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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이훤 역의 김수현


20부작인 <해를 품은 달>이 반환점을 돌면서 제자리 찾기에 들어선 모습입니다. 저자거리로 나온 월이(한가인 분)도 과거 훤 왕자와 함께 했던 일들을 조금씩이나마 떠올리기 시작했고, 임금 이훤(김수현 분)은 액받이 무녀로 등장한 월이의 존재에 자꾸만 과거의 왕세자비가 떠올라 이제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다시 조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이훤이 두 차례 깜짝쇼를 하게 만들었는데 자칫 심각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 코믹한 웃음을 준 명장면이었습니다. 

 

▲ 임금이 승정원에 가서 호통을 친 이유

허염(송재희 분)이 전해준 연우의 죽기 전 마지막 서찰을 받아본 임금은 월이(연우)를 불러 어디서 왔으며 부모형제는 누구며 무엇을 하였고 무녀가 되기 전 네 이름이 무엇이었냐고  묻지만, 과거의 기억력을 모두 상실한 월이로부터 들은 대답은 상투적이어서 답답할 따름입니다. "신내림과 동시에 버림받았고, 이 때부터 전생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 그러나 집요한 임금은 "전생의 네 기억에 내가 없었는가?"라고 물었지만 "이제 하문을 그만 두라. 아무리 그래도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할 것이다. 그 답은 그분께 직접 확인하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월이는 신모(神母)에게 성숙청을 떠나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임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괜히 임금에게 혼란만 주기에 차리리 떠나는 게 임금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한편, 임금은 월이가 나간 뒤 다시금 서찰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죽은 연우의 서찰과 액받이 무녀 월이의 몸에서 나온 서찰의 글씨체가 유사하기는 하지만 이미 세자빈 연우는 분명히 저 세상으로 간 것을 매장장소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서찰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서찰에서 연우는 "아버지가 약을 가져오면 앞으로 세자저하를 영영 못 보게 된다"고 적은 것입니다. 이는 분명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세월 건강했던 세자빈의 돌연한 죽음에 대해 조정에서는 원인규명도 전혀 없었으니 이는 단순한 병사가 아닙니다.

 

임금은 일을 좀 꾸며 보겠다며 승정원으로 향했는데요. 그는 상소문을 집어 던지며 난동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의빈(공주의 남편)인 허염(송재희 분)의 영남여행을 반대하는 상소는 많은데 왜 다른 상소는 없느냐고 질책합니다. 특히 영의정이 처리한 기록이 두꺼운 반면 임금이 처리한 기록은 빈약한 것을 보고는 내가 이토록 무능한 왕이냐며, 후세의 사람들이 나를 무엇으로 평가하겠느냐며 승정원일기를 집어 내동댕이칩니다.

사관들은 임금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몰래 서고로 들어가 선반 위를 날카롭게 주시하는 두 개의 눈동자가 있었으니 바로 호위무사인 운(송재림 분)입니다. 그는 세자빈이 병사한 년도의 일기 3권을 집어서는 잽싸게 상선내관인 형선(정은표 분)에게 건네주었는데 형선은 이를 족제비보다도 더 재빠른 동작으로 도포자락에 감춥니다. 계속 호통치던 임금이 형선을 바라보자 형선의 성공했다는 미소가 백만불짜리입니다. 임금이 승정원에 와서 일부러 사건을 만든 것은 연우의 병사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당시의 일을 기록한 승정원일기를 보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입니다. 임금마저도 이를 보지 못하게 만든 조선의 역사기록정신을 다시금 생각나게 합니다. 이런 속임수는 임금과 상선내관 그리고 호위무사가 일심동체가 되어 합작한 코미디 같은 멋진 작품입니다.


 


▲ 임금이 상선내관에게 눈사람을 구해 오라고 한 이유

깜짝 쇼까지 하면서 8년 전 승정원일기를 구했지만 막상 이를 살펴보니 그냥 왕세자비가 병사했다는 기록이 전부입니다. 임금은 급 실망입니다. 그래도 연우의 죽음에 대해 성조대왕(안내상 분)이 승정원일기가 아닌 어딘가에 비책으로 적어 두었을 것이라고 이훤은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왜 하필 연우가 세자빈으로 책봉된 후 갑자기 병이 들었는지, 책봉 전에 병이 들었다면 허영재(선우재덕 분) 가문도 비참하게 화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약을 가져오면 앞으로 세자저하를 보지 못한다는 말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는 말인데 충신이었던 허영재가 딸을 일부러 죽였을 리도 없는 일입니다. 분명히 다른 사유가 있을 것입니다. 윤대형(김응수 분)이 허영재와 허염의 처벌을 강력히 주청한 것도 의문입니다. 그렇지만 당시 이를 증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제학 허영재도 병사했고, 당시 연우를 진맥했던 어의(御醫)조차도 성조대왕이 승하하자 사약을 받았습니다. 이를 증언해줄 남아있는 단 한 사람은 성조대왕의 전 상선내관뿐입니다.

