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환 역의 전광렬
시골 순양에서 기생집을 찾아다니며 망나니 같은 생활을 해온 촌놈 강기태(안재욱 분)에게 아버지 강만식(전국환 분)이 용공이적혐의로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조사를 받다 자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결심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큰돈을 벌어 아버지의 분신같은 순양극장을 되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를 간첩으로 몰아 죽인 자들을 밝혀내 복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23부가 진행되는 동안 강기태는 재기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조성에만 힘썼을 뿐 매번 그를 몰락시킨 청와대 장철환(전광렬 분) 실장이라는 거대권력에 의해 짓밟히기만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우주흥업의 사장으로 빅토리아 나이트 클럽의 주인인 송미진(이휘향 분)을 만난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고, 송 사장을 통해 김재욱(김병기 분) 중앙정보부장을 소개받은 것은 강기태의 재기와 복수에 날개를 달아준 형국입니다.
제24부는 그야말로 강기태를 위한 행운의 여신이 강림한 회였습니다. 신인가수 나르샤(이혜빈 역)가 취입한 노래가 초대박왕대박으로 히트를 치는 바람에 돈방석에 앉게 되었고, 중정 김 부장의 힘에 놀란 장철환이 오로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납짝 엎드렸으며, 강기태는 아버지가 죽은 사건의 전모를 곧 알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 사면초가에 몰린 장철환 실장의 굴욕적인 선택
그렇지만 제24부가 시작되면서 강기태의 빛나라 기획사 창립개업식에 장철환이 나타나 어깨를 툭툭 치며 "성공한 고향후배를 축하하려 왔다.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면 큰 힘이 되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을 때만해도 장철환은 기고만장했고, 강기태의 요청으로 장철환이 축사를 할 때도 겉으로 그럴듯한 말속에 비수를 감추어 두고 있었습니다. 장철환의 축사를 들어 볼까요? "오늘 이 자리에 서니 강기태의 선친인 강만식 사장이 생각난다. 그는 이북에서 순양으로 피난을 와 자수성가한 훌륭한 사업가이다. 그가 운영했던 순양극장은 순양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오늘 강기태가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새로운 사업을 출발한다. 강기태의 쇼 비즈니스가 우리 국민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 말을 들은 기태의 어머니 박경자(박원숙 분)는 죽은 남편생각에 슬픔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강기태는 장철환의 농간으로 죽은 아버지를 그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장철환의 축사는 일반인이 들으면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강기태로서는 악몽입니다. 그는 단상을 내려오며 강기태에게 무모한 싸움을 걸지 말라며 다시 한번 어깨를 툭 건드렸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장철환은 중정에 심어둔 윤진호 과장이 강기태를 밖으로 불러낼 때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강기태가 윤 과장에게 "아버지가 용공이적행위를 했고 자살한 걸 믿지 못한다"고 하자 윤 과장은 "당신 아버지 사건은 종결된 게 아니고 잠시 덮어둔 것이다. 연좌제를 적용해 당신을 원점에서 재 수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이 때 나타난 김재욱 중정부장이 윤 과장을 부르더니 다짜고짜로 그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김 부장은 "네놈이 장철환 지시로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안다. 즉시 남산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어!"라고 호통쳤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일전에 김 부장은 송미진 사장의 주선으로 강기태를 만나 모종의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강 단장이 운영하는 회사를 도와주면서 거래하고 싶다. 장철환이 가요계와 영화계 그리고 방송계를 장악하려는 것은 이를 통해 권력과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현명한 판단을 한 거지. 난 이 분야에 취약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자네를 통해 보완하고 싶다"고 말한 것입니다. 망설이던 강기태는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강기태는 "내 선친이 중정에서 조사를 받다가 사망했는데 그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선친을 죽인 권력과 손을 잡을 수는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 부장은 술집으로 부하를 불러 "2년 전 남산에서 용공이적혐의로 조사 받다가 자살한 강만식 사건을 나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와 사건 연루된 우리 쪽 사람이 누군지 빨리 알라보라"고 지시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김 부장이 송미진 사장과 함께 개업식장으로 들어오자 장철환은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자리에 두 부분이 함께 해도 괜찮으냐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는데, 김 부장의 다음 말 한마디에 그는 사색이 되고 말았습니다. "윤진호를 만났는데 그 친구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장 실장과 사고를 쳤더군. 내일 보자"고 한 것입니다.
청와대로 복귀한 장철환은 차수혁(이필모 분) 비서관이 "윤진호가 남산취조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고하자 그는 더욱 울상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김 부장은 취조실을 직접 찾아 윤 과장의 머리에 권총을 들어대고 배후를 불지 않는 그에게 "널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면 그만이다. 네 배후가 장철환이지?"라고 겁박하더군요. 정보기관 수장의 이런 말에 이실직고하지 않을 부하가 누가 있겠어요?
