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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사라 역의 한은정                                           강도윤 역의 김강우  

▲ 다소 황당하고 답답한 전개에 분통

우리나라 드라마는 종종 몇 부작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사 홈페이지를 보면 기획의도와 등장인물 및 제작진 등을 자세히 기록해 놓지만 정작 중요한 몇 부작인지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골든크로스>의 경우도 당초 16부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제15부가 끝나고 나서 남은 1회만에 스토리를 마무리하기는 곤란할 것으로 판단되어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백과사전에서 비로소 20부작으로 변경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당 방송사 홈피에도 없는 정보를 백과사전은 용케도 이를 알았더군요.

각설하고 제15회가 끝난 후 제작진은 제16회의 내용에 대해 대단한 반전이 있다며 출연진에 게 내용의 사전유출 함구령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시청자들도 정말 큰 기대를 하면서 제16회를 기다렸습니다. 제17회의 관심은 서동하(정보석 분)에 의해 생매장된 강도윤(김강우 분)이 어떻게 살아나는가 하는 일입니다. 상식적으로 복부에 권총을 맞아 피를 흘리는 강도윤을 큰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할 때까지의 걸린 시간을 감안한다면 그가 살아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는 실제상황이 아니라 무슨 요술도 부릴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1주인공 강도윤이 죽을 것이라고 믿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제16회가 시작되자마자 3년 후의 상황부터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연쇄살인마 서동하 국장은 그간 승승장구하여 청와대 대통령 접견실에서 경제부총리 내정을 받으며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골든 크로스의 수장인 김재갑(이호재 분)마저도 마이클 장(엄기준 분)에게 "이제는 서동하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서동하가 거물이 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한민은행 상무였던 주민호(이승형 분)는 은행장이 되었고, 마이클 장은 한민은행을 되팔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박희서(김규칠 분) 변호사의 지시로 공중전화부스에서 트럭의 공격을 받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서이레(이시영 분)는 회복된 후 검사직을 버리고 집을 나가 대학의 시간강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정의롭게 산다는 것"에 대한 강의를 하며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서이레에게 마이클은 청혼을 하였지만 강도윤을 잊지 못하는 서이레는 보기 좋게 거절합니다.

솔직히 이런 진행이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서이레를 제외한 악의 축들은 승승장구하거나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데, 이들을 누가 어떻게 응징할지 전혀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거대악의 발호에 두 손들고 말았던 갈상준(박병은 분) 기자가 KNBC 기자로 복귀하여 마이클을 상대로 한민은행 불법매각을 따지고 있었지만 매우 공허하게 보였습니다. 이런 진행을 하려고 방송사에서 16회 내용에 대한 함구령까지 내렸는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 홍사라의 도움으로 펼친 강도윤의 원맨쇼

그러다가 진짜로 극적인 반전의 순간이 왔습니다. 서동하와 마이클 장은 세계적인 펀드투자가 모네타 측으로부터 테리 영(김강우 분)이라는 책임자를 한국에 보내 한민은행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것입니다. 배우 김강우의 완벽한 1인2역이지요. 두 사람은 서로 먼저 테리 영을 만나려고 하였는데 서동하가 한발 빨랐습니다. 서동하와 박희서는 호텔로 가서 테리 영을 만났는데 놀랍게도 그는 강도윤과 동일한 인물이었습니다. 에바 존스라는 외국인 개인비서를 데리고 나타난 테리 영은 깜짝 놀라는 두 사람에게 투자하면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지 물으며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동하는 3년 전 사소한 스캔들에 휘말려 강제로 의자를 빼앗긴 적이 있었다며 넌지시 테리 영을 찔러 보았지만 테리는 전혀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네 사람은 2차로 아가씨들이 득실거리는 술집에 갔습니다. 박희서 변호사는 테리에게 홍콩 출장을 보내주겠다고 제의했고 역시 술에 취한 서동하는 3년 전 자신이 홍콩에 가서 강하윤(서민지 분)과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무슨 영웅담처럼 털어놓았습니다. 박희서는 한술 더 떠서 강주완을 협박해 딸을 죽인 범인으로 거짓 자백하게 만든 과정까지 소상하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머리가 좋아 최고의 엘리트 공직자와 변호사가 된 서동하-박희서 두 사람이 비록 술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테리 영의 정체에 대해 별 의심 없이 과거 범죄행각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은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행동입니다. 서동하는 만취한 테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부인 김세령(이아현 분)이 테리를 보고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김세령은 가출한 이레에게 강도윤과 똑 같은 손님이 왔다고 하자 그녀는 득달같이 달려왔지만 테리는 전혀 모르는 척 했습니다.

