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 수마노탑
불가에서 적멸보궁이란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를 모셔놓는 건물을 말합니다. 따라서 적멸보궁에는 일반사찰에서 볼 수 있는 부처님 불상이 없습니다. 신라의 자장율사는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가져와 다섯 곳의 사찰에 봉안했는데, 이를 5대 적멸보궁이라고 합니다. 설악산 봉정암(인제), 오대산 상원사(평창), 태백산 정암사(정선), 사자산 법흥사(영월), 영축산 통도사(양산)가 바로 그렇습니다.
부처님 생전에는 별도의 법당도 경전도 필요 없었습니다. 부처님이 머물고 설법을 하면 그곳이 곧 법당이고 경전일 테니까요. 따라서 부처님의 진신사리야말로 최고의 신앙대상입니다. 오는 21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글쓴이가 등산을 다니며 답사한 5대 적멸보궁을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1) 설악산 봉정암(인제)
국립공원 설악산에서 외설악을 대표하는 사찰이 소공원의 신흥사라면 내설악을 대표하는 사찰은 용대리의 백담사입니다. 백담사는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 같은 부속암자(말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봉정암은 해발 1,244m에 위치한 천년고찰입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소재 봉정암은 신라 선덕여왕 13년(644) 자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구해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려고 시창(始創)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 후 원효대사, 고려 때 보조국사, 조선 때는 환적스님과 설정스님이 쓰러진 암자를 다시 세웠다고 전합니다.
적멸보궁에 불상이 없는 대신 조망이 좋은 암봉 위에 5층 석탑을 세우고 그기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습니다. 범종각과 적멸보궁, 산령각을 지나 사리탑으로 오르는 길의 거대한 암벽에 석가사리탑(釋迦舍利塔)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봉정암 5층석탑
이곳은 바로 악명 높은 용아장성릉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안전을 위해 현재 출입이 전면 통제되어 있지만 산꾼들 사이에서는 용아장성릉의 답사는 무용담으로 통합니다. 이곳에 서면 현란한 암릉이 춤추는 용아장성릉의 아찔한 모습과 가야동계곡 건너 공룡능선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용아장성릉
☞ 여행정보 :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백담사행 셔틀버스를 이용합니다.
백담사에서 가야동계곡이니 수렴동 계곡을 따라 들어갑니다.
(2) 오대산 상원사(평창)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소재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 중 최고봉인 비로봉(1,563m) 아래 자리잡은 상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의 말사로, 신라 성덕왕 23년(724) 통도사(通度寺) 등을 창건한 자장(慈藏)이 지은 천년고찰입니다. 지금은 종각(鐘閣)만 남고 현재의 건물은 8·15광복 후에 재건한 것입니다.
주차장 입구에는 오대산 상원사를 알리는 대형표석에 "적멸보궁"과 "문수성지"라고 적혀 있어 이 사찰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넓은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 높은 축대를 오르면 상원사(上院寺) 현판이 붙은 전각이 보입니다. 흘려 쓴 현판의 글씨체가 꼭 하늘로 날아갈 듯 합니다. 상원사 현판의 반대편에는 만화루(萬化樓)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기역자 형태의 문수전이 있습니다. 문수전은 문수보살상을 모시고 있는 상원사의 중심건물로 탄허스님이 오대산의 본래 이름을 따서 청량선원이라고 했습니다.
상원사와 문수전
오대산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유적은 동종(국보 36호)입니다. 이 종은 현존하는 한국의 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종으로 신라 성덕왕 24년(725) 주조된 것을 조선 예종 원년(1469)에 상원사로 옮긴 한국의 대표적인 종입니다.
상원사를 지나 위로 올라가면 사자암 중대가 있습니다. 비탈진 경사면에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층층으로 누각을 지은 것이 매우 특이합니다. 맨 위촉에는 비로전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상원사 비로전
비로전 오른쪽으로 잘 조성된 계단을 오르면 적멸보궁(寂滅寶宮)입니다. 이곳에는 자장이 중국에서 모셔 온 부처님 사리가 있다고 하여 그 내부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있으나 사리탑조차도 없이 보궁 뒤에 석탑을 조각한 마애불탑만이 있어서 어디에 사리를 모셨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상원사 적멸보궁
☞ 여행정보 : 영동고속국도 진부IC를 나와 6번국도를 타고 오대산방면으로 가다가
월정사를 지나 도로 끝까지 갑니다.
