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그림자, 안재욱의 구세주가 된 여걸 이휘향

 

                                                                        송미진 역의 이휘향

▲ 강기태와 손잡고 노상택과 결별한 송미진

강하면 언젠가는 부러진다는 말은 항상 진리입니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해도 약자는 영원히 약자일 수는 없습니다. 비록 세븐스타 쇼단의 노상택(안길강 분)이 업계 1위라고는 하지만 그가 이렇게 큰소리치는데는 청와대 장철환(전광열 분) 실장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런 배경만 믿고 빅토리아 나이트클럽 송미진(이휘향 분) 사장과 빛나라 쇼단의 강기태(안재욱 분) 단장을 손보기 위해 전국구 깡패두목인 조태수(김뢰하 분)를 동원한 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노상택은 강기태의 배짱을 몰랐고, 조태수의 본심을 읽지 못했으며, 송미진 사장을 너무 과소 평가한 것입니다.

조태수가 한 무리의 건달들을 앞세우고 빅토리아에 들이닥쳐 강기태에게 공연을 그만 두고 당장 꺼지라고 요구하자 이에 맞서는 기태에게 날센돌이 건달 한 놈이 기태에게 덤벼듭니다. 강기태도 한주먹 해서 1:1대결에서는 이겼지만 단체공격을 받아 쓰러져 뭇매를 맞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이정혜(남상미 분)가 말리려 뛰어 들었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었는데, 송미진 사장이 나타나 "저것들 치워!"라고 소리치자 조태수는 건달들을 뒤로 물립니다. "저거 치워!"라는 말은 지난해 <로열 패밀리>에서 시어머니 김영애(공순호 역)가 남편의 영안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며느리 염정아(김인숙 역)를 보기 싫어 비서들에게 한 말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었지요.

강기태는 이정혜 입술에 난 핏자국을 손으로 닦으며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는군요. 반면에 유채영(손담비 분)은 이 장면을 지켜보기만 해 대조를 이룹니다. 사장실로 자리를 옮긴 조태수는 송미진에게 "지금까지 빅토리아만 장악 못했다. 뒤에서 보호해줄 테니 빅토리아에서 사용하는 주류일체를 우리가 납품하게 해 주고, 빛나라 쇼단을 내보내라"고 요구합니다. 이에 대해 송미진은 최고의 건달이 고작 노상택에게 놀아나느냐며 실망했다고 응수합니다. 그리고는 옆자리의 강기태에게 주먹으로 먹고사는 건달에게 맞서다니 무모하다고 충고합니다. 이때 송사장이 부른 노상택이 들어옵니다. 노상택은 이미 수하로부터 조태수가 빅토리아를 접수했고 강기태가 떡이 되었다는 보고를 들은 후라 기분이 찢어질 지경입니다.

 

송미진은 조태수에게 "주류를 포함하여 모든 물품의 납품권을 주겠다. 단 우리 업체를 보호할 필요도 없고 또 누구를 무대에 세우지 말라는 등 영업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답니다. 조태수로서는 횡재이므로 단박 수용합니다.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었으니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태수가 흔쾌히 동의하자 놀란 노상택은 "나를 잘못 건드렸다"고 노려보지만 송미진 사장은 한 술 더 뜹니다. "앞으로 세븐스타 단원들 무대에 안 세운다. 단원들 데리고 나가라. 당신과의 더 이상 거래는 없으니 그만 꺼져라"고 호통치면서, 강기태에게 앞으로 골든타임까지 포함해 모든 공연을 책임"지라고 선언합니다.

한마디로 개피를 본 노상택은 밖으로 나와 조태수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하지만 조태수는 "형님 덕에 큰 선물을 받았다"며 유유히 사라집니다. 뒤이어 나타난 강기태도 노상택에게 앞으로 월드컵, 한양구락부, 새서울 나이트클럽을 모두 접수하겠다며 약을 올립니다. 걱정스런 모습으로 기다리던 단원들에게 강기태는 회식을 하자며 환호합니다.

송미진은 강기태를 데리고 삐에르 유 의상실로 가서 정장을 몇 벌 뽑으라고 합니다. 이곳의 직원은 기태의 여동생 강명희(신다은 분)입니다. 두 남매는 이런 곳에서 상봉하는군요. 송미진은 강기태를 궁정동 안가로 데리고 갔습니다. 송 사장은 기태에게 "내가 자네 아버님 만난 적이 있다. 영화배급업을 하다보면 전국 팔도를 돌아다닌다. 배짱이 참 좋은 분이더군. 앞으로 잘 해봐! 내가 자금 지원해줄 테니 톱 가수 몇 명 영입해!"라고 지시합니다.

송미진은 강기태에게 새로 맞춘 양복을 입힌 다음 큰 요정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녀는 "이분한데 잘 보이면 앞길은 탄탄대로"라고 이야기했는데 아마도 중정부장에게 소개시키려는 듯 합니다. 강기태가 중정부장을 잘 알게 될 경우 고문으로 사망한 부친의 사건을 재 수사할 여지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그런데 정문에서 장철환과 차수혁(이필모 분)을 만납니다. 송미진을 소개받은 장철환이 "김 부장의 취향도 독특하다"고 비아냥거리자, 송미진은 "어린애 만 좋아하는 장 실장의 취향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대꾸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조우로군요. 이제 다음주 강기태가 중정부장을 만나 더욱 날개를 달지 지켜보렵니다.

