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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는 마술과 같은 존재입니다. 보지 않으면 그만인데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드라마도 일단 한번 보기 시작하면 자꾸만 다음 방송이 기다려질 정도로 빨려 듭니다. 드라마는 스토리의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야 하지만 때론 촌철살인의 명 대사로 시청자를 사로잡기도 합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글쓴이가 시청한 몇 편의 드라마 중에서 코미디보다도 더 재미있는 명대사와 명장면을 간추려 보겠습니다.




▲ <바람불어 좋은 날> "버스와 지하철, 다 이걸로 들어갔어요!"

KBS 일일연속극 <바람불어 좋은 날>의 주인공 권오복(김소은 분)이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를 망가뜨린 웰빙유업의 장대한(진이한 분) 팀장을 만나러 와서는 그가 자리에 없다고 하자 사무실로 직접 올라가려고 합니다. 수위의 출입증 제시요구에 오복은 교통카드를 꺼내줍니다.

수위가 교통카드 말고 출입증을 보자고 하자 오복은 버스와 지하철에도 모두 이걸로 들어갔다며 물러서지 않습니다. 대화를 한번 볼까요?


"어디 가십니까?"
"제품개발팀요!"

"출입증 있습니까?"
"네, 여기요!"
오복은 자신 있게 교통카드를 제시합니다.

"교통카드 말고 출입증요!"
"버스, 지하철, 다 이걸로 들어갔어요!"

                                                      권오복 역의 김소은

허기사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버스와 지하철에도 교통카드를 내고 들어갔는데, 민간기업의 사무실에 출입하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출입증은 없겠지요!(권오복 생각)

☞ 오복은 캐릭터 공모전 대상수상으로 계약직 사원이 되었고, 그 후 구슬아이스크림 용기디자인으로 성공적인 매출에 기여해 정식사원이 되었습니다.      

 


▲ <바람불어 좋은 날> "옥황상제도 못 구하는 사윗감"

웰빙유업 장대한 팀장의 여동생 장만세는 웰빙유업 후계자인 강상준을 죽도록 사랑합니다. 그런데 만세는 상준의 어머니 차연실(나연희 분)을 피부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나 입씨름을 하게 되었고 나중에 상준과 함께 그의 별장으로 갔다가 불쑥 방문한 차연실에게 들켜 쫓겨났습니다.

만세는 상준 아버지를 만나고 귀가합니다. 상준이 아버지에게 만세가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나갈 때는 팔팔하던 그녀가 시무룩하게 귀가하자 가족들도 무척 궁금해합니다. 만세의 할머니 나끝순(나문희 분)과 어머니 윤선희(윤리마 분)는 만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윤선희 역의 윤미라

윤선희는 아무리 저쪽 부모가 좋아해도 자기마음에 안차면 결혼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합니다. "시부모 착하고, 애들 살 아파트 30평 이상 준비해야 하고, 애들 오라 가라 귀찮게 안 해야 하고, 신랑감은 건강하고 직장 든든하고 마음 넓고 인물은 중상(中上)에 둘째 아들, 학벌은 서울 명문대 졸업, 연봉은 5천만원 정도는 되야죠!"  

이 말은 들은 시어머니는 야간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어제 옥황상제가 전화를 했는데 자기도 그런 사윗감을 못 구해 하나뿐인 외동딸이 폭삭 늙어 있다더라!"

                                                       나끝순 역의 나문희

☞ 상준과 만세는 결혼식을 올렸지만  만세는 결국 시어머니로부터 쫓겨난 생태입니다. 
 

 

▲ <추노> "어려운 일이 있으면 네가 알아서 해!"

종영된 KBS 수목드라마 <추노>, 월악산 산채를 떠난 짝귀와 석견을 안은 언년이가 길을 가다가 송태하 및 이대길과 조우합니다. 태하가 언년이의 머리를 만지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순간 짝귀를 발견한 대길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대길과 짝귀는 서로 포옹하는 척하다가 재빠른 동작으로 주먹을 서로 교환합니다. 인사법치고는 참으로 독특합니다. 서로 입씨름을 주고받던 태하가 언년이와 함께 안성천으로 떠나자 짝귀는 대길에게 말합니다.  

"대길아, 언니랑 산적 질이나 하면서 한평생 함께 가자고, 세상이랑 부딪혀 살다간 제삿날만 빨라져!"
"얼마 전 꿈에 말이야! 먼저 간 내 위의 형님이 웃고 있더구먼, 그런데 왜 웃고 있는 걸까!"
"세상도 잊고, 언년이도 잊고 따라와! 이래 뵈도 우리가 팔자 중에 상팔자로 치는 싸리 밭의 개 팔자야!"

