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도인의 천방지축 제자 소가영 역의 엄현경
아버지 이명환(손창민 분)이 모두를 속이고 살수를 풀어 백광현(조승우 분)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 이성하(이상우 분)는 자신은 아버지와 다르다며 광현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명환은 교묘한 말로 아들의 입을 봉해버리고 맙니다. "그놈은 이미 죽었다. 그놈이 탄 배는 풍랑을 만나 전복된 것이며 너는 그놈을 살리려 애썼지만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이다. 고집을 피워 지녕도 잃고 네 자신도 무너뜨릴 것이냐? 아니면 이 모든 것을 덮고 네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냐?"
그로부터 4개월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명환은 수의(首醫)가 되었고, 그를 따르던 의관은 혜민서 제조가 되었습니다. 그는 고주만(이순재 분)이 죽은 것을 기화로 치종청의 외과수술은 사술(邪術)이었음이 드러난 만큼 이를 폐지하고 특별 시료청(施療廳)을 만들었는데, 이는 약재를 사용해 백성들로부터 돈을 받고 치료해 주는 곳입니다. 결국 전국의 약재 공급상인들로부터 뇌물을 받기 위한 꼼수입니다. 그는 현종(한상진 분)에게 시료청의 수익을 혜민서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이는 임금을 속이기 위한 교묘한 세 치 혀 놀림일 뿐입니다. 이명환은 좌상 정성조(김창완 분)에게 조만간 인사(뇌물)가 전해질 것이라고 하면서 박장대소하더군요.
고주만 사망사건에 연루되어 수의녀에서 일반 의녀로 강등 당한 장인주(유선 분)는 가난한 백성들의 치료를 위해 약계(藥契)를 조직하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계(契)란 상부상조하는 조직인데 이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강지녕(이요원 분)은 장인주에게 "이제 그 일을 시작해야겠다. 이게 수의 영감의 뜻이다. 백광현에게도 이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일"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고양이 "달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사복시를 찾은 숙휘공주(김소은 분)는 역시 백광현과의 추억으로 사복시를 찾은 강지녕을 만났는데요. 지녕이 공주에게 혼인소식을 들었다고 말문을 열자 공주는 배필감이 너무 못생겼다며 "머리에 꽃을 달아 미치광이 행세를 하거나 절름발이 흉내를 내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강지녕과 장인주, 추기배(김희도 분)와 오자봉(안상태 분), 의생 윤태주(장희웅 분)와 박대만(윤봉길 분), 숙휘공주 등 그동안 백광현과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은 광현을 그리워 하지만 그의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습니다. 다만 서은서(조보아 분)는 물가로 나가 "광현은 다른 배를 탔는데, 배가 풍랑을 맞아 강물로 사라졌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회고했을 뿐입니다.
▲ 물에 빠져 구사일생 했는데 멀쩡한 서찰
그럼 지금부터 이번 제29회에서 전개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백광현은 서은서의 회고처럼 다른 배를 탔습니다. 함께 동행하려다 관군에게 붙잡힌 추기배와 오자봉이 그 증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살수인 뱃사공으로부터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던 백광현은 어찌 되었을까요? 뱃사공이 광현을 장검으로 내려치려는 순간 갑자기 천둥번개가 몰아치며 배를 뒤흔들어 광현은 가슴에 자상을 입은 채 물에 빠졌고, 의주땅의 해변에서 쓰러진 채 어부에게 발견되어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야말로 불사조로군요.
