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역의 김주혁
무신 제49회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과 통쾌한 장면이 함께 발생했습니다. 안타까운 장면은 최항(백도빈 분)이 천우신조로 목숨을 건진 의붓동생 오승적(배진섭 분)을 다시 수장시키고 계모인 대씨부인(김유비 분)에게 강제로 사약을 먹여 저 세상으로 보낸 것입니다. 통쾌한 장면은 김준(김주혁 분)이 계급장을 때고 형과 스승으로서 최항에게 앞으로 극악무도한 살상과 패악질을 그만 두고 개과천선할 것을 최후통첩한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 대씨부인 모자의 잔혹한 죽음과 배우 김유미의 신들린 연기
죽었던 아들 오승적이 살아서 강도로 돌아온다는 서찰을 받은 대씨부인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천당이란 아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이고 지옥이란 그 소중한 아들이 사지(死地)인 강화도로 온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대씨부인은 봉은사에서 아들과 감격의 재회를 하였지만 최양백(박상민 분)이 보낸 친위군에게 체포되어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최항은 오승적과 당시 수장 담당자를 고문했지만 두 사람은 범행을 부인했고 결국 최항은 원발(장태성 분)을 보내 대씨부인을 역적과 만난 죄로 끌고 오라고 했습니다. 이를 감지한 김준은 원발의 뺨을 때리고 채찍으로 내리치며 대부인을 보호했습니다. 김준은 주군이 아무리 높은 곳에 있더라도 부모보다 높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원발 일행이 그냥 돌아가자 대씨부인은 밖으로 나와 김준을 질책했습니다. 대씨부인은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 것인가. 이렇게 된 데에는 자네 책임도 크다. 자네가 죽든 저 인간이 죽든 선택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악을 쓰며 최항 밑에서 묵묵히 있는 김준의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대씨부인은 "그 많은 신하들은 어디에 갔느냐? 이러고도 자네들이 돌아가신 주군의 가신이라 할 수 있느냐? 내 아버지 내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어찌할 것인가! 김경손 장군도 주숙 대감도 모두 죽었다. 자넨 도대체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 말해봐. 어서. 지금 자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겐가. 말해보라. 어서 말해보라!"며 오열했습니다.
고문을 받던 오승적 등은 최항에게 천출놈이라고 소리쳤다가 다시 수장시키라는 명령을 받고는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최항이 가장 싫어하는 게 천출출신이라는 말입니다. 기생의 몸에서 태어나 아버지 최우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채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 자신의 자격지심 때문입니다. 원발로부터 김준의 제지로 대씨부인을 끌고 오지 못했다는 보고를 들은 최항은 얼굴을 찡그립니다. 그러자 선인렬(정호근 분)과 유능(이승형 분)은 김준부터 혼을 내야 한다며 간신모리배의 모습을 다시금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항은 "김준은 나와 형제 같은 존재다. 언젠가는 혼을 내야 하겠지만"이라고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최항은 친위대장 최양백에게 대씨부인을 어찌하면 좋을지 넌지시 물었는데 예상외로 최양백은 "세상의 인심을 고려해 계모인 대씨부인을 용서"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최항은 "용서는 안 된다. 계모는 무슨? 당장 사약을 보내고 재산을 압류하며, 일가친척과 종놈까지 죽여라!"고 명했습니다. 그리고 한곳에 오래 근무한 송길유(정호빈 분)를 멀리 시골로 보내고, 박송비(김영필 분)와 이공주(박상욱 분)도 한직으로 옮기라고 지시했습니다.
최양백은 최항의 지시에 따라 사약을 가지고 대씨부인에게 갔지만 대씨부인은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는 죽지 못한다며 약사발을 집어 던져 버립니다. 우가는 최항에게 대씨부인이 사약을 거부했다고 보고하자 최항은 강제로 먹이라고 지시했습니다. 다시 사약을 가지고 간 최양백이 부인에게 사약을 먹이려는 순간 정안대감을 비롯한 대신들이 나타나 이를 말렸지만 무식한 최양백은 이를 강제로 집행하고 말았습니다. 대씨부인은 "마지막 순간 "김준아, 어찌 저런 놈을 데려왔느냐"고 한탄하고는 숨을 거둡니다.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며 절규하던 대씨부인의 발악이 현대까지도 강화도에 남아 있는 듯 합니다. 대씨부인 역의 배우 김유미는 그 곱상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분노와 원망 그리고 한탄의 모습을 정말 실감나게 연기하는 연기의 달인이었습니다.