도저히 살아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장철환은 후배인 김성민 장관을 불러 남산 김 부장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김 장관은 "지금 중정 팀이 도청하고 있으니 입조심 하라. 지금은 그를 당할 자가 아무도 없다. 안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꽁무니를 뺍니다. 다음날 김 부장은 차수혁을 불러내 "간밤에 장 실장이 김 장관을 만났다. 다 끝난 게임인데 장 실장만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어 안쓰럽다. 장 실장이 나에게 와서 그동안 정황을 털어놓으라고 전해! 장 실장은 내 새카만 7년 후배다. 그가 각하의 신임을 얻어 나에게 한 일은 상상도 못한다. 이제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으니 그 동안의 굴욕과 수모를 되돌려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김 부장은 "자네가 나무 위에 있어도 장 실장이 물고기 주지 않으니 나에게 오면 받아주겠다"고 회유합니다. 이른바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중국고사를 빗댄 말이로군요.
차수혁은 장철환에게 김 부장의 말을 전하며 "지금으로서는 살아남는 게 급선무다. 자존심은 개에게 주고 당장 오늘밤 김 부장을 만나라"고 제의합니다. 처음에 펄쩍 뛰던 장철환도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윤 마담(엄수정 분)의 요정에서 장철환과 김 부장은 마주 앉았는데 잠시 후 강기태가 들어옵니다. 김 부장은 "함께 들어야 할 것 같아서 강기태를 불렀으니 이제 말하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장철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다음 주 제25부가 기다려집니다.
▲ 유성준과 나르샤가 합작하고 강기태가 완성한 음반대박
신인가수 선발전을 통해 발탁된 이혜빈(본명 이정자/나르샤 분)은 강기태 집안의 문간방 노신사 유성준(김용건 분)이 작곡한 "당신 여자랍니다"라는 노래를 취입하여 음반을 내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방송사에 홍보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에 정통한 신정구(성지루 분)는 강기태에게 음반을 쥐약(용돈)과 함께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지만 강기태의 생각은 다릅니다. 신설 기획사에서 이미 기반을 조상한 대형음반사의 자금력을 따라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양동철(류담 분)과 반진우, 신정구와 홍수봉(손진영 분)은 방송사 PD들을 찾아다니며 신인가수의 음반을 나누어주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태평양과 신천지(양대 레코드사)에서 나오는 신곡도 처리하자 못한다며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음료수 한병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는 탓입니다. 그들은 즉시 음반과 음료수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습니다.
강기태는 자금력이 부족한 신설회사로서 성공하는 방법은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강기태와 그 일당(양동철, 반진우)은 어느 유명 PD의 상갓집을 찾아 밤을 세우며 음식을 나르는 등 궂은 도맡아 했습니다. 문상객으로 참석한 노상택(안길강 분) 단장으로부터 "이제는 상갓집 개 노릇을 하느냐"는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드디어 다음날 "정오의 희망가요"에 나르샤의 "당신 여자랍니다"노래가 처음으로 전파를 탔는데, 이게 전무후무한 히트를 쳤습니다.
지금 전국의 레코드상점에서는 이 음반을 구하기 위해 미리 선불로 현금을 싸들고 빛나라 기획사를 찾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음반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부족현상이 벌어진 때문입니다. 강기태와 신정구, 양동철과 양진수는 돈 보따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배가 아픈 이는 노상택입니다. 노상택은 과거 자기를 키워준 상하이쇼단 단장인 유성준이 자기를 찾아오자 퇴물로 생각하고는 문전박대하여 내쫓았거든요. 특히 꼴똥인 강기태의 성공에 더욱 배알이 뒤틀립니다.
한편, 유성준과 삼각 러브라인을 형상하고 있는 박경자와 김금례(김미경 분)의 티격태격도 재미있는 볼거리입니다. 순양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유성준운 라디오에서 나르샤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먼저 박경자에게 이 노래가 어떤지 물었습니다. 박경자는 "이미자 노래에 비하면 그저 그렇다"고 폄하한 반면, 김금례는 "귀에 속속 들어온다"고 대답했습니다. 유성준은 이 노래를 내가 작곡했다며 김금례에게 음악적인 안목을 높이 평가하네요. 당황한 박경자가 "듣고 보니 참 좋은 노래"라고 칭찬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제작진은 유성준이 자꾸만 김금례와 더욱 호감이 가도록 만들어 박경자를 애태우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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