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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4호선은 북쪽의 당고개에서 남쪽의

오이도까지 운행하는 노선입니다. 따라서 4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누구나 오이도라는 이름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소재 오이도(烏耳島)는 원래 육지에서

약 4km 떨어진 섬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갯벌을 염전으로 이용하면서 육지와 연결되었습니다.

 

오이도에는 주요한 관광명소가 다수 있지만

함상전망대에서 노을의 노래전망대-빨강등대-생명의 나무전망대를 거쳐

황새바위길까지 이르는 방파제 산책로는 이른바 옛 시인의 산책길입니다.

 

 

 

 

 

이곳에는 우리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유명한 시인 김소월, 김영랑, 윤동주, 한용운, 노천명이 지은

13편의 주옥같은 시를 만나게 됩니다.

 

여건이 하락한다면 이곳을 유유자적하게 거닐면서

오이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바다와 갯벌,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옛 시인의 시(詩)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팍팍한 세태에 우리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는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스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오이도 아트컨테이너

 

 

아트컨테이너 뒤로 보이는 오이도박물관

 

 

 

 

바다/윤동주

 

실어다 뿌리는

바람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촘히

고개를 돌리어 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설워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도려다보고 도려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오이도 함상전시관

 

 

오이도 종합 어시장 가는 길

 

 

 

 

나의 꿈/한용운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에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이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뚤귀뚤」 울겠습니다

 

당신이 긴긴 겨울날 혼자 지내실 땐,

나의 꿈은 부드러운 볼에

봄바람으로 다가가

잠을 깨우겠습니다.

 

 

 

 

 

사슴/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을의 노래전망대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남녀의 형상을 바람으로 표현한 작품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 하겠소.

 

 

 

 

 

 

 

 

못잊어/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오이도 빨강등대

 

 

 

 

 

서시/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인연설/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다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 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에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 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으로 여겨 함께 기뻐하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산유화/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생명의 나무전망대

 

 

 

 

 

먼 후일/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별헤는 밤/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바다건너 송도국제도시가 보이는 방파제 옛 시인의 산책길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김소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시름인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오이도 황새바위길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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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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