▲ 계급장 땐 김준이 최항에게 보인 폭풍분노와 최후통첩
계모까지 죽이려는 최항의 극악무도한 패악질에 김준은 최우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김준아! 이 세상은 너의 것이다. 만전(최항)을 통해 네 세상을 만들어라! 만일 네 뜻대로 되지 않을 시는 네가 도방을 맡아라!" 김준은 임연(안재모 분)을 데리고 최항을 찾아갔습니다. 김준은 최항의 방으로 들어가 문밖의 군사들도 20m 이상 물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준이 뜸을 들이자 최항은 "내가 보낸 군사(원발)를 구박해 나에게 모욕을 주었나?"고 꼬집었습니다. 그러자 김준은 "주군에게 예를 가르치려고 그랬다. 내 평생 소원이니 대부인에게 내린 사약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최항은 이미 최양백이가 갔다며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준은 다시 한번 사약을 거두라고 요청했고 최항도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이 때 김준은 비로소 무사다운 호랑이의 모습으로 돌변했습니다. "네 이놈, 만전! 지금 신하가 아니라 형과 스승으로서 말한다. 이 천출놈아! 잘 들어라! 가신을 버리지 말라는 아버님의 유훈을 벌써 잊었나! 넌 주군이 아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도방을 운영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백성을 생각한다고 맹서하지 않았나!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 죽여도 좋다고 한 말을 잊었나?"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고는 "이놈!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하겠다. 죄를 물어야겠다"고 일갈했습니다. 두려움에 젖은 최항이 밖의 부하들을 부르지만 이미 그들은 25m 이상 멀리간 상태입니다. 김준은 "넌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네가 패악질을 함으로써 네 스스로 천출임을 증명하고 있다. 약속 되로 한다면 넌 지금 죽어야 한다. 너도 죽고 나도 죽으면 그만이다"라고 일갈하며 칼을 탁자에 내리 꽂았습니다.
놀란 최항은 무릎을 꿇고는 "형님, 왜 이러시오?"고 하소연합니다. 김준은 술상을 뒤엎고는 최항에게 단검을 쥐게 해서는 "스스로 목을 찌르든지 아니면 내 목을 찔러라!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난 너를 잘 못 선택한 죄가 크고, 넌 약속을 어긴 죄가 크다"고 포효했습니다. 최항이 그렇게 못한다고 소리치자 김준은 최항에게 큰절을 올리며 다시 신하로 돌아갑니다. "주군, 소인을 죽여달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우가 지시한 소임을 행사했다. 지금까지의 일은 충심을 보여드린 것뿐이다. 이제 다시 내 주군이니 나를 벌하여 달라! 달게 받겠다"고 했습니다.
김준의 행동과 표정을 살피던 최항은 "사람을 이렇게 놀리는 법도 있나?"고 비로소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무섭고 외롭다고 했습니다. 정색한 김준은 "최우는 먼저 사랑과 신뢰를 보이지 않으면 모두 떠난다고 했다. 사람을 마구 죽이면 누가 붙어 있겠나? 많은 적을 만들고 있다. 천출로 어리석은 삶을 마감하려고 하나? 대범하게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 조조도 환관출신이었지만 열등감을 잊고 영웅이 되었다"고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김준은 최항에게 다시 큰절을 하고는 방을 나왔습니다.
김준의 호통에 시청자로서 10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기분입니다. 이러고도 최항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김준은 최항을 제거할 것입니다. 반면 최항은 김준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최양백을 시켜 김준을 제거하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역사는 김준이 승자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김준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는 황실 이장용 대감
평소 최항에 대해 불만이 많은 이장용(이석준 분) 대감이 김준을 찾아왔습니다. 이장용은 대씨부인에게 강제로 사약을 먹이려는 순간 정안대감(이경영 분)이 달려가 이를 꾸짖었음을 상기시키며, 말을 이어나갑니다. "지금 이 나라는 예의와 범절이 당에 떨어졌고, 바른 말하는 사람도 없다. 당장 몽고군이 쳐들어올 것인데 아무런 대비책도 없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저 최항을 어찌 하나 생각하고 있을 터! 얼마 전 최항을 독대 했다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그 만남은 마지막 선택을 위한 것 아니었나?"고 정곡을 찔렀습니다.
빙그레 미소지은 김준은 참 많이 안다고 대꾸합니다. 그러자 이장용은 "김 별장은 지금 마음이 아픈 것 같다. 마음의 병이다. 지금 당신은 사면초가이다. 도방이 곧 고려하고 했다. 그 고려를 운영하기 위해 말 한 필을 구해 왔는데 그 말이 영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이번에는 내가 제안을 하겠다. 나라를 살리자. 우리가 힘을 모으면 할 수 있다. 마음의 짐을 같이 지고 싶다. 최항을 어떻게 제거할지 생각하고 있지 않나? 아직도 최항이라는 미치광이를 구제할 가능성아 있다고 믿나? 최항을 죽이는데 동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의표를 찔린 김준은 큰기침을 한 후 취한 모양이라며 안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김준은 이미 최항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통첩을 했으니 일단 그의 변화를 지켜볼 것입니다. 몰론 최항은 개과천선할 인물은 아니지요. 이제 김준의 진짜 마지막 결단도 얼마 남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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