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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했던 KBS 월화드라마 <동안미녀>가 20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제19회에서 예고한대로 이소영(장나라 분)과 최진욱(최다니엘 분)은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하는 진욱의 아버지(윤주상 분)를 설득하여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20회의 반전이라면 시종일관 악역을 맡아 이소영을 괴롭혔던 현지숙(나영희 분) 이사와 강윤서(김민서 분) 팀장을 지승일(류진 분) 사장이 해고한 것입니다.       

강윤서는 자신을 조롱하는 정체불명의 편지를 받자 고세종 팀장을 옥상으로 불러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고팀장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는데, 고팀장은 "당신이 배우 채슬아(이성민 분)가 착용할 목걸이보석을 훔치라고 지시한 사실을 내가 딴 맘먹고 밝히기라도 한다면 끝장"이라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이 말은 마침 옥상의 커플명당으로 와서 사랑을 속삭이던 장기홍(홍록기 분)-박나라(유연지 분)가 듣고 맙니다. 특1급 정보를 엿들은 장과장은 귀가한 후 애인인 박나라에게 전화해 이를 듣지 못했음을 강조하며 입단속을 시켰는데 이 때 귀가한 최진욱이 이 말을 들었습니다.

기가 막힌 진욱은 다음날 강윤서를 찾아가 "고팀장에게 목걸이를 훔치라고 시켰냐"고 따지다가 나갑니다. 강윤서는 옥상으로 이소영을 불러내 잘못했다며 지승일에게는 제발 알리지 말도록 무릎을 꿇고 사죄합니다. 마침 옥상에 온 지승일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강윤서를 해고합니다. 딸의 해고 사실을 안 현 이사는 노발대발하지만 허과장이 나타나 현이사 지시로 백부장(김미경 분)을 몰아내기 위해 자신이 거짓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양심선언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숨도 쉬지 못한 채 보따리를 쌉니다. 강윤서의 악행이 밝혀지는 모습이 모두 관계자들이 차례차례로 우연히 엿들은 것이어서 작위적인 냄새는 풍겼으나 아무튼 가슴이 후련합니다.      


이제 <동안미녀>는 끝났습니다. 비록 시청률은 10%대 중반에 머물렀으나 MBC <미스리플리>의 강력한 도전을 물리치고 월화극의 왕좌를 차지한 것은 다행입니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이소영과 강윤서간의 디자인 대결구도로 펼쳐져 다소 식상함을 보여주었지만 실제로는 시청률보다도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학력과 나이에 대한 현실을 풍자

주인공 이소영은 고졸학력으로 34살의 노처녀입니다. 지난 14년 동안 섬유회사에서 결근 한번 안하고 모범사원으로 근무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하루아침에 해고됩니다. 그녀는 재취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모두 거절당하자 25살 여동생인 이소진(오연서 분) 이름으로 의류회사 "더스타일"에 임시직으로 취업합니다. 그녀는 다행히 나이에 비해 얼굴이 동안이라 누구도 그녀의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디자인1팀의 막내로 온갖 수모를 당하며 악착같이 도전하면서 시련을 극복하는 맹렬 여성입니다. 

이소영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인구변화와 취업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정치권도 경제계도 일자리도 무조건 젊은 사람위주 입니다. 세대교체의 화두가 대세이니까요. 과거에는 나이가 지긋하고 경험이 많으면 경륜이 높은 사람으로 칭송되었지만 이제는 후진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고리타분한 기성세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구조조정 또는 명예퇴직이라는 명분 하에 일자리에서 쫓겨나 방황하는 중년들이 많습니다. 고령화사회의 도래를 앞두고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인데, 이 드라마는 이 문제를 간접적으로 접근하여 뜻 있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② 가수 겸 배우인 장나라의 성숙한 연기

