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주 역의 서현진
▲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정한 패턴
최근 2년 간 시청한 역사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드는 일정한 유형이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경우 노예생활을 꼭 겪는 일인데요. 가야국을 창시한 김수로도, 고구려의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태왕도, 백제 황산벌전투의 영웅인 계백도 노예로 끌려가거나 적군의 포로가 되어 노예생활을 겪은 후 영웅이 되었습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무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준(김주혁 분)이 승려들의 집단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노예로 끌려 간 것입니다. 물론 김준은 원래 최충헌의 가노(家奴)였다가 도망친 적이 있어 다른 세 건의 사례와는 조금 다르며, 특이하게도 여주인공인 월아(홍아름 분)마저 노예가 된 게 이색적입니다.
반면 여자주인공인 경우에는 출생의 비밀이 주류를 이루는데 생모가 친딸을 알지 못하고 구박하는 게 흔한 설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욕망의 불꽃>에서 윤나영(신은경 분)이 친딸인 인기가수 백인기(서우 분)를 알지 못하고 재벌 3세인 자신의 아들 김민재(유승호 분)와 연애를 하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친딸을 철저하게 파멸시키려 한 점입니다. <신들의 만찬>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리랑 4대 명장 성도희(전인화 분)가 선노인(정혜선 분)의 추천으로 친딸인 고준영(성유리분)이 아리랑 후계자 후보가 되자 그녀를 갖은 방법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 고준영을 궁지에 빠뜨린 하인주의 질투심
하인주(서현진 분)의 캐릭터가 못된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하인주는 청소년 시절 양아버지 하영범(정동환 분)의 서재에서 이상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제2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고준영의 양부 고재철(엄효섭 분)이었습니다. 고재철은 죽은 아내의 소지품에서 하인주를 찾는 전단지를 발견하고는 전화를 걸었던 것입니다. 고재철이 "혹시 12년 전 아이 잃어버린 집 맞나? 전단지보고 전화했다. 내가 그 댁 아이를 알고 있다"라고 묻자 인주는 "여기는 아이를 잃어버린 적이 없다. 한번 더 그런 장난전화를 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대꾸하고는 얼른 전화를 끊은 다음 전화코드마저 빼어버렸습니다.
인주로서는 만약 양부모가 잃어버린 진짜 딸을 찾게 되는 날에는 자신이 찬밥신세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주는 어머니 성도희에게 아버지 서재의 전화를 없애면 안 되느냐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하인주가 어린 마음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저지른 해프닝으로 보았지만 제6회에서는 하인주가 고의로 고준영을 함정에 빠트린 일이 발생하여 그녀가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찌질한 캐릭터로 변모한 모습입니다. 제6회가 시작되자마자 고준영이 주방으로 들어오자 조리사들이 낙하산이라며 반발했을 때 하인주는 "정식으로 소개하겠다. 이 친구는 신입도 낙하산도 아닌 고준영이다. 나와 함께 아리랑 후계자로서 선의의 경쟁을 할 친구이다. 잘 부탁한다"고 대인배 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뒷구멍으로는 호박씨를 까는 이중인격자로군요. 물론 고준영은 이 말에 감격했고요.
아리랑에서는 방한한 스페인 국빈만찬을 앞두고 이의 준비에 초비상상태입니다. 그런데 행사 당일 아침 고준영이 주방에 청소하러 들어왔다가 대형냉장고 가동이 중단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만찬에 사용될 음식재료가 전부 상해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성도희가 나타나 이 장면을 목격합니다. 임도식(박상면 분) 주방장 이하 요원들이 들어와 냉장고 전원코드가 뽑혀진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인주는 이런 상황에서 오수진(오나라 분)이 손을 부들부들 떠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후 "누가 시켰나?"고 물었습니다. 하인주는 지난밤 오수진이 새벽에 주차장 쪽으로 나가면서 가스를 확인하러 왔다고 한 말을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오수진은 백설희(김보연 분)가 아리랑에 심어 놓은 스파이로 아리랑이 국빈만찬을 성공하지 못하게 하려는 졸렬한 심뽀로 수진에게 지시한 것입니다. 오수진이 하인주에게 잘못했다고 사죄하자 하인주는 "나만 이 일을 잊으면 수진 언니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모종의 지시를 합니다.