 

▲ 이정혜에 대한 차수혁의 진심 어린 충고

청와대 장철환 실장의 이정혜에 대한 집착에 사표를 던진 차수혁은 어머니가 운영하는 순양식당에 들렀는데 여기서 이정혜를 만납니다. 수혁은 정혜를 따로 불러내 "정혜 씨가 마음에 두고 있는 인물이 강기태임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장 실장이 그 사실을 안다면 뒷수습이 어렵다. 기태까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그를 위해 그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고 충고합니다. 차수혁의 말은 진심입니다. 수혁은 정혜를 보호하기 위해 장 실장에서 자신이 정혜의 정인(애인)이라고 거짓말까지 했거든요. 이 말을 들은 정혜는 눈물을 흘립니다.

나중에 강기태가 이정혜를 중국집으로 불러 "정혜 씨를 스카웃 하려고 한다. 빛나라 쇼단으로 와라. 노상택이 밑에 있는 것을 더 이상 못 보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혜는 차수혁의 말을 떠올리며 "세븐스타도 빛나라도 안가겠다. 가수 그만 두겠다. 성공할 자신이 없다. 다른 길을 찾겠다"고 거절합니다.

영화사업을 하는 양태성(김희원 분)은 감독 겸 배우 최성원(이세창 분)에게 이정혜를 소개시켜줍니다. 최성원은 이정혜를 보자 그만 입이 벌어집니다. 빛나라 쇼단에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태성은 시도 때도 없이 여자를 밝히는 최성원에게 "정혜는 친동생 같은 여자이니 흑심을 품으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군요. 최성원은 비록 단역이기는 하지만 크게 부각될 수 있는 배역이라며 정혜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다만 문제는 노상택이 가수를 그만두고 배우로 전출하는 이정혜를 그냥 두고 볼지 여부입니다.

 

▲ 청와대 실장과 중앙정보부장의 가시도친 설전

노상택이 천방지축으로 까부는 것은 청와대 장철환 실장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고, 여걸 송미진이 호기를 부리는 것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탄탄한 줄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실장과 중정부장은 나라를 지탱하는 양대 실세입니다. 이들은 상호협력 하다가도 때로는 최고통치권자의 신임을 얻기 위해 경쟁도 불사합니다. 청와대 장 실장과 중정 김 부장(김병기 분)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서로 기싸움을 합니다. 이날도 중정 김 부장이 장 실장 방으로 불쑥 나타났습니다.

김 부장은 각하에게 보고하러 왔다가 잠시 들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조명국 태양영화사 사장을 보고는 "일개 영화사 사장이 청와대를 무시로 출입한다"며 먼저 기를 꺾은 다음 "지금 시중에는 영화수입쿼터를 둘러싸고 안 좋은 소문이 있다"고 은근히 장 실장을 비꼽니다. 화가난 장 실장이 "그런 정보를 퍼뜨린 인물이 송미진 사장이냐"고 반문하자 김 부장은 "금기까지 건드리면 나도 할말이 있다. 지금 장 실장이 안가 연회에 참석하는 어린애들을 건드린다는 소문이 있다. 이런 지저분한 소문은 정말 문제다. 서로 조심하자"고 말하고는 방을 나갑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장 실장은 "저놈을 쳐내야 하겠다"고 악을 쓴 뒤에 비서에게 당장 차수혁을 불러오라고 지시합니다. 불려온 차수혁에게 장 실장은 "다시 돌아 오라"고 말하는데 수혁은 "돌아오려고 나간 게 아니다"고 대꾸합니다. 장 실장은 "채홍사 노릇도 시키지 않고, 이정혜에 대한 관심도 그만 두겠다. 중정부장이 시비를 걸어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수혁의 마음을 돌리려 하는군요. 두 거물의 고래싸움에 새우인 이정혜가 어부지리를 얻은 형국입니다. 

 

▲ 강기태를 도와주기로 결심한 신정구의 능력

여수에서 방첩대에 끌려가 고정간첩을 만든다는 말에 혼비백산하여 빛나라 쇼단을 강기태에게 넘긴 신정구(성지루 분)는 지금의 상황을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강기태가 무척 어려운 사태를 척척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랄 따름입니다. 전국구 강패두목인 조태수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그의 기개에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븐스타 쇼단을 밀어내고 빅토리아에서 전속공연을 성사시킨 배짱도 경이롭습니다.

그렇지만 강기태로서도 신정구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기태는 노상택과 장철환에게 복수하려면 우리가 꼭 성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정구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애원합니다. 마음을 돌린 신정구는 마도로스 박(박준규 분)을 찾아가 재기하는데 도와달라고 사정합니다. 신정구가 과거인기를 끌었던 "마도로스 박 패키지 쇼"를 다시 시작하자며 무릎을 꿇고 빌자 마도로스 박은 이를 승낙합니다. 앞으로는 이들의 화려한 무대를 볼 수 있겠군요.

이것만 성사된다면 빛나라 쇼단의 강기태는 그야말로 훈풍에 돛을 단 격입니다. 다만 문제는 무령 건달 만수의 자백으로 자신의 범행이 드러난 조명국이 노상택을 불러 "장 실장과 내가 밀어줄 테니 강기태를 짓밟아라"고 말한 것입니다. 조명국으로서는 강기태가 돈벌어 순양극장을 되찾겠다고 한 말도 걸립니다. 그렇지만 강기태도 송미진과 중정부장이 도와준다면 호락호락 당하지 만은 않을 것이기에 이 드라마는 점점 흥미를 더해 갈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빛과 그림자>가 월화극 1위를 차지한 것도 탄탄한 스토리와 무게 있는 출연진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