이소영 역을 맡은 장나라는 가수 겸 배우입니다. 글쓴이가 처음 그녀의 연기를 본 것은 장혁과 호흡을 맞춘 <명랑소녀 성공기>(2002)입니다. 그 당시에도 그녀는 무작정 상경한 촌뜨기이면서도 당돌한 행동과 깜찍한 이미지로 골치 아픈 자뻑남 장혁과 결국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요. 그녀는 2005년 중국으로 진출해 영화와 노래에서 한류스타로 이름을 날린 후 오랜만에 귀국하여 동안미녀에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나라는 최진욱 역을 맡은 최다니엘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큰 와인잔에 빠지기도 하고 족발을 게걸스럽게 먹기도 했으며, 최다니엘과 실제 연인 같은 키스를 하는 등 연기하면서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시작되자 일부에서는 장나라의 연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글쓴이는 그녀가 누구보다도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③ 드라마 일등공신인 최다니엘의 재발견 

<동안미녀>가 월화극의 1위를 차지한 것은 최다니엘의 연기변신과 코믹한 연기에 힘입은 바 큽니다. 글쓴이가 최다니엘의 연기를 처음 본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이었는데요. 여기서는 그의 존재감을 특별하게 느끼지는 못했어요. 이순재, 정보석, 윤시윤, 황정음 등 워낙 쟁쟁한 멤버들이 다수 출연했고 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지요.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에서도 엄태웅과 이민정의 연기만 기억날 뿐 최다니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동안미녀에서는 장나라와 콤비를 이뤄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게 됩니다.

그는 극중 족발집 사장의 아들이면서도 의류회사 더스타일에 근무하는 최진욱으로 나오는데요. 나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이소영이 자기보다 7살이 많은 연상녀임을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결국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하는 감정을 정말 리얼하게 표현해 내는 그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오래도록 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④ 약방의 감초 같은 깜찍한 아역의 등장

더스타일 회사의 사장 지승일은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6살 난 딸 현이(안서현 분)를 기르는 홀아비입니다. 그런데 현이는 엄마처럼 다가오는 강윤서대신 이소영을 무척 좋아합니다. 현이는 불쑥 사무실을 찾아와서는 이소영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소영을 집으로 불러 아버지 지승일과 깜짝 만남을 주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쓴이는 "여섯살 현이가 유진-장나라 중매쟁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깜찍하게 생긴 현이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연기하는 장면을 보면 누구나 그 귀여운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⑤ 4각의 러브라인 형성

지승일 사장은 현 이사의 딸인 강윤서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윤서가 어린 딸인 현이에게 거짓말을 하여 상처를 주었음을 알고는 결혼문제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며 사실상의 결별선언을 합니다. 강윤서는 과거에 최진욱과 애인사이였지만 지금은 친구사이로 남은 상태입니다.

이소영은 최진욱과 사귀었지만 진욱의 아버지가 소영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어 진욱과 결별했지만 결국 지승일의 프로포즈도 거절하고 최진욱과 사랑을 꽃 피웁니다. 강윤서로서는 외국에서 공부한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자부했는데 디자인경합에서도 패배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두 남자를 모두 이소영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이소영-최진욱-지승일-강윤서의 4각 러브라인은 로맨틱 코미디를 형성하여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이외에도 장기홍-박나라, 김준수(유태웅 분)-지주희(현영 분) 커플도 로맨스를 결실을 맺습니다. 



⑥ 개성 넘치는 조연의 출연

코미디언 홍록기는 디자인실의 과장(장기홍 역)이면서 최다니엘과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그의 얼굴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는 박나라 주임과 술에 만취해 전혀 의도치 않게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박나라는 이소영의 사수였지만 나중에 소영의 새카만 여고후배임이 밝혀져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고 맙니다.

