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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은 9개의 유인도와 1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수도권 제1의 청정지역입니다. 강화나들길은 강화도 14개코스(174.9km), 교동도 2개코스(33.3km), 석모도 2개코스(26km), 주문도 1개코스(11.3km) 및 볼음도 1개코스(13.6km) 등 모두 20개코스 310.5km에 달하는 도보길입니다.
여행자들은 나들길을 걸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사시대 고인돌, 고려시대 왕릉,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 했던 조선시대 진지와 돈대, 선조의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역사와 문화생활, 광활한 갯벌과 천연기념물 철새(저어새, 두루미 등)가 서식하는 자연생태환경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강화나들길 9코스는 “교동도 다을새 길”로 교동도 동남부의 월선포선착장에서 출발해 화개산(전망대)과 화개정원, 대룡시장 및 남산포를 거쳐 월선포선착장으로 원점회귀하는 16km의 도보길입니다. 강화군 교동면 소재 교동도는 서해와 한강이 만나는 생태계의 보고지만 북녘 땅과는 거리가 2.6㎞에 불과한 접경지역으로 군사시설보호법 및 문화재보호법 등으로 개발이 제한되고 어로 활동을 하지 못해 오랜 시간 소외된 도서지역으로 남아 “시간이 멈춘 섬”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교동대교가 준공돼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함으로써 최근 지역발전과 주민 소득생활 수준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으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화개정원의 개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9코스의 들머리는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 소재 월선포선착장입니다. 월선포는 교동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강화도 창후항에서 교동도로 입도하는 관문역할을 하던 곳으로 상업이 발달한 포구였으나 지금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추억의 장소로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곳에서 해변을 따라 교동대교 서단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완공될 경우 예전의 영화를 되찾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월선포구에는 강화나들길 9코스를 알리는 다을새길 안내그림과 도장함이 있고 월선포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강화도 창후항 뒤로 별립산(416m)이 우뚝합니다. 여기서 북쪽의 도로를 따라 가면서 좌측의 교동교회를 지납니다. 남녀 장승이 있는 길목에는 토끼풀이 여행자를 반겨주네요.
갈림길에는 거의 어김없이 이정목 또는 리본이 걸려 있어 길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잠시 숲길로 들어섰는데 외계인 복장의 젊은이 몇 명이 보여 뭘 하는 지 물어보니 촬영 중이라고 하더군요. 금새 숲길을 빠져 나와 포장된 길을 가다가 우측의 임도로 진입합니다. 이제부터 나들길은 화개산 동남쪽 자락으로 이어집니다. 길섶의 안양사지는 화개사와 함께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될 정도였으나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는군요.
요리조리 구부러진 산길을 따라가면 드디어 교동향교입니다. 강화군 교동면 읍내리 148번지 소재 교동향교(喬桐鄕校)는 조선 시대의 향교로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이기도 합니다. 마침 문이 열려 있어 내부를 둘러보았지만 명륜당과 대성전의 문은 닫혀 있더군요. 향교 좌측 성전약수가 있는 곳에는 샤스타데이지가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이 때 향교관리인이 필자에게 “꽃이 참 아름답지요”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필자는 향교의 문이 열려 있어 잘 둘러보았다고 감사를 표했는데, 그는 “전에는 명륜당과 대성전 문도 열었지만 방문객들이 전시품을 만지는 등 부주의한 행등을 하는 바람이 부득이 문을 닫았다”고 대답합니다. 참 아쉬운 대목이로군요.
교동향교를 뒤로하고 포장된 길을 따라 서서히 오르면 화개사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화개사는 고려 때 창건되었는데, 한때는 고려 삼은(三隱)의 한 분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 이곳에 머물며 독서를 즐겼다는 매우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현재는 법당과 요사채만 있는 소박하면서도 고즈넉한 절집이지요.
화개사 서쪽 등산로 입구에는 “공사중 등산로 폐쇄”라는 안내문이 그대로 있지만 이는 정상의 개화산 전망대 공사를 할 때의 일이며, 지금은 완공했으므로 이 안내문이 치워야 할 것입니다. 이를 잘 모르는 등산객(나들길 답사객)들은 괜히 등산로가 폐쇄 중인 곳으로 가서 낭패를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거든요. 화개사에서 봉수대까지의 거리는 1.4km로 계속 오르막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습니다.
연산군 유배지 갈림길에서 반가운 이를 만났는데 필자의 단골 산악회 회원이 JH부부입니다. 남편이 요즘 건강상의 이유로 산악회 참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서 만나니 무척 반갑더군요. 방금 필자가 오른 길로 가는 부부를 보면서 앞으로 산악회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습니다. 여기서 봉수대 정상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오르막입니다. 정상 전망대는 화개정원에서 조성한 화개산 전망대로 정원에서 모노레일(유로)을 타고 오른 이들만 갈 수 있어 등산로를 따라 오른 사람은 그냥 울타리 밖에서 바라볼 뿐입니다.
