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차례마저 부정하는 특정종교의 빗나간 이기심
실로 오랜만에 명동이라는 곳을 나가보았다. 일부러 간 것이 아니라 충무로의 남산골한옥마을에 들렀다가 설날큰잔치가 25일(일)부터 시작되는 바람에 한바퀴 둘러본 후 발걸음이 자연히 명동으로 향했다.
명동은 시골촌놈이 상경하여 직장생활하면서 이곳은 내 관할구역이 되었다. 사무실이 남대문로 2가였으니 명동 입구가 바로 엎어지면 코가 닿을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곳을 떠난 지 만 30여 년이 지나 다시금 명동에 발을 디디니 만감이 교차한다. 물론 그 후로도 몇 차례 명동을 다녀가기는 했지만 설 명절을 앞두어서 인지 더욱 감회가 새롭다.
명동은 옛날의 영화를 압구정동에 빼앗겼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쇼윈도우의 상품은 내가 보기에 매우 멋진 것들 일색이다.
명동거리인파
그런데 차 없는 거리에서 확성기를 가지고 떠드는 사람이 있어 발걸음을 늦추니 2명의 남자가 예수를 믿으라는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그냥 지나치면서 들려오는 말을 한번 보자.
"여러분, 설날에 제사를 지내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며, 하느님께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오로지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급하게 사진 한 장을 찍고는 현장을 벗어났기에 그 후 무슨 말이 이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설날에 차례(茶禮)를 지내지 말도록 선동(?)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
아무리 특정종교가 "나 이외의 다른 신을 믿지 말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유일신을 신봉한다고는 하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차례와 제례를 부정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차례와 제례는 유교의 가르침에 의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유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우리 생활의 일부라고 본다. 우리 후손들이 조상을 섬기는 것은 우리가 유교를 믿어서가 아니라 과거부터 내려온 전통과 관습에 의해서 행해진 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고루한 관혼상제는 간소화되어야겠지만 이의 의식행위자체마저 부정하는 지극히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종교는 가정과 사회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 동안 제례를 잘 모시던 사람도 특정종교에 빠진 후부터 제상(祭床)에 절을 하지 않아 가정불화로 이어진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조상을 모시는 것은 돌아가신 조상의 귀신에게 절하는 것이므로 유일신 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종교를 창시한 분의 생각도 이와 같았을 까! 조상의 신(神)도 불교나 이슬람교처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신일까!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누가 어떤 종교를 믿던 다른 사람의 간섭과 강요를 받지 아니한다. 그렇지만 비록 유일신을 신봉하는 종교인이라도 내 종교가 아니면 안 된다는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다른 종교도 존중해 주는 사고방식을 가지며, 종교와 전통을 구분하는 지혜를 발휘해 열린 마음으로 종교를 가진다면 이 세상은 종교간의 갈등과 문화적인 충격을 크게 완화하는 보다 살기 좋은 지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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