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약 1만 2천여 개의 사찰이 있다고 한다. 그 중 대부분의 이름 있는 명찰(名刹)은 절 집 마당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사실 글쓴이는 사찰로 이어지는 길이 전부 시멘트나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변한 데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걸핏하면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사찰에서 진입도로를 내고 건물을 지은 것은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찰임에도 불구하고 진입도로가 없는 곳에 위치한 사찰이 있다. 북한산 비봉능선의 사모바위 아래 승가사와 도봉산 사패능선 아래 망월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늘 길손은 몇 년만에 망월사를 다시 답사한다.
서울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내려 원도봉계곡을 따라 가다가 오른쪽을 치고 올라가야 망월사에 도착한다. 망월사(望月寺)는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위치한 천년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 해호(海浩)가 신라 왕실을 위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망월사라는 이름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태자가 나라가 망한 뒤 이 곳에 머물며 왕이 있는 월성(경주의 옛 이름)을 바라보았다고 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전쟁 피해로 여러 차례 소실되어 건물은 현대에 다시 지은 것이다.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망월사 혜거국사 부도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해탈문을 들어서니 이끼가 끼어 있는 큰 바위 아래 샘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찰을 둘러보기 전 마침 정오가 되어 무위당의 식당에서 점심공양을 한다. 접근하기가 어려워서인지 방문객을 손꼽을 정도이다.
바위 밑 샘터
정감이 가는 장독대
가볍게 식사를 하고는 뒤를 돌아 포대능선으로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범종각으로 간다. 범종각에서 사찰을 바라보는 전망이 매우 빼어나다. 2층으로 된 전각은 낙가보전(洛迦寶殿)과 적광전(寂光殿)이다. 낙가보전의 황금빛 불상을 보니 눈이 부시다.
범종각
범종각에서 바라본 낙가보전과 적광전
낙가보전
화려한 낙가보전 내부
건너편 언덕 위 영산전은 그 뒤 도봉산의 암군과 어우러져 조망이 매우 좋지만 역광으로 인하여 사진이 너무 밝게 나온 점이 무척 아쉽다. 카메라를 조작하는 내공이 부족한 게 탈이다.
영산전과 그 뒤의 도봉산
다시 식당 앞으로 돌아와 영산전으로 간다. 길목에는 조선시대 승려인 천봉선사 태을(1710-1793)의 부도탑과 탑비가 있다.
천봉선사 태을의 부도탑과 탑비
부도탑 위에 있는 문수암을 보고는 좁은 계단을 오르니 스님들의 수도장이다. 포대능선이래 위치하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길손의 눈에는 스님들의 세탁물이 널려 있는 것이 매우 이채롭게 보인다.
문수암
스님들의 세탁물과 포대능선
영산전에 서니 도봉산과 마주보고 있는 수락산의 능선이 한 눈에 조망된다. 망월사란 절 이름의 유래가 사실이라면 경순왕의 태자가 이토록 풍광 좋은 산마루에 서서 월성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떠하였을까!
영산전
영산전에서 바라본 수락산 능선
망월사역에서 원도봉계곡을 거쳐 망월사를 오르는데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으니 이곳만 답사해도 충분히 땀을 흘렸지만, 500m 거리에 위치한 포대능선 갈림길로 오르기 위해 허리춤을 고쳐 맨다. 여행 겸 산행은 언제나 긴 여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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