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숙 역의 이휘향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라는 속담은 진리입니다. 현재 청운각을 운영하는 윤복심<전양자 분)의 집에는 서로 다른 두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윤복심과 그의 아들 장재익(홍요섭 분)은 매우 착한 사람들입니다. 반면 장재익 딸 행세를 하고 있는 장채리(조안 분)와 겉으로는 채리의 집사이지만 실제로는 생모인 김애숙(이휘향 분) 모녀는 권모술수에 능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이간질하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채리는 자신의 연적이었다가 이제는 양부 장재익의 친딸로 밝혀진 오빛나(이진 분)에게 온갖 몹쓸 짓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생모 김애숙도 연적인 정순옥(이미숙 분)과 장재익(애숙이 짝사랑)을 떼어놓기 위해 순옥에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자꾸만 재익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재익은 오래 전 아내를 잃고 재혼도 하지 않은 채 대학교수 겸 소설가로 홀로 지내왔습니다. 정순옥도 최근 두 번째 남편을 뺑소니교통사고로 잃은 후 양녀인 두 딸과 함께 생활해 오고 있습니다. 재익은 마트에 갔다가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순옥을 처음 보았습니다. 재익은 순옥이 손님이 없어 한가할 때 그냥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대신 다소곳하게 책을 읽었는데 재익은 그 모습에 매우 감동을 받아 몇 차례 마트에 들러 인사를 건네며 일부러 야채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상한 인연으로 두 사람은 다른 장소에서 만났습니다. 장재익은 이태리(견미리 분)의 추천으로 허말숙(윤미라 분)과 소개팅을 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태리가 친구인 말숙을 장 교수에게 소개하려는 것은 평소 잘난 채 하면서 무식한 말숙을 인텔리인 장 교수와 만나게 해 창피를 당하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드디어 허말숙이 약속장소로 갔을 때 누군가 장 교수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장 교수라는 사람은 대머리이면서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요. 순간 말숙은 남자를 만날 마음이 없어져 마침 동창회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사돈인 정순옥에게 "남자를 만나기로 했는데 배탈이 났다. 2층으로 가서 장 교수를 만나 사정을 설명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언제나 사돈의 말에 고분고분했던 순옥은 2층으로 가서 장 교수를 찾았는데, 이 때는 대머리 장 교수는 이미 자리를 뜬 이후여서 순옥은 장재익과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크게 놀랐습니다. 마트에서 보고 이렇게 기이한 인연으로 다시 만났으니까요. 특히 내심 순옥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장재익의 기쁨은 컸습니다. 허말숙의 그릇된 심뽀가 두 사람에게 교제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지요.
이후부터 장 교수는 수시로 마트를 찾아갔고, 다른 사람들이 순옥을 무시할 때는 "내가 이 사람 남편!"이라고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순옥은 재익의 진솔한 마음에 이끌려 식사도 함께 하며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애숙입니다. 김애숙은 남몰래 장재익을 짝사랑하면서 그를 남편으로 만들려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재익이 다른 여자를 사귀는 것을 알고 그의 책상서랍 열쇠를 복제해 일기장을 꺼내 보고는 사별한 아내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로 분장한 후 만취한 채 귀가한 재익을 혼란시켜 부적절한 밤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사별한 아내(아래 사진 좌)와 비슷한 모습으로 분장해 만취한 장재익을 홀린 김애숙(아래 사진 우)
이후부터 애숙은 노골적으로 재익에게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재익의 마음은 자꾸만 순옥에게 기울게 됩니다. 애숙은 재익이 좋아하는 여자가 누군지 궁금하여 미행한 결과 놀랍게도 상대방은 순옥입니다. 순옥과 애숙은 악연이 있습니다. 애숙은 재익의 딸인 빛나를 빼돌려 순옥에게 자기 딸이라고 속이고는 키워달라고 맡겼고, 친딸 채리를 장 교수의 딸로 둔갑시킨 장본인입니다. 기가 막힌 애숙은 순옥을 만나 자신이 마치 장재익이라는 인물과 곧 결혼할 것처럼 속여 말했습니다. 그 후에도 재익-순옥의 만남이 계속되자 자신은 결혼예정인 남자와 동거 중에 있다면서 은근히 애숙을 압박했습니다. 또 애숙은 순옥에게 멀리 이사를 가라고 종용했습니다. 그러자 애숙은 재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도 받지 않고 그를 형편없는 이중인격자로 오해하게 되었습니다. 순옥은 재익이 애숙과 결혼을 약속해 동거까지 하면서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애숙은 일부러 순옥이 보는 앞에서 장 교수와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즈음 애숙은 청운각에 신입직원으로 입사한 오빛나가 순옥이 키우고 있는 장재익의 친딸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애숙은 며칠 전 친딸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스카프를 순옥에게 건네주었는데요. 순옥은 이 스카프를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빛나에게 주었는데 빛나는 이를 목에 두르고 청운각에 첫 출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애숙은 청운각에서 빛나가 자신이 순옥에게 준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윤복심이 보관중인 빛나의 이력서를 찾아 모(母)가 정순옥임을 확인하고는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애숙은 당장 순옥의 집으로 달려가 "그간 왜 내 딸을 데리고 숨어서 지내다가 이제야 나타나서 나의 숨통을 쥐어짜느냐?"고 알듯 모를 듯한 소리를 지르며 생난리를 피웁니다. 놀란 순옥은 처음에는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빛나를 키우다 보니 정이 들어 돌려줄 마음이 없어졌다"고 사정합니다. 이 대목을 보고 정말 김애숙이라는 캐릭터는 인간말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빛나를 자신의 딸이라고 속이고 이를 미끼로 순옥을 멀리 내쫓으려는 게 가증스러울 따름입니다.