강화도의 군조(郡鳥)인 저어새를 형상화 했다는 전망대의 다자인이 정말 멋지군요. 길을 따라 가노라니 북쪽으로 북한지역이 보이지만 날이 흐려 선명치 않습니다. 마침 모노레일을 타고 온 승객들이 나무테크를 이용해 전망대로 오르는 모습이 보이네요. 봉수대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전망대는 정말 명품입니다. 데크길 옆을 지나가는데 방금 내려가는 모노레일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동쪽 화개산 정상 방면으로 갑니다. 포근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길섶에는 청동기시대의 암각화가 있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조금 더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화개산 정상(260m)입니다. 북쪽으로는 안개구름이 끼어 있군요. 계속 능선을 가면서 남쪽을 바라보면 석모도 상주산(264m)이 우뚝합니다. 140 포근한 능선길
능선을 돌아 북서쪽으로 가는 길목에는 화개산성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데, 총 길이 2,168m의 산성은 16세기에 증축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화개약수로 목을 축인 후 면사무소 방면으로 내려섭니다. 내려가는 돌계단과 나무계단 길이 엄청 길더군요. 갈림길에서 연산군 유배지를 따라 갑니다. 좌측에 최근 개원한 화개정원과 조금 전 만났던 화개산 전망대가 보이네요.
화개정원 입구로 오니 연산군 유배지까지의 거리가 150m라고 적혀 있는데 다만 이는 정원 안에 위치하고 있어 유배지를 보려면 매표(성인 1인 5,000원)를 해야 합니다. 필자는 이곳을 그냥 지났다가 나들길 9코스를 완주한 후 다시 이곳으로 와서 입장해 연산군 유배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넓은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화개정원을 알리는 안내도와 해바라기 조형물이 있습니다.
여기서 작은 언덕을 넘어가면 교동순례자의 교회입니다. 나들길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지만 워낙 규모가 작아서 세계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교회라고 불리므로 잠시 짬을 내어 방문할 만합니다. 교동초등학교 뒤쪽의 이 교회는 예배당이 성인 1-2명이 들어가면 적당한 크기로 김태헌 목사가 2020년 6월 완공한 것입니다.
교회를 내려오면 교동초등학교인데 교정의 담벼락에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곳은 대룡시장으로 평일임에도 시장에는 제법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실 이곳 대룡시장은 나들길 10코스(메르메 가는 길)의 기종점이어서 이미 자세하게 답사했기에 이번에는 그냥 지나갑니다.
대룡시장을 나와 교동파출소를 뒤로한 후 교동남로를 횡단해 주황색 벽의 건물 쪽으로 진입합니다. 정자 옆에는 해당화가 피어 있더군요. 농지사이의 포장길을 걸으면서 좌측 화개산쪽을 바라보면 아까 지나왔던 화개산 전망대의 시설물이 보입니다. 교동화개농장과 대흥호 새우젓 직판장을 지나자 불두화가 무리를 지어 피어 있습니다. 길섶의 낭만적인 펜션을 지나면 남산포인데, 이곳에는 삼도수군통어영이 있었답니다. 1633년 설치한 삼도수군통어영은 경기도는 물론 함경도와 충청도의 수군을 관장하던 부대로 이곳에 그 터가 남아 있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해안방조제 옆 수로를 걷다가 좌측으로 몸을 돌려세워 화개산 전망대를 보면서 걸으면 좌측에 교동읍성이 있습니다. 강화군 교동면 읍내리 소재 교동읍성은 조선 인조 7년(1629)에 처음 쌓았으며, 영조 29년(1753) 고쳐 쌓았고, 고종 21년(1884)에는 성문을 다시 세웠답니다. 성의 둘레는 약 430m, 높이는 약 6m로, 동·남·북쪽 3곳에 성문을 두었고, 각 문에는 망을 보기 위해 문루를 세웠는데, 동문은 통삼루, 남문은 유량루, 북문은 공북루라고 하였습니다. 동문과 북문은 언제 없어졌는지 확실하지 않으며, 남문인 유량루는 1921년 폭풍으로 무너져 반원 형태의 홍예문만 남아 있던 것을 2017년 복원한 것입니다.
교동읍성 남문에서 동진포쪽으로 갑니다. 전통원두막을 지나면 해안방조제인데 이곳은 동진포가 있던 곳입니다. 이는 조선 인조 때 설치되었던 포구로 서울과 인천 및 해주로 통하는 관문이었습니다. 해안 방조제 갯벌에는 붉은 색의 칠면초가 많이 자라고 있군요. 방조제길은 당국이 잡초를 제거해 걷기가 매우 편리합니다.
정자가 있는 제방길에는 하트조형물과 흔들의자, 교동도 안내도, 사각의 출입문 등 사진을 찍기 좋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여행자를 미소짓게 만듭니다. 이어지는 제방길에는 나비및 두루미 조형물, 화개정원과 대룡시장 및 난정저수지 등 교동도의 명소를 설명한 안내문이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수문을 통과하니 목적지인 월선포 선착장입니다.
오늘 약 14km를 걷는데 4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나들길 홈페이지에는 9코스의 거리가 16km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약 2km가 짧은 듯합니다. 9코스는 교동도의 주요명소를 거치는 멋진 길이며 특히 최근 개원한 화개정원 및 화개산 전망대를 볼 수 있음은 보너스입니다.
《강화나들길 9코스 개요》
▲ 일자 : 2022년 5월 17일 (수)
▲ 코스 : 월선포 선착장-교동향교-화개사-화개산 전망대(봉수대)-화개산-화개약수-화개정원-대룡시장-남산포-교동읍성 남문-동진포-제방길-월선포 선착장
▲ 거리 : 14.3km
▲ 시간 : 4시간 25분
▲ 안내 : 나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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