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모정(母情)은 강했습니다. 박을섭(이기열 분) 후보와 함께 TV에 출연하여 장일준(최수종 분)의 양녀인 장인영(왕지혜 분)이 자신과 장일준 사이에서 낳은 딸이라고 폭탄선언을 했던 주일란(조은숙 분)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며, 장일준과 부적절한 관계도 없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를 반박하는 박을섭에게 주일란은 1백만불의 돈을 받았다고 추가로 폭로합니다.
궁지에 몰린 박을섭이 유전자 검사결과를 가지고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하지만 이는 여자가 아닌 남자의 유전자검사결과입니다. 당황한 박을섭이 뛰쳐나가자 주일란의 심경고백은 계속 이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주일란이 잠시동안 이성을 되찾은 것은 딸인 장인영이 현장에 나타나 왜 한번 버린 딸을 다시 괴롭히느냐고 울부짖었고, 자신을 학대하지 말라는 장일준의 차분한 목소리에 감화된 듯 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출국했는데 앞으로 또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어 장일준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궁지로 몰아넣은 주일란과 박을섭 후보를 용서하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임을 천명합니다. 그는 선거는 국민의 민의를 수렴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지 상대후보의 인신공격을 하는 더러운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는 것입니다. 이 기자회견으로 장일준은 통큰 정치인으로서의 관용을 보여주었지만 이것만으로 한번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박을섭으로서는 지난번 장일준 측이 자신과 여비서와의 스캔들사진을 폭로하여 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해서 이번 일을 벌였는데, 일이 이 지경으로 되고 말았으니 스스로 도끼로 발등을 찍은 꼴입니다. 만약 장일준이 박을섭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더라면 박을섭은 물귀신처럼 김경모 후보를 물고 늘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장일준이 자신에게 관용을 베푸는 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습니다.
박을섭으로서도 이렇게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김경모(홍요섭 분) 후보와 백찬기 의원을 만나 자신이 후보사퇴 후 백의종군의 자세로 김 후보를 돕겠다고 제의합니다. 그렇지만 김 후보는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쓰레기 같은 박을섭 후보와는 상종하지도 않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난감한 인물은 백찬기(김규철 분)입니다. 그는 주일란 건을 몰래 박을섭에게 제공했는데, 김경모의 냉대에 박을섭이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편 신희주(김영란 분) 후보도 고민에 빠집니다. 주일란의 1차 기자회견만 보고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장일준을 맹 만나했거든요. 신희주는 장일준을 만나 자신의 경솔함을 사과하면서 후보단일화를 수용하겠다고 합니다. 장일준은 광주경선이 끝난 후 재논의하자고 합니다.
울산, 제주, 광주경선을 치르는 동안 신희주 후보는 2위에, 장일준 후보는 계속 3위에 머무릅니다. 장일준은 신희주에게 충청지역 경선이 끝나면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제의했고 신희주도 동의합니다. 전라도 경선까지 끝난 현재 종합2위인 신희주와 3위인 장일준과의 표차는 불과 72표입니다. 이제 충청지역에서 대세가 결정됩니다. 충청지역은 박을섭의 텃밭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박을섭이 여기서 1위를 해도 다른 후보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는 신희주에게 접근하여 단일화를 제의했고 의기투합한 둘은 단일화에 합의합니다. 두 사람은 살아온 길과 정책공약도 확연히 다릅니다. 그런데도 선거의 승리를 위해 상종할 수 없는 원수와 손을 잡은 격입니다. 신희주는 지방의 모교를 방문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합니다. 정치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드디어 기자회견장, 박을섭이 후보를 사퇴하고 신희주 후보지지를 선언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놀란 사람은 장일준 후보 캠프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꿈꾸는 후보단일화는 끝장이니까요.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정계를 은퇴한 청암성생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청암이 박을섭에게 신희주를 지지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네요. 청암은 고상열 전 대표와 함께 정치를 했던 거물이지만 신희주 후보가 검찰총장 당시 그를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시키고 정계은퇴를 시켰습니다. 고 대표와 박을섭도 청암의 비서출신이지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고 대표가 빙판에서 미끄러져 입원하자 조소희가 아버지의 친구였던 청암선생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정계를 은퇴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입니다. 장일준은 궁여지책으로 이치수(강신일 분) 본부장과 함께 청암선생을 찾아갑니다.
한편, 김경섭 후보측도 박을섭-신희주 후보 단일화에 바짝 긴장합니다. 이들이 단일화했으니 나중에 신희주와 장일준도 단일화 할 수 있을 텐데 그럴 경우 김경모 대세론은 무너진다는 진단입니다. 김경모도 박을섭이 신희주를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지 백찬기와 함께 청암선생을 찾아갑니다. 선생의 시골집 앞에서 만난 두 후보는 참으로 어색한 조우를 하네요.
어쨌든 이 드라마는 현실정치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표를 위해서는 적과 동지도 없습니다. 물과 기름 같은 박을섭-신희주의 후보단일화가 이를 증명합니다. 4명의 후보 중에서 가장 도덕적이라던 김경모는 이미 여러 차례 구정물에 발을 담갔지요. 지금까지 가장 깨끗하던 신희주도 박을섭과 손을 잡는 순간 그녀의 이미지는 이미 막장으로 돌입했습니다. <대물>의 서혜림 후보가 한번도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는 깨끗한 이미지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장일준 후보측에서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들은 녹색플러스 성장공약을 김경모 측에서 발표하자 비로소 내부의 스파이가 윤성구(이두일 분)임을 알게 됩니다. 머리회전이 빠른 기수찬(김흥수 분) 실장도 이번 사건의 배후는 백찬기임을 파악합니다. 반전의 기회란 바로 백찬기의 협박으로 변절한 윤성구를 빨리 찾아내 그로 하여금 양심선언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윤성구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어영부영하다가 윤성구의 아이가 오재희에게 전화를 하자 비로소 그의 소재를 알아낸 게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윤성구의 셋집을 찾았지만 이미 나가고 없었지요.
청암선생이 과연 김경섭과 장일준 후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정치에 초연할지는 13회에서 판가름나겠지요. 주일란 같은 알콜 중독자를 내세워 시청자를 낚으려 하지말고 뭔가 좀 당당하게 대결하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박을섭에게 뒤통수를 맞아 위기에 몰린 장일준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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