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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숙 역의 김희정

▲ 청순가련녀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윤정숙  

이 드라마가 시작될 때만해도 주인공 중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은 윤나영(신은경 분)의 언니인 윤정숙(김희정 분)과 김민재(유승호 분)의 생모인 양인숙(엄수정 분)이었습니다. 양인숙은 나영으로부터 받아낸 생활비를 기둥서방인 송진호(박찬환 분)에게 모두 빼앗겨 더욱 시청자들의 동정을 받았지요. 그러다가 서울의 민재 집 옆에서 커피 집을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민재를 만나게 되면서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양인숙이 윤나영의 속을 뒤집고 간 날, 인숙은 송진호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즐거워해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윤나영을 파멸시키려는 무서운 여자로 변신합니다. 결국 그녀는 윤나영의 강요에 못 이겨 뇌종양수술 후유증으로 죽고 말았지요.

반면, 청순하고 가련한 윤정숙은 동생인 나영이 나은 딸 백인기(서우 분)를 언니 몰래 키워주었고, 이를 알지 못하는 나영은 정숙대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으며, 우연히 나영의 시숙인 대서양건설 김영준(조성하 분) 사장을 좋아하게 되어 나영으로부터 모진 말을 듣고, 김영준의 아내인 남애리(성현아 분)로부터 폭행까지 당합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를 모두 자신의 운명탓으로 돌리고 한번도 남을 원망하거나 비방한 적이 없는 천사 같은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드라마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입니다. 윤정숙은 갯바위에서 사라졌던 혜진(백인기의 아명)이가 이제는 유명한 배우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또 언론을 통해 백인기가 나영의 아들인 김민재와 서로 깊은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따라서 그녀는 백인기와 김민재는 아버지가 다른 남매지간이므로 서로 사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정숙은 그동안 몇 차례 나영을 찾아가서 이 사실을 말하려고 "나영아, 나영아"를 외치며 바빠도 꼭 할말이 있다고 했지만 결국은 말을 하지 못해 시청자들을 복장터지게 만들었습니다. 청순가련녀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것입니다.



 

▲ 번지수를 잘 못 찾은 윤정숙의 뜬금없는 고백
 
그러더니 지난 32회 마지막부분에서는 뜬금없이 이 사실을 백인기에게 털어놓은 것입니다. 글쓴이가 뜬금없다고 한 것은 이런 사실은 먼저 윤나영에게 말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왜냐하면 나영은 백인기가 자꾸만 민재를 흔들어 놓기 때문에 앞으로 인기를 죽여버리겠다고 큰소리쳤는데, 비록 나영이 인기가 자신이 낳은 딸임을 모르는 상황이기는 해도 어미가 딸을 해꼬지하는 일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숙으로부터 나영이가 자신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된 인기는 정말 믿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왜 나를 버렸느냐는 인기의 물음에 정숙은 나영이가 너를 키울 형편이 아니었다고 대답합니다. 백인기로서는 나영이 재벌가에 시집가기 위해 자신을 버린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기는 왜 이 사실을 나영에게 알리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정숙은 나영은 인기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워낙 난산이어서 산모가 해산하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난 후 정숙은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했답니다. 왜 거짓말했느냐는 인기의 발악에 "네 엄마는 너를 키울 수가 없었다. 내가 거짓말했다"고 말합니다.   

이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인기는 윤나영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악을 씁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인기는 "민재는 내 동생이니까 만나면 안되겠다"고 내 뱉습니다. 밤을 꼬박 세운 인기에게 밥상을 들고 온 정숙은 "네 엄마는 너를 인정하지 않을 테니 그냥 이대로 살아라"고 말합니다. 인기의 말처럼 이건 억지입니다. 생모의 정체를 알려주고도 그냥 모른 채 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백인기는 몸부림칩니다. "나도 그 여자 싫어요! 윤나영 같은 여자가 내 엄마라는 게 정말 싫어요!" 정숙은 자기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민재와 사귄다기에 말했다고 합니다. 인기가 떠나자 정숙은 망연자실한 표정입니다. 나영과 인기는 불과 기름 같은 관계여서 부딪히면 둘 다 죽는 답니다. 운전하면서 통곡하는 인가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네요. 



▲ 또 다시 변죽만 울리다 기회를 놓친 윤정숙 

정숙은 다시 나영을 찾아갑니다. 이제는 꼭 인기가 나영의 딸임을 알려주려고 결심하고 왔겠지요. 그런데 "나영아, 할 말 있다"고 해서 만나서는 이번에도 변죽만 울립니다. 정숙은  "내가 고아원에서 데려다 키운 아이"라고 말문을 꺼내자 나영은 즉각 응수합니다. "그 애는  살아있다고 말했잖아. 내가 미국 간 사이에 고아원에서 데려다 키웠다면서? 내가 너 엄마라고 대성통곡하라고? 언니, 그 애하고 난 인연이 없는 거야. 이제 와서 이를 밝혀 뭘 어떻게 하라고?"