임금은 형선에게 뜬금없이 눈사람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형선이 귀여운 눈사람을 책받침에 받혀 들고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왕에게 가지고 갔지만 처소엔 임금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기가 막힌 형선은 대궐이 떠나가라고 악 소리를 질렀지만 주군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이 시각 임금은 운과 함께 낙향한 전 상선내관을 찾은 것입니다. 이런 은밀한 일에 비록 수행비서이지만 형선이 끼는 것을 원치 않은 임금은 상선내관을 보기 좋게 따돌린 것입니다. 임금은 하인에게 "주인이 오면 알리거라. 언젠가 진실은 꼭 밝혀진다. 내일까지 입궐하지 않으면 취조장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집밖으로 나온 운은 임금에게 상선이 방안에 있음을 알고도 왜 그냥 나왔는지 물었는데 임금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밝히기를 원치 않을 것이므로 서둘면 자결을 부추기게 되고 그러면 헛수고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해 세자빈이 죽은 것은 대왕대비마마(김영애 분)와 당시 이조판서인 윤대형이 국무인 장녹영(전미선 분)과 짜고 벌인 일이라서 상선내관은 이에 대해 잘 모를 것입니다. 다만 세자빈의 죽음에 관해 추궁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성조대왕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가 풀린다면 이를 추적하며 윤대형 일당이 저지른 악행이 조금씩 드러날지도 두고볼 일입니다.


 


▲ 임금과 무녀 월이와의 꿈 같은 데이트

저자거리로 나온 무녀 월이(연우)는 지물포점을 지나다가 예전에 왕세자에게 쓸 서찰의 종이를 살피던 기억을 떠올리며 비틀거렸는데 마침 지나가던 임금이 부축해줍니다. 임금은 "난 잠행 중이었지만 넌 부적인 무녀가 대낮에 이리 돌아다녀도 되느냐"며 "어째 몸이 개운치 않다"고 엄살을 부립니다. 둘은 다시 헤어져 월이가 길을 가는 데 호조판서가 어린아이를 하인으로 부려먹으려 합니다. 아이가 뛰어 가다가 도포자락에 부딪쳐 명나라 비단옷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입니다. 월이가 허장성세를 부리며 백성을 괴롭히는 호판에게 공직자의 도리를 따끔하게 충고하는데 그 모습이 흡사 중전이 대소신료들에게 몸가짐을 당부하는 듯 단호하고 엄중합니다. 기가 막힌 호판이 월이를 혼내려 하는 순간 어느새 빛의 속도로 나타난 임금이 연우의 팔을 잡고는 전광석화처럼 내뺍니다.

임금은 호판을 상대로 큰소리치면 포도청에 끌려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월이는 "고관대작이 스스로 검소해야 후학이 뒤따른다"고 대꾸합니다. 둘은 인형극을 하는 장소로 가서 제일 앞자리에 앉습니다. 월이는 임금에게 그분을 만나 보았느냐고 물었는데, 임금은 "이 세상에 없어 만나지 못한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내 탓"이라고 자책하는군요. 임금은 "무녀인 네가 죽은 혼령과 대화할 수 있다면 '내가 그녀를 많이 좋아했었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참으로 애절한 장면이로군요. 어찌 되었던 몽매에도 잊지 못할 두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도 만나 꿈 같은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고개를 돌린 한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양명(정일우 분)입니다. 사실 월이가 저자거리로 나온 것은 성숙청에서 쫓겨난 잔실(배누리 분)이 오빠라고 부르는 양명에게 월이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지만, 월이가 그만 임금과 엮이는 바람에 이리 되고 말았군요. 어찌되었든 임금은 월이가 연우임을 언젠가는 알 게 될 것인데, 그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이훤이 병상의 연우에게 선물로 주었던 황금비녀가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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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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