배우 겸 가수이자 모델인 현영은 지승일 사장의 친동생이면서 이소영의 친구입니다. 지주희는 대학교교수인데 친구인 소영을 여러모로 챙겨줍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귀국하여 디자인 5팀장이 된 김준수와 자꾸만 접촉하면서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김준수는 지주희를 보고는 첫눈에 팍 반했는데 주희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배우 박철민(선남 역)은 조역 중에서는 당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천추태후>에서 옆으로 걷는 중국인 걸음 흉내로 일약 유명해 졌지요. 선남은 이소영이 사는 집의 주인입니다. 그는 집세를 받으려 다니면서 소영을 짝사랑하게 됩니다. 그는 소영의 집을 방문했다가 침대 위의 남녀 4개의 다리를 보고는 소영의 동생 소진이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 것으로 착각하고는 "젊음은 좋은 것"이라며 방을 나갑니다. 집 밖에서 귀가하는 소진을 본 선남은 기겁을 하며 조금 전 자신이 침대에서 본 여자가 소진이 아님을 알고는 까무라칩니다. 이토록 개성 넘치는 조연의 출연은 드라마의 쏠쏠한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⑦ 권선징악과 해피엔딩

어느 드라마든 악역은 있기 마련입니다. 동안미녀 최고의 악녀를 꼽는다면 당연히 강윤서입니다. 그녀는 어머니 현 이사와 함께 이소영 죽이기에 앞장섰으며, 디자인경합을 하면서 여러 차례 꼼수를 동원하다가 막판에 자멸하고 말았습니다. 반면, 이소영의 동생 이소진은 초반에는 싸가지 없는 역할을 거침없이 해냈지만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오히려 언니를 도와주게 되었지요. 마지막에는 한국최고의 모델이 되어 채슬아를 제치고 더스타일의 모델이 됩니다. 사표를 반려 받은 최진욱은 팀장으로 승진하였고, 이소영은 백 부장이 개업한 가게의 일류 디자이너로 주문이 쇄도합니다.  

4각의 러브라인 중 이소영-최진욱 커플은 결국 결실을 맺었습니다. 최진욱의 아버지가 이소영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어 소영이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진욱의 정성에 감동 받은 소영은 끝내 마음을 돌려 진욱을 지켜주게 됩니다. 1년 후 둘 사이에는 아이까지 낳았군요.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은 오래된 공식이지만 요즈음 대두한 복고풍의 열풍을 타고 이런 결말은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⑧ 가슴 적시는 동안미녀 OST "오월의 눈사람"

이소영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던 <오월의 눈사람>은 국민할매 김태원이 작곡하고 장나라가 부른 곡입니다. 장나라의 음색에 매우 잘 어울리는 곡이지요. 장나라는 드라마 <동이>의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가수 겸 연기자의 장점은 자신이 부른 노래를 주제곡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따라서 장나라는 동안미녀를 통해 연기자 겸 가수로서 자신을 알린 좋은 기회였습니다. <오월의 눈사람> 가사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그동안 동안미녀 관련 졸필에 성원해준 독자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 오월의 눈사람 ◆

밖엔 지금 바람이 불어 그 오래 전에 바람처럼 바람이 불어
넌 먼 곳을 보고 내가 널 바라보던 그날처럼 바람이 불어

술잔을 든 너의 모습과 같이 있어도 홀로이던 나
내가 사랑을 하면 모두 이뤄진다는 얘긴 동화 속 이야기기에
너무 사랑했었어 너는 몰랐겠지만 너를 바라보던 내 눈에선 알 수 없었니
너무 사랑했기에 홀로 너무 많이 사랑했기에 나는 혼자 널 그리워서

술잔을 든 너의 모습과 같이 있어도 홀로이던 나
내가 사랑을 하면 모두 이뤄진다는 얘긴 동화 속 이야기기에
너무 사랑했었어 너는 몰랐겠지만 너를 바라보던 내 눈에선 알 수 없었니
너무 사랑했기에 홀로 너무 많이 사랑했기에 나는 혼자 널 그리워서

같은 바람이 불어 헤어지던 날처럼
너를 그리워한 내 마음을 정말 몰랐니
바람이 불어와 너와 사랑하던 그날처럼 밖엔 바람이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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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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