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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훤 역의 김수현                                              월이(연우) 역의 한가인  


▲ 어쨌든 결말은 피 바람을 몰고 올 징조

<해를 품은 달>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조선판 퓨전사극입니다. 결론은 해피엔딩(happy ending)이든 아니면 새드엔딩(sad ending)이 되든 어쨌든 피 바람이 몰아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음모의 중심에 국무(조정의 무녀)이자 하연우(아약 김유정 분)의 신모인 장녹영(전미선 분)이 있습니다. 그녀는 신력(神力)의 소유자이며 친구인 아리(장영남 분)의 유언으로 연우를 보호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상상을 초월했던 것입니다. 물론 대왕대비(김영애 분)의 눈에 거슬리면 성수청도 폐쇄될지 모르니 일단 그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건강하던 세자빈 연우를 신력을 동원하여 하루아침에 병들게 하고 3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지는 약을 먹여 죽은 것으로 위장한 후 매장까지 한 다음 묘를 파내 살린 것은 참으로 엉뚱했습니다.

☞ 성수청은 한자어로는 성숙청(星宿廳)인데 MBC 홈페이지에서 이를 성수청으로 표기하니 숙(宿)이 수로도 읽히는지 아니면 배우들의 발음에서도 "ㄱ"받힘이 잘 안 들리는 지 모르겠음

연우를 신딸(이훤과 양명은 이런 연우에게 월이라는 이름을 붙여 줌)로 삼은 장녹영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월이(한가인 분)가 임금의 건강을 위한 부적인 침전의 액받이무녀가 되자 늘 조마조마했겠지요. 그런데 최근 월이는 신모(神母)에게 성수청을 떠나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임금인 이훤(김수현 분)으로부터 월이에게 "너는 누구냐"고 추궁을 받은 뒤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이 임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괜히 임금에게 혼란만 주기에 차리리 떠나는 게 주군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국무는 대왕대비를 찾아가 "관상감에게 이훤과 중전마마(김민서 분)의 합방을 앞당기라고 했다. 임금의 옥체가 부적이 없어도 될 정도로 강건해 졌으니 이제 그만 액받이 무녀를 대전에서 물리는 대신 합방부적을 사용하겠다"고 고(告)하여 승낙을 받아 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물론 양명(정일우 분)마저 자꾸만 월이 곁에 맴돌자 국무는 신전을 찾아 "또다시 만나선 안될 인연들이 엮이러하고 있다. 혼란이 일 것이다. 장차 불어올 피 바람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그러자 오랜만에 혜각도사(김익태 분)가 다시 나타나 "운명을 어찌 사람의 힘으로 막겠느냐"고 하자 국무는 "3일 후 합방이 성사되면 인연은 끊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는 이훤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혜각은 "우리가 묻었던 진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피 바람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국무는 "그들이 모든 약점을 쥐고 있는 한 닥쳐올 불행을 피해 갈 자는 아무도 없다"고 우려합니다. 

 

사실 이미 8년 전 회오리바람이 한번 몰아쳤습니다. 다만 생명을 잃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죽은 연우는 뒤에 월이로 살아났음) 그녀의 아버지 홍문관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 분)는 역병에 든 딸을 세자빈으로 삼기 위해 처녀단자를 올린 죄로 삭탈관직 당했고, 왕세자 이훤의 스승이던 허염(송재희 분)도 쫓겨났습니다. 허씨 가문이 별문된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물론 멸문은 아닙니다. 민화공주와 혼인을 한 연우의 오빠 허염은 의빈으로서 몸조심하며 살고있거든요.

이제 서서히 피 바람이 몰아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연우의 돌연한 병사에 의문을 품은 이훤이 그 당시를 증언해줄 유일한 생존자인 선왕의 전 상선내관을 찾아 지방을 다녀온 다음날 그는 자결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이훤은 승정원일기에도 세자빈의 병사사건이 단 한 줄로만 표기되어 있고, 전 상선내관마저 죽음으로서 감추려고 했던 진실을 파헤치려고 다짐했습니다. 임금은 "내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 실재로 존재"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임금은 의금부 도사 홍규태(윤희석 분)를 찾아 "전 상선내관의 죽음을 조사하는 척하라. 난 8년 전 세자빈의 죽음과 관련된 전모를 알려고 한다"고 어명을 내린 것입니다. 앞으로 홍규태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반면 영의정인 윤대형(김응수 분)은 대왕대비에게 "이훤이 당시의 사건에 대해 낌새를 채고있는 눈치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고했는데, 대왕대비는 "염려하지 말라, 만약 임금도 진실을 알게 될 때는 바로 덮어야 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는데요. 이는 이훤을 너무 과소평가한 말입니다. 물론 이훤이 사건의 배후에 대왕대비마마와 중전의 아비인 영상 그리고 국무(國巫)라는 것을 알면 억장이 무너지겠지만 이를 덮을 만큼 나약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다음 13부가 기다려  집니다.

