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애 역의 서이숙 박은실 역의 이미도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그리고 행복 찾기를 담은 드라마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3대란 요리선생인 강순옥(김혜자 분), 순옥의 딸 김현숙(채시라 분), 그리고 현숙의 딸 정마리(이하나 분)입니다. 기획의도를 보면 강순옥-김현숙-정마리에 이르는 3대는 착하지 않은 여자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듯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매우 착한 여자들입니다. 특히 중학생 시절 교사였던 나현애(본명 나말연/서이숙 분)로부터 도둑누명을 쓰고 강제 퇴학을 당해 인생이 꼬여버린 김현숙은 가장 착하지 않은 여자(악녀)가 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번번이 나현애로부터 뒤통수만 맞는 인물로 묘사되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 첫 번째 악녀-스승상에 빛나는 두 얼굴의 나현애
24부작인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18회까지 방영된 현재 가장 착하지 않는 악녀는 단연 나현애입니다. 나현애는 겉으로 존경할 만한 스승상까지 받은 우수한 교사이지만 실제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편가르기 하면서 지금까지 김현숙을 문제아로 보고 있습니다. 현숙은 명예회복을 위해 퇴학처분취소를 청구하는 탄원서를 학교측에 제출하였지만 현숙은 불량배를 때려눕힌 게 폭력으로 둔갑하여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진 것이 불리하게 작용해 기각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나현애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이들은 남편-전 부인의 소생인 아나운서 이두진(김지석 분)과 친아들인 검도사범인 이루오(송재림 분)입니다. 공교롭게도 김현숙의 딸인 정마리는 이두진과 이루오가 의붓 형제인줄은 꿈에도 모른 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이루오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현숙은 딸인 마리가 원수 같은 선생님의 아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꼭지가 돌아 루오를 만나 더 이상 마리를 만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나현애가 듣고는 다짜고짜로 핸드백으로 현숙의 머리를 내리쳐 현숙을 쓰러지게 만들었습니다. 현숙으로서도 딸이 루오와 교제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지만, 나현애도 인간쓰레기 같은 현숙이 자신의 귀한 아들에게 교제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현애가 현숙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정말 잘 못한 것입니다. 경찰서로 간 현숙은 나현애에게 합의조건으로 이번 일에 대한 정중한 반성문을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현애는 성의없는 반성문을 마지못해 몇 줄 작성했고, 현숙은 과거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선생이 작성한 반성문을 몇 차례나 찢으며 다시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나현애는 현숙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반성문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숙이 나현애의 결정적인 약점을 잡았습니다. 나현애가 자원봉사 상담센터에서 수강생들에게 자장면 등 먹을 것을 사주는 대신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하도록 한 사실을 현숙이 밝혀낸 것입니다. 현숙은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흘렸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기자들에게 현숙은 "나현애 선생님은 배고픈 수강생들에게 자기 돈으로 음식을 사주는 선행을 베푼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오히려 칭찬했는데 이는 현애가 반성문을 잘 쓰겠다고 긴급 제의했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만난 두 사람, 나현애는 김현숙이 부르는 반성문을 그대로 베낀 후 현숙에게 보여줍니다. 그런 다음 나현애의 폭행죄에 대해서는 김현숙이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받아냅니다. 그리고는 반성문을 큰 봉투에 넣어 준다며 눈 깜작할 사이에 반성문 대신 백지와 몇 십만 원의 상품권이든 봉투와 바꿔치기한 것입니다. 잠시 후 봉투 속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자신을 속였음을 안 현숙은 마침 집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이루오에게 더 이상 마리를 만나지 말라며 봉투를 건넸고 루오는 어머니의 두 얼굴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치사한 선생입니다. 앞으로 김현숙이 나현애에게 어찌 복수하는 지 지켜보는 게 최고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 두 번째 악녀-강순옥의 제자 겸 요리교실 총무인 박은실
나현애 다음으로 착하지 않은 여자는 강순옥의 제자로 요리교실 총무인 박은실(이미도 분)입니다. 사실 요리교실 총무라면 존재감이 거의 없는 배역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12년 동안이나 강순옥의 수제자로 일했으면 지금쯤은 선생을 대신하여 직접 요리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김현숙의 절친인 안종미(김혜은 분)에게 대들기도 하고 당분간 함께 생활하는 장모란(장미희 분)의 가방을 뒤져 몰래 편지를 읽는 등 못된 짓을 골라 합니다. 최근에는 강순옥에게 별도의 요리반을 개설해 자신이 직접 강습을 하겠다고 제안했다가 아직 때가 아니라며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는 세무당국에 탈세혐의가 있다고 제보하는 등 은혜를 원수로 갚을 기세입니다. 박은실은 김현숙의 남편인 정구민(박혁권 분)에게 술에 취했음을 빙자하여 추파를 던지다가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박은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는 게 두 번째 관전포인트입니다.
▲ 세 번째 악녀-김철희의 조강지처 강순옥의 인생을 망치게 한 장모란의 정체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상당한 재력가인 장모란이 강순옥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때만 해도 장모란은 가정이 있는 강순옥의 남편 김철희(이순재 분)를 유혹하여 단란한 가정을 깨뜨린 악녀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도박으로 어려움에 처한 김현숙에게 10억원의 거금을 주면서 투자한 돈을 불렸다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귀가한 현숙은 어머니에게 돈을 건넸지만 순옥은 당장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사실 장모란은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진 강순옥 가족들을 도우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장모란은 김철희-강순옥 부부를 파탄시킨 장본인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임이 드러난 것입니다. 문제의 주범은 김철희였습니다. 김철희는 조강지처인 강순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모란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강순옥과는 정리할 것이라며 장모란에게 청혼하였는데 당시 모란은 약혼한 남자 한기영이 있었습니다. 철희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모란을 불러내 기차여행을 하게 되었고 이때 모란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놀란 모란은 기차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 했는데 철희가 이를 말리다가 실수도 기차에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철희는 구조되어 요양원에서 생활했지만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 당시 김철희는 한기영에게 편지를 보내 기영이 모란을 배신하도록 이간질했고 이로 인해 기영은 모란을 버렸습니다. 결국 철희의 이기심이 주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것입니다.
장모란이 강순옥의 집에 들어온 것은 자신 때문에 김철희가 죽었다는 죄책감도 있었지만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후일 김철희는 기억을 되찾았고, 자신이 장모란에게 몸쓸 짓을 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장모란은 착하지 않은 여자가 아니라 착하지 않은 남자 김철희와 엮이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한 피해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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