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안내상 아내 윤유선
오랜만에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을 시청했습니다. 그런대 안내상-윤유선 부부의 코미디 같은 사랑싸움이 웃음을 자아내는군요. 안내상은 통장을 새로 뽑는다는 안내문을 보고는 매우 솔깃했습니다. 매월 얼마간의 활동비에 자녀 교육비지원 그리고 쓰레기봉투도 무상 공급한다는 것입니다. 주로 아주머니들이 맡는 반장과 사귀어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며칠 후 안내상은 입이 찢어져 귀에까지 걸렸습니다. 통장에 선출된 때문입니다. 그래도 윤유선은 통장이 무슨 벼슬이냐며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안내상은 아내에게 통장 사모님이 되었으니 동네어른들에게 인사를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안내상은 윤유선과 함께 노인정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첫 인사를 했습니다. 한 노인이 이번 통장을 제대로 뽑았다며 사모님도 미인이라고 칭찬하자 윤유선은 비로소 얼굴을 활짝 폅니다. 그런데 윤유선이 시장에 가서 애호박을 구입하는데, 가게 주인이 "이번에 통장으로 당선된 좋으신 분의 사모님"이라고 알아본 뒤에 "사람들이 좋은 분 뽑았다고 좋아한다"며 오이 몇 개를 덤으로 줍니다. 윤유선은 드디어 기분이 째집니다.
주민센터(동사무소)로 간 안내상에게 직원은 통장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전입세대 거주확인과 적십자 회비수납이라고 알려줍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반장들과 상의하되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이메일로 보냈다고 합니다. 안내상이 주민센터 컴퓨터로 회의자료를 미리 공부하는 동안 윤유선은 별도의 볼일로 카페로 갔습니다.
▲ 야동남편 보호하려 흙탕물 뒤집어쓴 아내의 분노
이메일을 열어 통장 업무지침을 확인한 안내상은 박민지라는 사람이 보낸 "이것 좀 열어보세요"라는 메일을 호기심에서 열었는데 바로 야동(야한 동영상)입니다. 처음에 지워버리려고 하다가 프로그램을 내려 받은 후(download) 이를 실행했습니다. 마침 주민센터에는 직원들이 자리를 많이 비워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한창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데 그만 컴퓨터가 멈추고 맙니다. 안내상이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카페에 갔던 아내가 들어옵니다. 그는 급히 전원코드를 뽑으며 "이메일 확인하는데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둘러대며 위기를 모면합니다.
안내상이 반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주민센터 직원이 컴퓨터가 고장났다며 수리기사를 부릅니다. 기사는 누가 야동을 보다가 악성코드로 시스템이 다운되었다며 정상 복구하려면 포맷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참석한 반장들도 야동 본 사람을 비난하는군요. 직원은 통장에게 누가 컴퓨터를 사용했는지 물었는데, 모른다고 하자 CCTV로 확인해 본답니다. 안내상이 이실직고(以實直告)하려는 순간 윤유선이 나서 자신이 보았다고 합니다. 유선은 남편이 존경받는 통장이라고 주민들의 칭송을 받고 있기에 이게 탄로 나면 개망신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주민센터에서 야동을 보느냐고 핀잔을 들은 윤유선은 수치심으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입니다. 밖으로 나온 아내는 핸드백으로 남편을 마구 때리고 발로 차며 발악을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안내상은 그만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고 말았습니다. 유선이 슈퍼에 갔더니 동네아줌마들이 유선을 보고는 "주민센터에서 야동 본 여자다. 남편은 젠틀하게 생겼더만 마누라가 그 얼굴에 먹칠하고 다닌다.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라고 수군거리며 비난합니다. 남편을 찾아간 유선은 대파로 안내상을 사정없이 내리치며 "내가 왜 멸시를 당해야 하느냐"고 악을 씁니다.
유선은 소파에 앉아 사과를 먹고 있는 남편에게 옷으로 머리를 때리고, 부엌에서 다듬던 오이를 집어 소파에 누워있는 남편의 머리를 쳤으며, 화장실 변기에서 일보는 남편에게 파리채를 가지고 또 때리고, 식사를 하다가도 숟가락으로 때리는 등 불쑥불쑥 화가 치밀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남편에게 화풀이를 하는군요. 안내상이 순간적인 호기심을 발동하여 저지른 잘못으로 "야동내상"의 위기를 면하게 해준 아내에게 오랫동안 구박을 받게 생겼습니다.
회차가 바뀌었지만 아내의 구박은 계속됩니다. 안내상이 급히 유선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자 "그거로 사이트 가입하여 야동 보려느냐"는 대답이 들려온 것입니다. 유선은 결혼기념일도 주민번호도 모르는 남편이 섭섭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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