(3) 태백산 정암사(정선)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소재 정암사(淨岩寺)는 신라 선덕여왕 7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암사 입구에는 "태백산 적멸보궁 정암사"를 알리는 큰 표석이 서 있으며, 일주문에도 "태백산 정암사"라고 씌어진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정암사가 위치한 산줄기는 백두대간에 속하는 함백산(1,573m)이지만 태백산 정암사라는 형판이 이채롭습니다.
태백산 정암사 일주문
경내로 들어가 우측의 교량을 건너 자장스님의 일화가 깃든 나무를 지나면 적멸궁입니다. 이 적멸궁은 지은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영조 47년(1771)에 고쳐 지은 것으로 미루어 18세기 초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이 후에도 여러 차례 보수하였습니다.
적멸궁 안에는 불상대신 신중탱화 2점과 소형의 동종 1점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적멸궁에는 당연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곳에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바로 뒷산에 위치한 수마노탑에 안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적멸궁은 수마노탑의 진신사리를 지키기 위해 세운 것입니다.
정암사 적멸궁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은 뒷산(천의봉)의 중턱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정암사의 상징으로서, 전국의 불제자들이 모여드는 순례지가 된 곳입니다.
정암사 수마노탑
☞ 여행정보 : 영월에서 정선과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정선군 사북과 고한을 지나
414번 지방도로를 타고 우측으로 들어갑니다.
(4) 사자산 법흥사(영월)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소재 법흥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입니다. 실제로 절은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구봉대산의 계곡아래 위치해 있지만 적멸보궁은 사자산 연화봉 아래 있어 사자산 법흥사라고 부릅니다.
사자산 법흥사 일주문
일주문을 지나 약 10여분간 걸어가면 법흥사입니다. 넓은 광장에는 2층 누각이 있는데 아래층은 금강문이고, 이층은 법고가 있는 원음루(圓音樓)입니다. 그 왼쪽 광장에는 범종각과 현판이 없는 건축물이 한 채 있는데, 한 눈에 보아도 매우 역사가 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흥사
적멸보궁은 만다라전에서 우측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있습니다. 적멸보궁 뒤로는 자장이 도를 닦았다는 석굴입니다.
사자산 적멸보궁(자료 : 인터넷)
☞ 여행정보 : 중앙고속국도 신림 나들목을 나와 88번 지방도를 타고 동쪽의 주천으로 가서
법흥천으로 이어진 길을 달리면 일주문이 보이는 대촌마을입니다.
(5) 영축산 통도사(양산)
경남 양산시 하북면 소재 통도사는 신라 선덕왕 15년(646년)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는데, 자장율사가 귀국할 때 가지고 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통도사의 금강계단에 모셔 불보사찰이 되었습니다.
영축산 통도사 일주문
일주문을 통과한 후 천왕문을 지나면 부처의 세계로 들어섭니다. 광장 한 가운데에 삼층석탑이 보이고 그 주변에 범종각, 영산전, 약사전 등 여러 전각들이 운집해 있습니다.
불이문(不二門)을 지납니다. 불이문은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유래합니다. 이 문을 본당에 들어서는 곳에 세운 것은 이곳을 통과해야만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불이(不二)의 뜻을 알게 되면 해탈할 수 있으므로 "해탈문"이라고도 합니다.
통도사 금강계단
5층석탑이 서 있는 광장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들이 있습니다. 그 안쪽 본당인 대웅전(금강계단, 국보 제290호) 뒤로 돌아 들어가면 부처님의 사리탑을 모신 금강계단과 적멸보궁입니다.
통도사 사리탑
☞ 여행정보 : 경부고속국도 통도사 IC를 빠져 나와 이정표를 따릅니다. 부산 동래에서 통도사행 버스를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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