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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립공원 봉명산(鳳鳴山, 해발408m)에 위치한 다솔사(多率寺, 경남 사천시 곤명면 용산리 소재)는 신라 지증왕(503년) 때 창건한 고찰이다. 다솔은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이며, 다솔사는 일제 때 한용운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이기도 하였고 대양루, 응진전, 극락전, 적멸보궁 등이 있는 천년고찰이다.

남해의 망운산 산행을 마치고 나니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산악회 측은 회원들을 봉명산 다솔사로 안내했다. 다솔사 진입로는 하늘을 가릴 정도로 소나무가 우거져 버스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한적해 보인다.

주차장에서 오르니 제일 처음 맞이하는 전각이 대양루(大陽樓)이다. 적멸보궁 맞은 편의 이 건물은 신도들에게 설법을 하거나 불교관련도구를 보관하는 장소이다. 대양루는 1748년(영조 24)에 지은 건물이며 다솔사에서 현존하는 건물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누각으로, 1974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제83호)로 지정되었다.


대양루


대양루를 지나니 바로 사창의 중심전각인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5대 적멸보궁(영축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적멸보궁




그런데 이곳 사천지방에 적멸보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각을 보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부처님의 진신사리탑임을 알리는 현지안내문에 의하면 1978. 2. 8 대웅전 삼존불상 개금불사 때 후불탱화 속에서 108과의 사리가 발견됨에 따라 익산미륵사지 석탑형태의 높이 2.3m 30평 정도의 성보법당을 설치하고 동양최대규모의 적멸보궁 사리탑을 건립하여 불사리를 봉헌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발견된 사리의 주인공이 누구이든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였으니 적멸보궁이라고 이름지어졌다고 본다. 신도가 출입하는 문으로 적멸보궁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적멸보궁이라면 당연히 불상이 없어야 한다. 글쓴이가 방문한 영축산 통도사와 태백산 정암사가 그랬다. 그런데 기단 위에는 황금색의 누워있는 부처님(와불상)이 모셔져 있고 그 위는 창문으로 뚫어져 있다. 이는 불교를 잘 모르는 길손의 눈으로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적멸보궁 안의 와불상


이에 대하여 현대불교신문 논설위원인 윤제학의 해설이 그럴 듯하다. 다솔사의 원래 중심전각은 대웅전이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처님의 사리가 발견되어 대웅전을 적멸보궁으로 바꾸면서 열반상인 와불을 모셨다고 한다. 이를 두고 그는 "20세기에 조성한 적멸보궁다운 창조적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적멸보궁 뒤로 들어가니 그야말로 큰 사리탑이 외로이 서 있다. 여기서 외롭다는 표현은 사리탑 주변에 아무런 보조시설이 없다는 뜻이다. 통도사 적멸보궁의 사리탑은 몇 겹의 석책(石柵)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쪽에 가지런히 놓인 앙증맞은 소형 불상들이 사리탑을 지키고 있는 형국이어서 사리탑도 그리 외롭지는 않을 터이다.


사리탑





적멸보궁 우측에는 극락전과 응진전이 있다. 16나한을 모신 응진전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에 의해 처음 창건되었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며 이후 1690년 죽마대사가 중건하였다. 그 건물마저 노후되어 1930년에 만해 한용운 선생이 다시 중수한 것이 현재의 응진전이다. 만해는 다솔사를 근거지로 하여 구국운동 단체인 <만당>을 조직해 활동했으며, 그의 회갑기념모임도 이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극락전

응진전


사리탑 뒤의 드넓은 언덕에는 차나무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이곳 차나무는 다른 곳에 비해 성장이 빨라 차를 일찍 수확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만들어지는 죽로차의 일종인 <반야로(般若露)>는 "지혜의 이슬"이라는 이름처럼 품질 좋은 명차(名茶)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서울 인사동에서도 그 맛과 향을 음미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녹차밭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주차장로 내려오다가 녹색이 선명한 나무를 보았다. 겨울임에도 이토록 짙은 녹색을 가진 나무는 동백나무가 유일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차장 옆에는 전통다원인 옥천청면(玉泉淸茗)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녹색의 나무

전통찻잡인 옥천청명


봉명산은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곳에다가 조상의 묘를 쓰려는 세도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정에서는 현직 관리의 건의를 받아들여 어명으로 묘를 쓰지 못하도록 소나무 숲길에 어금혈봉표(御禁穴封標)를 세웠다. 이 봉표는 아마도 차도 곁에 설치되어 있는 모양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독자여러분을 위해 인터넷에서 빌려 왔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어금혈봉표 (사진/월간 산 정정현 부장)


군립공원인 봉명산(408m)은 나지막한 산으로 이곳 다솔사에서 금방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다솔사는 김동리의 대표작인 <등신불>의 무대가 된 사찰이기도 하다. 사천에 위치한 다솔사는 적멸보궁, 명차인 반야로, 어금혈 봉표, 한용운과 김동리 등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참 좋은 절 집이다.
(2009. 1. 1.)   
 

☞ 가는 길 : 남해고속국도 곤양IC를 빠져 나와 58번 지방도를 타고 북쪽 곤명으로 가다가
                 신산에서 이정표를 보고 좌측으로 진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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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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