나영의 이 말에 글쓴이는 정말 까무라칠 뻔했습니다. 그동안 정숙이 하는 말을 듣고 나영은 고아원아이가 바로 자신의 딸임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 아이가 백인기라는 사실만은 모르지요. 아무리 재벌가 며느리로서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는 게 두렵고 싫지만 친딸이 있음을 알고도 찾지 않는 윤나영은 정말 모진 여자입니다. 이에 정숙은 알았다며 또 꼬리를 내립니다. 나영은 정숙에게 다그칩니다. "언니, 혹시 그 애한테 내 이야기했어? 내 이야기하지마. 나 미치는 꼴 보고싶지 않으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나영이 정숙에게 묻습니다. 그래도 딸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 있나 봅니다.
<나영> "어떻게 살아? 어떻게 사느냐고, 그 애?"
<정숙> "그냥 잘 산다. 걱정 마, 제 힘으로 잘 살고 있다.
<나영>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나 도와줄게. 살기 어려우면 내가 집이라도 하나 사 주겠다고.
           돈도 좀 마련해 주고." 

<정숙> "잘 살고 있다고 안 카나."
<나영> "아, 왜 화는 내고 그래?  도와 주겠다는데." 
<정숙> "가봐라, 바쁘다면서."
<나영> "하여간 창피하지도 않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오니! 그것도 재주다."
<정숙> "민재는 잘 있냐?"
<나영> "잘 있지. 왜?
<정숙> "그 영화배우하고도 만나고 있고?"
<나영>  "그것 때문에 미치겠어! 지 아버지 대서양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밖에서 자꾸 말썽을 부리니까."
<정숙> "집에서 반대하나?"
<나영> "그럼 반대하지. 언니, 신문에 난 그 애 기사도 못 봤어?"
<정숙> "백인기?"
<나영> "형편없는 계집애야!"
<정숙> "소문이 나쁘게 나데!"
<나영> "나쁜 정도가 아니라니까! 아예 매장을 시켜 버려야 하는데."

두 여자는 꼭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백인기 이야기를 합니다. 나영이가 급히 방을 나가자 정숙은 뒤꽁무니에 대고 "나영아, 내 말 한마디만 들어라!"고 말합니다. 나영이 가버리자 "왜 말을 못하노. 나영이는 제 딸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고 독백처럼 내 뱉습니다. 또 말을 하지 못하는 정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제 시청자들은 윤정숙의 이런 모습에 완전히 질렸습니다. 과거 청순하고 가련한 모습은 기억도 안 납니다. 정숙이 언제나 진실을 말하려고 먼저 나영을 찾으면서도 결국 기회를 놓치고 눈물만 짜는 이런 캐릭터에 시청자도 두 손들고 말았습니다. MBC 시청자게시판을 보면 윤정숙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왜 제작진은 한 여배우의 캐릭터를 이처럼 망쳐 놓을까요?



▲ 이성을 되찾은 백인기의 거짓 고백
 
한편, 민재와 나영은 자동차를 타고 미진 고모를 만나기 위해 골프연습장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민재는 인기의 전화를 받고 바로 차에서 내립니다. 나영은 또 속이 뒤집힙니다. 아무리 경고해도 민재를 유혹하는 인기를 이제는 완전히 파멸시키기로 작심하고는 하수인인 인기의 운전기사(현필)에게 즉각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라고 지시합니다.

인기를 만난 민재는 앞으로 죽은 생모는 잊고, 인기와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으며, 골프연습장 사업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합니다. 인기는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정숙으로부터 민재가 동생임을 알았으니 이제는 결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윤나영은 밉지만 민재는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민재가 바쁘면 앞으로 못 만나겠네. 난 재벌집 며느리 될 자격 없어. 나, 너하고 결혼할 마음이 없어. 그냥 영화배우가 좋아. 넌 나에게 남자친구 이상은 아냐.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난 처음부터 널 이용한 것 뿐이야. 난 돈이 많이 드는 여자야. 너를 위해 내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너랑 더 심각해지고 싶지 않아. 집에 들어가서 아버지 말 잘 들어. 나중에 재벌 회장이 돼서 나 잊지 않았다면 친구로서 다시 만나."

생모의 사망후유증으로 골치 아픈 시기에 인기로부터 결별통보를 받은 민재가 떠나자 오열하는 백인기가 참으로 안쓰러워 보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백인기의 과거행적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됩니다. 기자들이 벌 때처럼 집으로 몰려왔지만 인기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인기는 이제 무서울 게 없다면서 자신이 누구 딸인지 말해버리겠다고 합니다.


 

34회 예고편을 보면 드디어 정숙이 나영에게 백인기가 친딸이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보입니다. 나영은 언니가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겨 온 것을 고마워할까요? 천만에요. 나영은 틀림없이 불같이 화를 낼 것입니다. 조금만 더 빨리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영은 딸의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모든 사건은 한발 앞서 발생하고 뒷수습은 한발 늦습니다. 그래야 극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비록 지어낸 이야기인 드라마라도 일반상식을 벗어나면 식상한 것입니다. 그동안 윤나영과 정숙, 그리고 백인기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눈물의 여왕 경주대회가 아니라면 이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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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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