뒤늦게 아무래도 테리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서동하는 테리의 침실로 가서 머리카락 한 올을 수거해 다음날 박희서에게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습니다. 다음날 식사시간에 서동하는 테리를 김재갑에게 소개하였고, 마침 서동하 집으로 온 마이클도 테리와 인사를 나눕니다. 테리는 서동하에게 이날 오후 제안서를 받는 다음 작별하면서 눈을 크게 떴습니다. 모종의 암시를 하는 부문이지요. 그런데 드디어 테리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테리는 강도윤의 어머니가 윤영하는 식당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놈들을 처단하고 어머니 아들로 돌아오겠다"고 결의를 다진 것입니다. 박희서는 서동하가 준 머리카락으로 유전자검사 결과 테리는 강도윤이 아니라고 환호작약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2차 술집에서 만취한 상태로 서동하의 집에 들어온 테리는 침대에서 자는 척을 했지만 실제로는 서동하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동하의 서재로 들어가 머리카락을 바꿔치기한 때문입니다. 자는 척 했던 테리가 동하의 서재로 들어가 책갈피에 넣어둔 머리카락을 바꾸는 일은 귀신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지만 그냥 넘어 가겠습니다. 이 보다는 가짜 머리카락으로 강도윤이 아님을 확인했다면 사전에 강도윤이 DNA를 병원에 등록하지 않은 이상 불가능했을 테지만 이것도 넘어 가렵니다. 자꾸 따지기만 하면 뭐하나요?



▲ 연인사이로 발전한 강도윤·홍사라 커플

테리 영은 홍사라(한은정 분) 앞에 나타났고 홍사라는 테리를 보자마자 포옹합니다. 테리는 "당신이 날 살려준 것과 그 뒤로 보살핀 것이 밝혀지면 위험하니 여기서 멈춰라"고 걱정하네요. 홍사라는 신분세탁을 완벽하게 했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테리 아니 강도윤은 홍사라에게 키스를 했는데 마침 이 장면을 서이레와 에바 존스가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강도윤으로서도 서이레에게 접근한 것은 복수를 위한 계략이었습니다. 서이레가 아무리 좋은 여자라도 그의 아비가 여동생과 아버지를 죽인 연쇄살인범인 이상 두 사람이 맺어진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니까요.

아무튼 당초 예상처럼 생매장된 강도윤을 구한 것은 홍사라였습니다. 홍사라는 강도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는 도윤이 곽대수(조덕현 분)를 만나는 외딴 창고로 갔던 것입니다. 홍사라가 창고에 접근한 순간 안에서 총성이 울렸고 강도윤은 복부에 관통상을 입었습니다. 사실 헬기를 타고 온 서동하-마이클의 일행과 거의 같은 시각에 홍사라가 도착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은 장면이지만 이도 웃으며 넘기렵니다. 당시 총소리를 듣고도 홍사라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요. 그렇지만 제작진은 여기서 결정적인 반전을 준비해 두고 시청자들을 완벽하게 속였습니다.

큰 구덩이를 파고 강도윤을 생매장하던 서동하가 사내에게 잘 마무리하라고 지시하고는 현장을 떠난 순간 홍사라가 나타나 강도윤을 구조하라고 사내에게 지시한 것입니다. 사내는 바로 홍사라의 심복이었던 것입니다. 이후부터 사라는 입원한 도윤의 병상을 지켰고 신분세탁을 도운 것으로 보여집니다. 솔직히 3년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강도윤은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 오래 병상에 누워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7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김진우라는 한국인인 테리 영으로 신분을 세탁한 강도윤이 사고이후 세계적인 투자회자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것은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강도윤은 서동하에게 복수하려는 홍사라와 손잡고 서동하-마이클 장-박희서에게 복수를 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3년 후에 나타났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복구자(伏久者)는 비필고(飛必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 엎드린 자는 반드시 높이 난다는 말입니다. 강도윤이 오래 엎드리는 사이에 가해자들은 승승장구했습니다. 이제 도윤은 부총리지명자인 서동하와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응징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물론 도윤이 높이 날지는 못하겠지만 원수를 갚고 떳떳하게 어머니 오금실 앞에 나타나는 것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실천하는 길이니까요. 어쩌면 도윤이 검사로 다시 임용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되면 비필고(飛必高)라는 말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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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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