그는 부실한 몸으로 나루터에서 일을 하고는 품삯을 받아 연명하면서 사암도인(주진모 분)을 찾는 중입니다. 그는 품속에서 고주만이 남긴 서찰을 꺼내 보았는데요. 고주만이 죽기 전 장인주를 통해 백광현에게 남긴 서찰에는 외과술의 최고경지인 사암도인을 찾아가라고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정말 뜬금 없었는데요. 바다에 빠져 해안으로 쓸려나온 광현의 품속에서 꺼낸 서찰이 빛도 거의 바래지 않은 말짱한 것입니다.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당시 서찰을 비닐 주머니에 넣은 것도 아닌데 글씨가 물에 번지지도 않고 멀쩡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되거든요. 이 보다는 장인주로부터 서찰을 건네 받은 즉시 서찰을 읽은 후 나중에 기사회생했을 때 그전 기억을 회상하며 사암도인을 찾았더라면 모양새가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 백광현 앞에 나타난 네 번째 여인-천방지축 소가영
사암도인이 몇 명의 장정과 함께 노름을 하며 기세를 올리다가 8땡을 잡아 가진 돈을 전부 걸었습니다. 이때 제자 소가영(엄현경 분)이 들어와 사암을 영감탱이라고 부르며 미쳤느냐면서 도박을 말립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9땡을 잡는 바람에 돈을 모두 잃고 빈털터리가 되고 맙니다. 가영은 미련한 사암을 베개로 내리치다가 그의 귀를 잡고 밖으로 나오며 다시는 도박판에 끼어 들지 말라고 혼을 냅니다. 스승이 잘 못 했으면 제자가 바로잡아야 한다고요. 사암은 돈을 벌기 위해 이동약국간판을 내걸고 병자들을 치료해 주는데요. 그는 환자가 오면 그 목소리와 얼굴만 보고도 일사천리로 시침을 합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광현은 사암을 제지시키며 왜 엉터리 시침을 하느냐고 따집니다. 광현이 알고 있던 시침의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관군이 나타나자 불법시술자인 사암은 도망을 쳤고 관군에게 발각 당하면 안 되는 광현도 함께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소가영이 다가왔을 때 광현은 가슴의 통증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사암은 광현을 거처로 옮겨 시침을 했습니다. 의식을 되찾은 광현은 가슴의 통증이 완화되었고, 저자거리로 나와 사암의 시침을 맞은 모든 환자들의 병이 나았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는 이 노인이 사암도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의 거처를 찾아가 벽면에 붙은 동물해부도 등을 발견하고는 어렸을 적 사암에게 시술을 받은 때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바로 전에 사암이 광현에게 "예나 지금이나 버릇없는 건 여전"하다고 한 말을 되새기며 이 분이 사암도인임을 확인합니다.
사암은 청국으로 떠날 계획이었지만 화장실에 간 소가영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사암이 나무라자 이 되바라진 제자는 "큰일을 보다가 중간에 끊을 수도 없고 어쩌란 말이냐?" 오히려 큰소리치는군요. 여자가 말하는 폼하고는 참으로 가관입니다. 광현은 청국으로 간다는 쪽지를 보고 포구로 가서 떠나지 못한 사암에게 사암도인이 맞느냐고 물었는데, 사암은 사내놈은 제자로 받지 않는다며 딴청을 부립니다. 사암과 가영은 주막에서 하룻밤 묵었는데요. 광현은 밤새 사암을 기다립니다. 이를 안 가영은 광현의 근성을 높이 평가한 듯 "근성 쩐다"는 21세기 말을 내뱉는군요.
의술을 배우려는 이유를 묻는 사암에게 광현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다. 난 혜민서 의생이었지만 외과수술로 부골저를 치료 중 스승(고주만을 지칭)을 죽게 했다. 스승이 행한 외과의 침술이 틀린 게 아님을 증명해 내야 한다. 그리하여 그자(이명환을 지칭)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암은 의술을 배우려는 이유가 고작 복수 때문이냐고 힐난하는군요. 드디어 사암은 광현에게 청국에 함께 가자고 해 소가영과 같이 배에 오릅니다. 소가영은 급히 배로 오르려다가 맞은 편에서 오는 강지녕과 부딪치고 말았는데 후일 연적이 될지도 모를 두 여인의 이상한 첫 접촉입니다. 강지녕이 왜 맞은 편에서 왔는지는 분명치 않군요. 그렇지만 드라마에서는 항상 이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백광현과 강지녕이 서로 조우하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소가영은 그야말로 천방지축 캐릭터입니다. 위에서 본대로 나이 많은 스승의 귀를 잡아당기고 말투도 대부분 반발입니다. 그리고 스승을 부를 때도 화가 나면 "영감탱이"로, 보통 때는 그냥 "스승"이라고 부릅니다. 새파란 제자가 연노한 스승을 부르며 "스승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경우는 처음 보는군요. 그녀는 광현에게도 후배라고 부르며 하대를 합니다. <마의> 제작진은 드라마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게 위해 이런 소가영 캐릭터를 내세웠겠지만 너무 튀는 것 같아 지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백광현이 강지녕과 헤어져 있는 사이에 소가영이라는 제4의 여인(강지녕, 숙휘공주, 서은서에 이은)을 내세워 광현과 새로운 러브라인을 형성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아무튼 백광현의 여복은 타고 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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