                                                   이대길 역의 장혁

대길은 껄껄 웃으며 대답합니다.
"세상 무서워서 도망치는 팔자가 말은 참 공자님 말씀이야! 그렇게 되면 얼마나 살 것 같애? 쪽박 쓰고 벼락 피하는 거야!"
"세상이 무서워서 피하는 줄 알아? 더러워서 그래! 더럽고 치사해서 우리끼리 사는 거지!"

"이렇든 저렇든 어쨋든 간에 내 갈 길은 내 가야지!"
"그래!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니가 알아서 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꼭 따로 연락하고!"

                                                    월악산 짝귀 역의 안길강

"어이, 짝귀언니! 만수무강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어이?"
그러고는 대길은 주먹을 날려 짝귀의 가슴에서 멈추고는 총총히 사라집니다. 짝귀의 독백이 이어집니다.
("미친놈, 세상이 만만하면 내가 숨어살자고 하겠나!")

 ☞ 대길은 태하를 좇아갔고 안성천에서 다시 만나 철웅과 겨루다가 칼을 맞고 쓰러졌는데, 대길 오라버니를 찾아온 설화의 무릎에서 결국 숨을 거둡니다.    


       

▲ <부자의 탄생>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이순신처럼?"

KBS 월화드라마 <부자의 탄생>은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증표인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최석봉(지현우 분)이 재벌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 벌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부호그룹 수장인 부귀호의 딸인 부태희(이시영 분)는 석봉이 가진 목걸이와 동일한 문양의 귀걸이가 집에 있음을 알고는 아버지가 외도를 하여 석봉을 낳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추운석을 차지하기 위해 진안의 온천장까지 내려와 석봉을 만납니다. 
 

                                                   부태희 역의 이시영 

태희는 석봉에게 이신미(이보영 분)와 계속 사귀기를 종용하는데요. 기가 막힌 석봉이 반문합니다.
"나더러 이신미 본부장과 연애를 하란 말인가요? 추운석 이사(남궁민 분)를 떼어 내기 위해서요?"
"그렇지, 보기보다는 말귀를 잘 알아듣는 단 말이야!"

"제가 뭐가 제일 궁금한지 아세요?"
"뭔데?"

"부태희 씨 머리 속요!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해요! 내가 지금 그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내려왔나요?"
"안 들으면 우리 아빠한테 평생 인정 못 받고 그렇게 살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이순신처럼?"

"그건 홍길동이에요!"
"홍길동은 무슨? 걘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잖아?"

                                                최석봉 역의 지현우

참으로 유치한 개그입니다. 왜냐하면 이 정도는 초등학교만 나와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하무인격의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 부태희가 하는 말이라 무식한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태희는 석봉을 계속 회유합니다.  
"우리 아빠는 내 말이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는 줄 알지? 그러니까 내 말 들어! 내 말 들으면 우리아빠가 어떻게든 너를 아들로 인정하게 해줄게!   

☞ 나중에 부귀호 수장은 태희가 보는 앞에서 석봉과 나란히 얼굴을 대고 어디 닮은 곳이 있는지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목걸이와 귀걸이세트는 자신이 훔친 것이라고 실토하여 실소를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결국 석봉은 부귀호 회장과는 남남인 것입니다. 




▲ <동이> "날아가는 새똥도 입안에 떨어져!"   

MBC 월화드라마 <동이>는 미천한 무수리 신분에서 숙종의 성은을 입은 후궁이 되어 훗날 영조의 어머니가 되는 숙비 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4회에서 큰 도력(道力)을 가진 김환(정인기 분)이 도성 앞 씨름판에서 평소 "꿈뜨고 무능하고 한심한"(서용기 종사관의 평가) 포졸이 자꾸만 덩치가 큰 홍 띠에 돈을 거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청 띠에 돈을 걸도록 수 차례 권유했지만 이 포졸은 끝내 홍 띠를 고집합니다. 생긴 게 하도 딱해 그런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포졸] 나는 어제 밤 벌건 빛이 도는 돼지꿈을 꾸어 홍에다가~
[김환] 그건 자네가 돈을 다 날리고 마누라 손에 핏덩이 되는 꿈이라고!

이렇게 말해도 고집을 피우더니 씨름결과는 청 띠의 승리로 포졸은 돈 3냥을 모두 잃고 맙니다. 그 대신 김환은 돈을 벌었습니다.

김환은 제자에게 말합니다.
"어떠냐?"
"저런 관상으로 살아 있는 게 용합니다."
"잘 봐둬라, 저렇게 박복한 관상 보기도 힘들다. 날아가는 새똥도 입안에 떨어지고,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을 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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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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