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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거창하다. 글쓴이는 종말론자도 예언론자도 아닌 평범한 필부필부(匹夫匹婦)다. 따라서 이러한 무거운 제목으로 글을 쓸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고백하건 데 이는 지하철에서 말끔하게 생긴 한 노인으로부터 받은 팜플렛의 제목이다. 


산에 갔다가 귀가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다행히 전동차 내에는 빈자리가 제법 있어 나는 노약자 석에 앉았다. 다음 역에서 가방을 든 한 노신사가 타더니 내 옆자리에 앉았다. 무언가 읽고 있다가 가방에서 팜플렛을 꺼내 나에게 건네주며 조용히 말했다.
"시간이 있을 때 한번 읽어보세요!"


나는 알았다는 목례를 보내고는 이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귀가하여 꺼내보니 위 제목과 같은 글이 앞면에 크게 인쇄되어 있다. 나는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팜플렛 맨 뒤를 보니 다음과 같은 글귀가 보인다.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싶습니까? 아래 해당 주소의 여호아의 증인 사무실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아까 지하철에서 만난 노신사는 여와아의 증인 신도라고! 돌이켜보면 나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L씨)이 열렬한 여호아의 증인 신도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깨어라!" 라는 제목의 읽을거리를 정기적으로 나누어주곤 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이를 강요하거나 다른 특별한 행동을 하지는 않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우리들이 졸업한 후 종말론이 고개를 든 적이 있었다. 같은 도시에 살았던 동창들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은 그 때 종말론을 너무 신봉한 나머지 곧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라며 고등학교에 다니던 딸도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자신도 교사직을 내던졌다고 하였다. 당연히 그가 심취한 종말은 오지 않고 직장을 잃게 된 선생님은 무척 고생을 하셨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어 글쓴이는 여호아의 증인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아니한다.


1970년대 서울에서 하숙을 할 때 검은 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외국인 두 명이 항상 가방을 들고 주택가 골목길을 서성이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그 후로는 거의 이들 신자의 모습을 보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는 노신사로부터 팜플렛을 받은 것이다.  


이 팜플렛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이토록 많이 들어본 세대는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은 핵 참사로 세상이 끝날 것을 두려워합니다. 세상이 오염으로 파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제혼란으로 인간집단들이 서로 적대시하게 될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세상이 과연 끝날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 끝은 무엇을 의미할 것입니까? 세상이 끝난 적이 있습니까?』


뭔가 심각한 메시지를 던져 주는 듯 하다. 계속해서 다음 구절을 보자.
『그렇습니다. 세상이 실제로 끝난 적이 있습니다. 노아시대에 매우 악하게 되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중략-  그 세상 끝이 무엇을 의미하였고 무엇을 의미하지 않았는지 유의하십시오. 그것은 인류의 끝을 의미한 게 아니었습니다. 노아와 그의 가족은 세계적인 홍수를 살아 남았습니다. 행성인 지구와 별이 총총한 아름다운 하늘도 존속하였습니다. 멸망된 것은 "경건치 아니한 자들의 세상" 곧 악한 사물의 제도였습니다.』




자꾸만 표현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노아의 방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연결되는 줄은 몰랐다. 조금 건너뛰고 다음을 보자.
『성서의 말씀은 문자적인 땅이나 별이 총총한 하늘이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은 그 "하늘" 곧 사단의 영향력 아래 있는 통치자들과 그 "땅" 곧 인간사회와 더불어 불살라지듯이 멸망될 것입니다.』
점점 더 어려워진다. 문장에서 뭔가 빠뜨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다음을 보니 모든 일은 성서 필자들이 "마지막 날"이라고 부른 때에 일어나게 되는데, 예수께서는 "마지막 날"을 특징지을 것으로 예언하신 것들 중 일부를 고려해 보아야한다면서 전쟁, 기근, 지진, 전염병, 불법과 폭력을 꼽고 있다.


위 글과 다음 글을 보면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사고가 예수님의 예언대로 진행된다고 유도한다. 이 팜플렛의 결론을 보자.


『다른 많은 것들이 마지막 날 중에 있을 것으로 예언되었으며, 그 모든 것들이 성취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상 끝이 가까웠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생존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성서는 이렇게 약속합니다. "오직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배우고 행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세상 끝을 생존하여 하나님의 신세계의 축복을 영원히 누릴 수 있습니다.』


결국 하느님을 믿어야 종말이 와도 우리는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냥 하루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이 글을 읽어봐도 이들의 주장이 가슴이 와 닿지 아니한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지하철 구내나 객차 안에서 시골의 장돌뱅이들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특정종교를 믿으라고 떠드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이들의 전도수법은 한결 세련되어 보인다.  


필자는 유럽의 대성당에 가서 그 웅장한 규모에 놀라고, 국내의 산사에 가서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며, 유교식에 따라 조상의 제사에 참여하지만 별 수 없이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 무신론자일 따름이다.   

                       ☞ 스크랩 안내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penn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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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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