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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퀸즈그룹에 입사한 봉준수(정준호 분)는 한눈에 반한 도도한 여자 황태희(김남주 분)를 아내로 얻었지만 그 대가는 엄청났습니다. 아내인 황태희 팀장이 결혼하자마자 같은 골드미스로 동병상련의 정을 느껴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었던 한송이(하유미 분) 상무에게 찍혀 하루아침에 후배인 백여진(채정안 분)에게 팀장자리를 빼앗기고 과장으로 강등 당합니다. 이에 황태희는 결국 과감하게 사표를 내던졌지만 5년 동안 한송이의 방해공작으로 재취업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맙니다.

봉준수도 하필이면 옛 애인인 백여진이 팀장이 되는 바람에 인사고과에서 꼴찌를 하여 같은 신입사원인 강동원(안어벙 분)이 과장대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평사원 신세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칩니다. 회사 내에 구조조정본부가 설치되고 각 팀장에게 퇴출대상자 명단을 작성토록 하달됩니다.

봉준수의 상사인 오대수(김용희 분) 과장은 이럴 때일수록 줄을 잘 서야 한다며 영업부장 목영철(김창완 분)에게 접근하여 갖은 아양을 떱니다. 봉준수는 보통커피 대신 고급커피를 대접하고, 식당에서 식권도 그냥 줍니다. 목영철은 인사당당 임원이 자신의 입사동기라며 자기를 매우 어려워한다고 뻥을 친 것입니다.

구조본에서는 1차로 퇴출대상이 된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실시합니다. 말이 좋아 면담이지 실제로는 사직권유입니다. 드디어 봉준수도 구조본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군대졸병으로서 조금 전 화장실에서 만났던 구용식(박시후 분)이 본부장자리에 떡 앉아 있습니다. 바야흐로 인생역전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군대고참이었던 봉준수는 이병인 구용식을 개처럼 갈구었기 때문입니다.


구조본 직원은 15% 감원을 추진하는데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기본급 3개월 분의 퇴직금과 그 기간동안 유급휴가 보상, 재취업 비용도 지원해 준답니다. 1차 면담이 끝난 후 봉준수는 왜 하필 자기가 선정되었느냐고 따집니다. 담당자는 5년 동안 인사고과가 최하점이었답니다. 이에 그는 인사의 줄을 찾아다니지 않고 애사심 하나만으로 열심히 일한 직원을 막 자르면 되느냐고 되묻습니다. 그러자 구용식이 입을 엽니다. "이틀전 술자리에서 이놈의 회사 더러워서 못 다니겠다. 파벌만이 득세하는 더러운 회사라고 했었다는데요." 그리고 "당장 옮길 때만 있으면 즉시 옮기는데, 내가 옮기고 나면 이 회사 쫄딱 망해 버리라"고 했답니다.


봉준수가 술버릇이 나빠 그러지 본심은 아니었다고 변명해 보지만 구용식은 상습적으로 회사를 험담했다고 진술한 사람이 있답니다. 밖으로 나오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바로 선배인 목영철 부장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마침 목 부장이 저기 갑니다. 봉준수가 부르자 다급해진 목 부장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숨습니다.

봉준수가 문 앞에서 소리지르자 드디어 문을 열고 나오는 목영철 부장. 봉준수는 도대체 선배가 맞느냐고 항의합니다. 선배라면 후배의 잘못을 덮어주고 감싸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이에 목 부장도 작심한 듯 말합니다.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살아야 하니. 넌 젊으니 무엇인들 못해? 어디 가서 재취업을 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젊은 네가 낫지 내가 낫냐? 난 애가 둘인데다가 마누라는 캐나다 가 있어! 월 350만원씩 송금해주고 30만 원짜리 원룸에서 산다고! 그리고 26년 동안 내 인생, 내 청춘 다 바치고 겨우 부장 된 거야! 난 쫓겨나면 갈 데가 없어! 미안하다! 미안해! 나도 살려고 그런다, 살려고!"


아무리 자기의 처지가 어렵더라도 자신이 살기 위해 후배가 술자리에서 한 말을 구조본 본부장에게 고해 바치는 목영철 부장의 행위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그의 표정과 행동이 이 캐릭터에 잘 어울리네요. 이래저래 이 드라마는 산업 현장에서 구조조정을 앞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생생하게 간접체험 할 수 있는 산 교육입니다. 이처럼 후배를 고자질한 목 부장도 2차 면담대상자 명단에 올라 구조본에 끌려가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입니다.    

가수 김창완은 산울림 멤버로 주옥같은 노래를 부른 인기스타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1996년부터 영화 및 드라마에 다수 출연하여 이제는 직업이 <가수 겸 배우>가 되었더군요. 그의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목 부장의 경우처럼 약간은 어눌하면서도 잔꾀를 부려 뒤통수를 치는 역할에는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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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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