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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185cm) 체중이 듬직한(98kg) 배우 조진웅(34). 글쓴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KBS 주말드라마 <열혈장사꾼>에서 어리버리한 차팔이(자동차 세일즈맨)로 출연했을 때입니다. 여자 애인으로부터 뚱땡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녀에게 홀딱 반한 연기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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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는 KBS 수목드라마 <추노>에서 송태하(오지호 분)의 부하인 곽한섬으로 등장하여 중후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상사인 태하를 배신 한 것으로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태하의 지시에 따라 일부러 상사를 배신한 것이었지요.
한섬은 제주에 유배중인 원손 석견(소현세자의 아들)을 지키는 관군이었는데, 석견을 돌보는 궁녀(사현진 분)에게 늘 치근댑니다. 한섬은 겉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그녀에게 수작을 걸었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이는 사랑으로 변해 갑니다. 나중에 송태하를 추적하는 황철웅(이종혁 분)이 제주에 온다는 말을 듣고는 관군들을 제압하고 석견을 안고 도망을 칩니다. 이 와중에서 궁녀는 한섬의 정체를 알게되고, 한섬의 사랑고백에 "그리 몸이 둔해서야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느냐"고 웃음으로 응수합니다. 한섬은 궁녀에게 "내 비록 가진 게 없어 번듯하게는 못살겠지만 반듯하게는 살 것"이라는 대사를 날려 일약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는 후 뒤쫓아온 철웅이 던진 대창에 의해 궁녀가 사망하자 석견을 살리기 위해 궁녀의 시신을 그대로 두고 현장을 벗어나 또 한번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는 결국 같은 뜻을 품었던 조선비의 배신으로 황철웅에게 죽음을 당하여 큰 뜻을 펼치지는 못하였지만 그가 맡은 역할은 사내 대장부답게 매우 의연했습니다.
(3)
그런 그가 MBC 주말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신불사)에서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그는 용비그룹 장용(정한용 분) 회장의 아들인 장호 역을 맡았는데요. 그는 여자와 술과 도박을 좋아하며 주먹을 잘 휘두르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드라마 초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하들을 개처럼 두들겨 패는 장면은 정말 잔인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장용은 최강타(마이클 킹, 피터팬/송일국 분)의 아버지를 살해한 4명의 악당에 포함된 인물입니다. 강타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마이클 킹이라는 사업가로 위장하여 용비그룹에 접근했어요. 이 과정에서 장호가 강타의 수족이 되어 도와주는 비비안 캐슬(한고은 분)을 만난 것이 그만 장호로서는 운명적인 사랑의 노예가 되고 만 것입니다. 장호는 비비안이 자기 아버지 복수를 하려는 강타를 도와주기 위해 접근한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그녀의 표정과 눈빛에 허우적거리며 헤어날 줄을 모릅니다. 장호의 여동생 장미(유인영 분)가 강타를 만나 첫눈에 반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비비안은 나중에 강타가 자기 대신 진보배 기자(한채영 분)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배신하여 두 차례나 강타를 죽음의 위험에 빠뜨립니다. 그렇지만 강타는 비비안을 죽이는 대신 자기 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라고 경고합니다. 심사숙고한 끝에 비비안은 하와이행 비행기표를 예약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장호로서는 청천벽력입니다. 그는 비비안에게 황망히 달려와 숨을 헐떡입니다.
"비비안? 이게 사실입니까? 잠깐, 그럼 내 프로포즈는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떼쓴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장 사장님!"
"비비안, 떼쓰는 게 아니라 진심입니다! 비비안이 떠날 까봐 내 하루하루 마음 조이며 살았는데… "
그러면서 무릎을 꿇고는 비비안의 손을 잡으며 울먹이면서 애원합니다.
"나, 당신 없이는 못살아요! 당신이 떠난다는 소릴 듣고 이 가슴이 뻥 뚫렸어요! 이제 그만 좀 날 좀, 만약에 가려면 절 죽이고 가세요, 예? 나 잘할게요! 제발!"
이 고백을 들은 비비안의 심리가 어떨까요? 자기가 사랑했던 강타로부터는 단지 그의 복수를 돕는 여인에 불과하였는데, 일시적으로 놀렸던 사내로부터 이런 사랑의 고백을 들었으니 말입니다. 장호는 어떻게든 비비안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자기가 아는 정보를 비비안에게 일러바칩니다. 서미수(추자연 분) 형사가 마이클의 여동생이라고 알려줍니다. 비비안이 크게 놀라는 눈치였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군요.
조진웅은 큰 덩치로 인해 이런 약간은 무식하고 어리버리하며 여자에게 당하는 역할에 매우 적합한 배우입니다. 당황해하는 그의 표정연기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입니다. 비비안이 장호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키스를 할 듯 하다가 그의 애간장만 태운 채 후일을 기약하자며 물러서던 순간, 한 마리의 착한 양으로 변신하여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장호가 한편으로는 매우 가여웠습니다. 앞으로 그가 비비안과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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