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가짜) 역의 차태현 전우치 역의 차태현
KBS 2TV 수목드라마 <전우치>가 처음 방영될 때 매우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전작(前作)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퓨전사극이라는 전우치의 스토리가 어떻게 꾸며졌는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뚜껑이 열리자 주인공인 전우치(차태현 분), 마강림(이희준 분), 홍무연(유이 분) 등이 날아다니며 싸우거나 이동해 만화 같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예로부터 축지법이라는 말이 익숙한 상태여서 별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숙(감갑수 분)처럼 도술을 부려 무연의 몸 속에 독충을 집어넣어 다른 기를 받지 못하게 하고 결국 당주인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상황은 너무 황당한 것 같아 이해는 물론 집중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닥터 진>이나 <신의>처럼 시공을 초월해 순간 이동하는 게 더욱 자연스러워 보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우치를 본방사수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배우 차태현 때문입니다. 과문한 글쓴이는 차태현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온 것을 처음 보았고 그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는 율도국의 도술사인 전우치 및 승정원 조보소 기별서리(오늘날 신문기자) 이치의 역할을 맡아 등장인물에서도 1인2역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이치는 자신의 본명이 아니라 마숙의 수하에게 살해된 이치의 호패를 가지고 가짜 이치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이치는 조보소에 일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은 전우치로 변해 한 때는 절친한 친구였으나 지금은 원수로 변한 마강림을 응징하려 하고, 궁궐 비서각에서 사라진 홍길동이 그림 속에 숨겨둔 은광의 비밀이 담긴 두루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치로 행세할 때는 두툼한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약간은 어리석은 척 하면서도 때로는 번득이는 지혜로 일을 처리합니다. 전우치로 변신하면 안경도 벗고 날렵한 무사로 변하지요.
이치는 사복시 관노였다가 마숙의 일파에 의해 선황제의 궁녀를 살해한 혐의로 죽게된 봉구(성동일 분)를 살려준 후 그를 데려와 심복으로 삼았으며, 지난 제6회에서는 이치가 황급히 전우치로 변신해 자리를 떠야 하지만 조보소 자리를 비울 수 없기에 도술을 이용해 봉구를 이치의 모습으로 변신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치로 변신한 봉구는 자신에겐 없던 오른쪽 검지손가락과 모나지 않은 고른 이빨이 생겨난 것을 보고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곧 바로 정색을 하고는 이치인척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쳤습니다.
이치로 변한 봉구는 다음 글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묻는 최 서리(배동성 분)에게 "알아서 써라"며 오리발을 내밀기도 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조보소 사람들에겐 "아이고! 내 뒷간 좀 퍼뜩 댕기올테니까네... 즈그(자기) 일은 즈그가 알아서 딱딱 쫌 하라"며 위기를 모면합니다. 비록 겉모습은 이치이지만 실제로는 봉구이므로 그이 말투를 그대로 사용했기에 이런 오해가 생긴 것입니다. 조보소 책임자인 주서 오규(박주형 분)는 이치에게 왜 갑자기 안 쓰던 사투리를 쓰느냐고 물었는데, 봉구는 당황하면서도 자신은 사투리를 한번도 써본 적이 없다면서 지독한 사투리를 사용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배우 차태현은 봉구의 걸어다니는 걸음걸이는 물론 파안대소하는 웃음과 사투리 연기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그야말로 봉구인 성동일에 빙의되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로서 차태현은 전우치와 이치 그리고 봉구의 역할인 1인3역을 무난히 소화했습니다.
봉구(성동일 분)에 빙의된 이치(차태현 분)의 모습
그런데 이번 제8회에서는 비록 잠깐동안이지만 차태현이 진짜 이치로 등장해 1인4역을 보여주었는데요. 아마도 우리 역사상 한 드라마에서 특정 배우가 1인4역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요? 전우치는 마강림과 싸우다가 그의 함정에 빠져 그물에 묶이고 이혜령(백진희 분)과 따로 강물에 빠졌습니다. 강속에서 정신을 차린 전우치는 힘 한번에 밧줄을 끊고 정신을 잃은 혜령에게 수중키스를 감행해 소생시켜 주었는데요. 체력을 회복한 전우치는 마숙과 강림이 보는 앞에서 홍무연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도박장의 은신처로 온 전우치는 무연에게 소생술을 써서 그녀의 정신을 바로 돌아오게 하려했지만 독충을 이용한 마숙의 도술이 워낙 강해 깨어난 무연이 오히려 전우치를 공격하고 달아난 것입니다.
전우치가 정신을 잃자 봉구는 약방주인 명기(김광규 분)에게 달려가 처방을 했고 약방으로 데리고 온 이치를 혜령이 살펴보다가 이치가 친오빠가 아니라고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친오빠 이치의 장단지에는 큰 흉터가 있었지만 현재 이치는 다리에는 아무런 흉터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우치가 이치로 변신하며 속에 감추어진 흉터를 감안하지 못한 탓이네요. 이혜령은 이 남자가 전우치에서 이치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는 추궁한 결과 이치는 비로소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전우치가 길을 가다가 마숙의 하수인인 계손(최덕문 분) 일당에게 위협을 받자 전우치가 구해주었는데, 계손이 단검을 던져 전우치를 공격하자 자신을 살려준 전우치 대신 단검을 맞고 진짜 이치는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을 혜령은 믿을 수가 없겠지요.
이렇듯 차태현은 진짜 이치의 역할까지 수행하여 1인4역 연기의 금자탑을 쌓았고 그 연기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 그의 연기변신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차태현 홀로 북 치고 장구치는 1인4역을 하면서도 그는 전우치로서 과거 연인이었던 홍무연과 키스하던 장면을 떠올렸고, 최근에도 강물에 빠졌을 때 혜령을 키스로 소생시키는 등 여복은 타고난 듯 보여집니다. 앞으로도 배우 차태현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진짜 이치 역의 차태현(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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