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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역을 맡는 배우 엄태웅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 가운데 <적도의 남자>가 20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마지막 회가 시작되자 김선우(엄태웅 분)는 복수를 하고 나니 후련하다고 했습니다. 생부를 죽인 이용배(이원종 분)는 자결하였고, 자신을 죽이려한 그의 아들 이장일(이준혁 분)은 스타검사를 그만두고 사직했으며, 생물학적인 친부인 진노식(김영철 분)은 그가 가장 아끼던 리조트 헤븐(resort heaven)의 대표이사에서 강제로 쫓겨났고, 극사실주의 화가인 최수미(임정은 분)가 애지중지하는 그림을 칼로 긁어 훼손했거든요. 그렇지만 그는 화장실에 갔다가 뒤를 닦지 않고 나온 듯 뒷맛이 매우 찜찜합니다. 바로 모든 사건의 원인제공자였던 진노식이 자신의 생부로 밝혀진 때문이지요.

진노식! 그는 악의 화신이었습니다. 자신의 양부인 김경필(이대연 분)을 죽이려다가 이를 목격한 이용배를 사건에 끌어들였고, 이장일은 아버지의 비행을 덮으려고 절친인 김선우를 죽이려 하였으며, 이장일에 대한 그릇된 집착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던 최수미는 사건발생 후 이를 눈감아 주다가 나중에 검찰에서 허위진술을 하였고, 사랑하는 한지원(이보영 분)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부경화학을 강제로 빼앗아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김선우는 진노식은 나의 생물학적인 아버지일 뿐 실제 아버지는 양부인 김경필이라고 하였을까요? 이런 참담한 현실 앞에 김선우는 술을 마시다가 한지원의 무릎에 쓰려져 통곡했습니다.

한편, 이장일은 김선우 앞으로 이제 이 모든 것을 끝내려 간다는 쪽지를 남겨두고는 권총을 구해 진노식을 찾아가서는 유서를 대신 써놓았다며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안녕히 가라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는데요. 이 순간 김선우가 나타나 이를 제지했습니다. 그러자 장일은 선우에게 총을 다시 겨누었지만 선우가 쏘아보기만 하자 갑자기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눕니다. 김선우가 제지하면서 빗나간 총탄은 진노식의 팔에 가벼운 총상을 입히고는 총을 떨어뜨립니다. 선우는 총을 집어 허공에 발사하여 이 위급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외의 사태에 진노식은 선우에게 "너 내 새끼가 맞나?"고 물었지만 선우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이장일은 미치광이가 되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이제 이장일은 유일한 혈육인 이용배의 자살로 혈혈단신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제작진은 이쯤에서 장일이 미친 것으로 처리하면서 드라마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미 제19회에서 신준호 검사의 대질신문을 받은 김선우는 부산의 해안가에서 자신을 몽둥이로 내리친 사람은 이장일이 아니라 이용배라고 거짓진술을 했거든요.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을 나온 장일은 비로소 지난 자신의 속내를 선우에게 털어놓으며 "처음부터 용서를 빌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 시작하자"며 부산의 해안가 김경필의 유골을 뿌린 장소로 가자고 선우에게 말했습니다.

해안가 절벽에서 이장일과 김선우는 학창시절부터 그 후의 악연까지를 서로 회상합니다. 장일은 몇 차례나 선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했습니다. 선우도 이미 용서했다며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가는 길에 저녁이나 함께 먹자며 발길을 돌렸는데, 이 순간 장일은 자신이 선우를 벼랑으로 밀치던 생각을 하다가 순식간에 바다로 뛰어 들어 죽고 맙니다. 선우도 뛰어 내려 그를 찾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용배-장일 부자는 모두 자신이 지은 죄책감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즈음 김선우는 그동안의 충격으로 시력이 왔다갔다하는 중입니다. 그는 색안경을 끼고 맹인 지팡이를 짚은 채 구치소의 진노식을 면회갔습니다. 진노식은 횡령과 주가조작혐의로 체포된 것입니다. 선우가 진노식의 손을 잡자 진노식은 선우의 색안경을 벗기고는 아들을 포옹했습니다. 문태주(정호빈 분)가 친자확인서를 보내주며 약혼녀였던 은해(은혜?)를 더 이상 의심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이 순간 시력이 돌아온 선우는 진노식의 얼굴을 보았지만 결코 아버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라고 하기에는 그가 저지른 죄 값이 너무 크기 때문이겠지요. 진노식의 후처인 마희정(차화영 분)과 의붓딸 박윤주(김혜은 분)도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다시 지팡이를 짚게 된 선우는 한지원에게 자신을 떠나라고 말했습니다. 지원은 "내가 사랑한 김선우는 돈이 많은 사람도, 앞을 보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당신이 다시 앞을 보지 못해도 내 사랑에는 전혀 변함에 없다"고 했습니다. 선우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선우는 지원에게 진노식과의 관계를 밝히고는 "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으니 내 곁을 떠나달라"고 했습니다. 충격을 받은 지원도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요. 김선우는 결국 지원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도 못하고 기다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는 적도로 떠났습니다. 김선우가 떠나자 한지원도 그를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적도에서 조우해 달달한 키스를 나누며 러브라인을 완성했습니다. 

 

<적도의 남자>는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었습니다. 비록 동시간 대 <더킹투하츠>와 경쟁하느라 전국시청률은 10% 중반에 머물렀지만 수목극의 왕좌를 차지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김선우 역의 엄태웅과 이장일 역 이준혁의 연기가 뛰어 났고, 아역을 맡은 이현우와 임시완의 연기도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보영괴 임정은도 연기에 물이 오른 인물들입니다. 조연인 김영철, 이재용, 이원종, 정호빈 등은 2인자라면 서러워할 명배우들입니다. 글쓴이가 미완성의 복수라고 표현한 것은 물론 진노식 때문이지요.

그리고 스토리의 내용도 매우 기상천외했습니다. 양부를 죽이려던 범인이 생부라는 기막힌 현실 속에서 이를 모르는 부자는 서로를 파멸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보았고, 빗나간 자식사랑에 악의 유혹에 빠져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불행한 이용배-장일 부자도 있었습니다. 빗나간 사랑을 한 최수미는 외톨이가 되었지만 진정한 사랑을 한 김선우-한지원 커플은 행복한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요즈음 유달리 자살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인기드라마의 두 주인공인 이용배-장일 부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옥의 티이지만, 철면피가 많은 시기에 권선징악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만 제19회 말미에 방송을 10여분이나 잘라먹은 방송사고는 시청자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영방송의 횡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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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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