주방장 임도식은 이번 사태에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고, 부주방장 노영심(서이숙 분)은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임도식은 "우리 식구들 중에서는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은 없다"고 강조하자 성도희는 "아직 우리 식구가 아닌 사람이 있다"며 고준영에게 "당장 주방에서 나가라! 어제 새벽 네가 주방에서 나가는 걸 본 사람이 있다. 경찰에 넘길 시간이 없으니 끌어내!"라고 지시합니다. 친딸인줄도 모른 채 정말 모질게 대하는군요. 성도희가 고준영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하인주의 사주를 받은 오수진이 성도희에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밤 콩을 고르느라 함께 밤을 세운 김도윤(이상우 분)도 하인주가 모함을 받는 모습을 보고도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고준영의 용기와 배짱
국빈만찬을 망친 혐의로 주방에서 쫓겨난 고준영은 선노인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선노인은 준영을 다독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나무랍니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의심을 산다면 그만큼 네 행동이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못하겠으면 양모 무덤의 땅값을 3배 물어주고 그냥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선노인은 준영을 아리랑으로 데려오면서 준영의 양부가 양모의 무덤이 있는 토지를 팔려고 하자 이를 대신 사 준 것입니다. 선노인이 이토록 강하게 나오는 것은 그녀에 대한 성공의지를 불태워주기 위한 것입니다. 선노인의 예상대로 준영은 "성공해 오해를 벗을 때까지는 절대로 아리랑을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이 말을 들은 선노인은 당찬 준영의 결의에 미소를 짓습니다.
성도희는 냉장고의 음식재료를 모두 폐기하고 스페인 국빈에게 "최고의 만찬" 대신 임금님의 수라상을 재연한 세계 "유일한 만찬"을 대접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제부터 고준영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는군요. 준영은 장독대의 성도희를 찾아가서 "비록 누명을 썼지만 이대로는 못나간다"고 알리고는, 묵은 김치를 꺼내는 부주방장 노영심에게 일을 거들어 주려 승강이를 벌이다가 김칫국물을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다니엘(션리차드 분)이 닭을 잡지 못하고 힘들어하자 준영은 닭의 모가지를 잡는 시범을 보입니다. 아무튼 성도희가 우리의 고유한 세 가지 장으로 맛을 낸 만찬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 드라마에서는 스페인 대통령이 방한했다고 했는데, 스페인은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국으로 국왕 밑에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를 두고 있음.)
노영심이 주방에 다시 들어온 준영을 나가라고 소리치는데, 주방장 임도식이 들어오며 만찬이 성공했다면서 조리사들을 칭찬한 후 "고준영이 전원코드를 뽑는 걸 본 사람이 누구냐? 증거가 나올 때까지 주방에 계속 있어도 좋다"고 합니다. 명장이 지시한 일을 주방장이 이렇게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방의 책임자는 주방장이니 나름대로 대책이 있겠지요. 언제나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 옆에는 이렇게 도와주는 인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 백설희에게 대드는 아들 김도윤의 속셈은?
외국에서 MBA를 하고 귀국한 김도윤은 어머니 백설희 몰래 아리랑에 취직한 모양입니다. 백설희는 비서들을 풀어 김도윤을 두 번씩이나 미행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김도윤이 제발로 백설희 앞에 나타났습니다. 김도윤은 음식에서 비린낸가 난다며 트집을 잡습니다. 주방장이 직접 테이블로 와서는 조리과정을 설명하며 이를 부인하자 김도윤은 "그럼 내가 나지도 않는 비린내로 시비를 걸고 있다는 거냐? 하도 요란해서 와봤더니 완전 손님 잡는 곳"이라며 호통을 칩니다.
이 때 백설희가 다가와 "넌 아리랑 종업원이냐 아님 양아치냐. 네가 뭘 하든 상관없다. 거기서만 나와라"고 합니다. 정색을 한 아들은 "목소리 낮춰라! 그 잘난 아들이 아리랑 종업원이라고 소문난다"고 말한 다음 "다시는 내게 사람 붙이지 마라. 모르는 척 해라. 형 죽을 때처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들은 백설희는 매우 놀란 표정이었는데 도대체 김도윤 형의 죽음에 무슨 곡절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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