이 두 명이나 늘어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이게 환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구효선 역의 서우

송은숙은 그 마음속에 수 십 마리의 여우가 들어있는 구미호 같은 여자입니다. 처음 구대성의 집으로 와서 대궐 같은 집과 사람 좋아 보이는 대성을 만났을 때 그녀는 현모양처로 대성에게 다가섭니다. 대성은 효선의 어미가 죽은 후 절대로 재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은숙의 꼬리침 한 방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버젓이 대성 참도가의 안주인이 된 것입니다. 그녀의 목표는 오직 하나-돈을 뜯어내는 것뿐입니다.

                                                 구대성과 송은숙의 즐거운 한때

은숙의 딸인 은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의 삶에 지쳐 제발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은조는 대성도가에서 생활하면서도 효선에게 냉정하기만 합니다. 이런 와중에 그녀의 마음을 열어준 사람은 바로 구대성입니다. 그녀는 결국 대성도가에 없어서는 안될 일꾼으로 거듭납니다.

                                                        은조 역의 문근영

효선의 외삼촌인 양해진(강성진 분)은 장래를 위해 돈을 벌기로 작심하고 대성참도가 상표가 붙은 가짜막걸리를 만들어 유통시키다가 변질된 제품으로 인해 도가는 망하기 일보직전입니다. 구대성이 사망하는 데 이 사건도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모든 갈등의 중심에 선 인물이 홍기훈입니다. 그는 대성도가와 라이벌인 홍주가의 둘째 아들입니다. 그가 대성도가에 들어온 목적은 홍주가의 스파이로서 정보를 빼내기 위한 것입니다. 아버지 홍회장(최일화 분)과 형 기정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기훈을 이용하려 합니다. 이들을 대성도가를 고사시켜 헐값에 인수하려합니다. 기훈은 우선 가짜막걸리 판매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대성도가를 구하는 게 목적입니다. 그는 은조와 의기투합해 무리하게 빚을 동원하여 생산시설을 늘린 후 일본의 대량주문을 받아들여 선적까지 완료했습니다.

                                                  홍기훈 역의 천정명 

그런데 짐을 실은 배가 일본항에서 하역을 못하고 발이 묶였다고 합니다. 짐을 인수할 화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랍니다. 아버지로부터 이 모든 일을 기정 형이 가짜서류를 꾸민 것을 안 기훈은 형에게 항의하고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습니다. 뒤에서 전화대화를 들은 구 사장은 홍주가의 짓임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사람은 구대성 사장입니다. 기정은 기훈이가 전화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고 맙니다. 홍주가가 대성도가를 집어삼키려는 음모를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충격을 받은 구대성은 쓰러져 숨을 거둡니다. 이게 바로 지난 9회(수요일인 4월 28일)의 일입니다.


대성의 죽음에 대해 가장 자책하는 사람은 은조입니다. 그녀는 자신과 어머니가 8년 전 이 집에 들어오지만 않았더라도, 아니 최근 일본수출만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대성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부짖습니다. 효선도 은조때문에 아버지가 죽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성의 죽음을 잘 아는 기훈은 말이 없습니다. 은숙은 효선의 외삼촌이 가짜막걸리 사건을 일으켜 남편이 죽었다고 믿는 등 모두들 생각이 다릅니다.

구대성은 참도가의 기둥이었습니다. 효선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였고, 은숙에게는 믿을 만한 봉이었으며, 은조에게는 닫힌 마음을 열게 해준 스승이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 효선은 집안의 신데렐라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고, 은숙은 마귀의 칼을 빼들고 안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은조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효선이 스스로 자립하도록 자존심에 상처를 입힙니다. 은조가 스스로 빚은 술잔을 대성에게 올리며 "아빠!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라고 오열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최고의 명연기였습니다.



구대성은 도가 직원들에게 일을 함에 있어서는 추상같았지만 언제나 덕으로 다스렸고, 은숙의 꼬리침에 소년처럼 좋아했으며, 어렸을 적 어미를 잃은 효선에게 다정다감했습니다. 앞으로 드라마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한편, 그가 죽은 후 큰 변화 중의 하나는 홍기훈의 변심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홍주가의 스파이에서 앞으로는 은조와 함께 대성도가를 살리는 수호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정우(택연 분)가 무슨 역할을 할지는 아직도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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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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