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문자메시지로 알게된 결혼기념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신호가 울립니다. 열어보니 거래하는 한 금융회사로부터 온 것인데 이를 보고는 까무라칠 뻔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xxx고객님의 결혼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휴대폰 날짜를 확인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29년째 결혼기념일입니다. 아니, 이럴 수가! 결혼기념일을 잊어 먹다니! 어제 저녁 아내로부터도 한 마디도 듣지 못했거든요. 아니 아내는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남편이 어찌 나오나 지켜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나는 아내의 반응을 살펴보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할멈, 오늘이 무슨 날? 바로 결혼기념일이제.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맙소. 사랑해요, 여보!"
그런데 즉시 회신이 오네요.
"알송, 완전 잊어 먹었당, 큰놈이 잊기는 처음이네. 방금 xx가 밥 사줘서. 여기 상암이요"
후유~ 다행입니다. 아내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알송은 알았음의 준말인데 "았"을 빼 먹은 것이고요. 항상 큰아들이 축하케이크를 사 주었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내는 오늘 친구를 만나 상암 월드컵공원으로 억새길을 걷고 있는 중이네요.
저녁에 귀가하니 작은아들이 저녁을 사겠답니다. 용돈을 절약해서 산다기에 인근 대중음식점으로 가서 해물수제비를 먹었지요. 1인분 7천 원이지만 코 묻은 돈으로 얻어먹어서인지 매우 맛이 있습니다.
밤이 되자 큰아들이 케이크를 사 가지고 귀가합니다. 백화점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1만원에 구입했답니다. 보통 백화점은 저녁 8시에 문을 닫으므로 1시간 30분전부터는 남은 빵을 전부 팔기 위해 50% 세일을 한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은 돈 씀씀이가 매우 알뜰하고 또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거의 잊은 적이 없습니다.
금년 결혼기념일은 이렇게 보냅니다. 내년은 30주년이 되는 진주혼식(眞珠婚式)이므로 보다 뜻 깊게 보내도록 미리 준비를 잘 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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