 

 


▲ 자뻑남 이훤과 어리광쟁이 형선의 합작 코미디 

이 드라마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웃을 일이 거의 없는데 제12부가 시작되자마자 박장대소했습니다. 전 상선내관의 집을 찾은 후 저자거리로 나온 이훤은 월이를 만나 함께 인형극을 보았는데요. 나중에 이훤이 월이에게 털어놓은 불만에 그만 빵~터지고 말았습니다. "평범한 처녀가 잠행나온 왕을 만나 왕인지 모르고 사랑에 빠진다? 도대체 말이 되느냐? 처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개가죽을 걸쳐 입어도 왕에서 흐르는 귀티를 어찌 감추나? 그 처녀는 분명 왕인 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게다가 궁녀로 들어온 처녀는 궐에서 다시 왕을 만난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는데 이는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와 유사한 것이니까요. 이에 대해 월이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환궁한 임금에게 상선내관 형선은 "전하, 전하께서 사람 발에 밟히지 않은 희고 깨끗한 눈(雪)으로 눈사람을 만들어오라고 하명해 지붕위로 올라가 눈을 가져오느라고 실족사할 뻔했는데 어찌 이리도 매정하나"며 "차가운 눈을 가져오느라 하마터면 동상에 걸리 뻔했다"고 하소연하자 정색한 왕은 형선의 손을 잡아 가슴으로 가져가며 "이리 오너라! 내 뜨거운 가슴으로 네 차가운 손을 녹여주마!"라고 응수해 혼비백산한 형선은 뒤로 몸을 뺍니다. 왕이 손을 잡고 있다가 그대로 놓아버리니 형선은 제풀에 뒤로 홀라당 나딩굴어 지는군요. 어린 임금과 나이 많은 형선이 펼치는 한편의 코미디 놀음에 시청자로서 또 한번 웃을 수 있었습니다. 민화공주(남보라 분)가 서방인 허염에게 부리는 애교는 하나도 웃기지 않은 것과는 정말 대조적입니다.

이훤은 월이가 상소문을 읽고 있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일하는 사내가 원래 멋져 보인다. 게다가 일국의 왕이기까지 하니 오죽 멋지겠느냐!" 이 말을 들은 월이가 처음으로 피식 웃고 마는군요. 완전 자뻑남 이훤 만세! 김수현 만세! 산책을 나간 임금에게 월이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니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하는군요.      

 

 

▲ 월이에게 멀어지지 말라고 하명하는 이훤

중전 윤보경(김민서 분)이 강녕전로 가는 액받이무녀의 쓰개치마(여인이 머리 위로 쓴 치마)를 벗겨 얼굴을 확인하니 8년 전 그 아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중전은 국무와 대왕대비가 합의한 액받이무녀 대신 합방무녀를 들이기로 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전이 방으로 들어오자 임금은 "다시는 강녕전에 발걸음을 하지말라고 했다"며 질책하는데, 당당한 모습으로 변한 중전은 "그 천한 무녀의 무엇이 8년 전 그녀를 닮았나? 무녀를 마음대로 품어라. 이 나라 국모는 신첩이며, 전하의 옆자리는 신첩의 것"이라고 큰소리 칩니다.

이날 밤 새로운 무녀가 들어와서는 "소인은 관상감이 보낸 합방부적이다. 액받이 무녀는 소임을 다해 성수청을 떠날 것"라고 아룁니다. 잠시 후 월이가 들어왔습니다. 신모에게 간청해 마지막 작별인사라고 하고 떠나겠다고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월이를 보자마자 이훤은 복잡한 심중을 여과 없이 토로합니다. "누가 너에게 마음대로 떠나라고 했나? 누가 네 소임을 다했다고 했나? 과인의 심간에 자리한 고통을 위로해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과인으, 고단함을 잠재워주겠다고 말한 이가 누구였단 말이더냐? 난 너를 나가라고 했지 멀리 떠나라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가 그 아이인지 그저 너인지 난 혼란스럽다. 내가 혼란을 잠재우고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까지 감히 내 앞에서 멀어지지 말라! 어명이다!"  


 


▲ 월이를 쫓아내려는 중전의 치밀한 음모와 합방

관상감을 비롯한 교수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어의가 이훤을 진맥하니 건강이 정상입니다. 관상감이 왕에게 합방택일단자를 보여주며 3일 후 합방일이라고 하는데 왕은 몸이 아프다며 반대합니다. 화가 극도로 치민 왕은 결국 "과인이 아프다면 아프다"고 권위를 내세워 어명으로 당장 이들을 물리칩니다. 중전은 임금이 액받이무녀에 대한 연심을 품고 있다며 합방이 끝날 때까지 그녀를 왕의 곁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전의 아버지 영의정 윤대형은 이훤을 알현하고 "옥체가 쾌차하지 않았다면 액받이무녀의 효험이 없는 것이니 국법으로 다스려야 하며 조정과 왕실의 안전을 위해 없애야 한다"고 주청합니다. 영상이 이런 말을 한 것은 중전 때문입니다. 중전은 아버지에게 임금이 연심을 품고 있는 무녀제거계획을 밝혔거든요. "왕의 건강이 좋으면 더 이상 액받이무녀가 필요 없고, 건강이 좋지 않으면 효험이 없으므로 내쳐야 하며, 합방 후에도 가까이 하면 일국의 왕이 무녀를 연모한다고 유생들을 동원하면 된다."

이훤은 정말 사랑하지도 않는 중전과의 합방은 죽어도 싫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왕에게 아저씨 같은 형선이 나섭니다. "후사를 보아야 조정이 안정된다. 합방을 거부하면 그 아이(월이)가 위험해 진다"고 간언한 것입니다. 이날 밤 무녀의 출입을 금지한 왕은 중전의 침소로 갔습니다. 왕은 중전 앞에 앉아 익성관(왕의 상징인 모자)을 벗고 복대를 풀 차례입니다. 갑자기 중전을 끌어당긴 왕은 "뜻을 이루어서 좋겠소, 중전!"이라고 말한 뒤, "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차기 국왕의 모후라도 되고 싶겠지. 좋다. 중전을 위해 옷고름 한번 풀리라"라고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이 시각 월이는 양명의 절절한 고백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중입니다. "나는 안 되느냐? 나에게 돌아 오라! 나와 함께 멀리 도망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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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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