그 후에도 순옥이 계속 재익과의 연락을 피하자 애가 탄 사람은 재익입니다. 그는 친구인 남수철(남경읍 분)에게 순옥이 무슨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원인을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습니다. 친구의 딱한 사정을 들은 수철은 순옥의 마트로 가서 순옥에게 "요즈음 장 교수가 마음 고생이 심하니 마음을 조금만 열어 주라"고 권합니다. 순옥이 "장 교수에게 결혼할 여자가 있나?"고 물었는데, 정색을 한 수철은 "어찌 그런 오해를 하나? 장 교수는 오직 정 여사 뿐"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순옥은 마음속으로 "그렇다면 애숙이 결혼한다는 남자가 장 교수가 아닐 것"이라고 의아해 하는군요. 귀가한 수철은 재익에게 순옥의 오해를 풀었으니 잘해 보라고 말합니다.
재익은 순옥을 만나 "친구로부터 오해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만일 결혼할 여자가 있었다면 어떻게 당신을 만날 수 있었겠나?"고 합니다. 그러자 순옥도 그간 오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여건상 맞지 않는다. 난 장 교수의 뒷모습만 바라보겠다"며 물러섭니다. 장 교수는 "서로 마음만 통하면 좋다. 다시 못 볼 줄 알고 마음 졸였다"면서 변함 없는 애정을 나타냅니다. 그 후 다시 만난 재익에게 순옥은 "내 딸은 청운각에 취직해 일한다"라고 알렸는데, 놀란 재익은 비로소 오빛나를 보고 낯이 익었던 사실을 기억합니다. 재익은 "어머니가 청운각을 운영하는데 난 그 집 아들!"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힙니다. 재익은 자기가 쓴 소설 <루드베키아>를 순옥에게 이미 선물해 대학교수라는 직업을 순옥이 알고 있겠지만 청운각의 아들임은 처음 밝힌 것입니다. 이래저래 순옥으로서는 자꾸만 재익이 부담이 가는 인물이 되겠군요.
요즈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 채리는 할머니 윤복심과 아버지 장재익에게 무척 애교를 피웁니다. 채리는 음악회 공연입장권을 구해 재익에세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재익은 오페라 극장에서 채리를 기다렸지만 나타난 사람은 채리가 아니라 애숙입니다. 채리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애숙의 작전에 따라 애숙과 재익을 결혼시키려고 물밑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채리는 윤복심에게 "김 집사(애숙)와 오랫동안 함께 생활을 하다보니 친어머니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애숙은 재익에게 "아가씨가 급한 일로 대신 가라고 해서 왔다"고 하는군요. 애숙은 재익의 팔짱을 끼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고, 이 모습을 강대풍-이태리 부부가 목격했으니 이제는 소문까지 나게 생겼어요.
재익의 진솔한 행동에 마음을 연 순옥은 장 교수에게 선물하려 직접 손으로 스웨터를 짜는데 애숙은 순옥을 재익으로부터 확실히 갈라놓기 위해 장 교수와 나란히 앉자 식사하는 모습의 사진을 순옥에게 보내며 "나랑 우리 그이 잘 어울리니? 우리 그이와 오늘 음악회 갔다가 식사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우리 그이 멋있지?"라는 멘트를 날렸는데, 순옥은 이 사진을 보고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사실 순옥은 스웨터를 선물하려고 재익을 만나자고 했는데, 재익은 딸과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다음날 만나자고 했던 것입니다. 기가 막힌 순옥은 장 교수의 말을 회상하면서 "말도 안 된다. 내가 오해 한 것이 아니었나?"며 한숨짓습니다. 재익은 순옥에게 "오늘 좋은 음악회공연 보고 왔는데, 순옥 씨 생각 많이 했다. 좋은 공연을 예약해 다음에 함께 가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만 반을이 없습니다.
초조한 재익은 다시 마트로 순옥을 찾아가 찻집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순옥은 재익을 보면서 저런 눈빛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며 혼잣말로 "난 이 사람을 믿을 것"이라고 (애숙에게) 말합니다. 순옥은 딸과 음악회 잘 다녀왔느냐고 물었는데 재익은 "딸이 급한 사정이 생겨 다른 사람을 보냈다"고 대답합니다. 비로소 순옥은 재익이 자신을 속인 게 아님을 확인합니다. 사실 정순옥의 굼뜬 행동도 문제가 많습니다. 어렵사리 장재익을 다시 만났으면 "내 친구 김애숙을 아느냐? 정말 김애숙과 사귀며 결혼할 것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지 못하고 매번 이토록 벙어리냉가슴만 앓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이번 같은 경우도 재익에게 애숙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관계냐고 물어 볼 수도 있거든요.
장재익도 친딸을 찾으려 전단지까지 만들어 돌렸으면서도 오빛나를 보고 낯이 익다고 하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솔직히 이게 드라마의 한계이지요. 정순옥이 장재익에게 김애숙의 이름을 말하거나 장재익이 친딸 오빛나를 빨리 알아보아서는 더 이상 스토리 진행을 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결국 장재익은 후일 채리가 애숙의 딸이며, 자신과 순옥의 사이를 이간질 한 사람이 바로 애숙임을 알게되겠지만 이는 종반전에 가서야 가능할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복장이 터져 더 이상 보기 싫으면 채널을 돌리든지 아니면 답답한 진행을 당분간 감내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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