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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동쪽 산자락에 자리잡은 천년고찰 선암사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본산이다. 사찰 창건에 대해서는 백제 아도화상 창건설, 신라말 도선국사 창건설이 있다. 선암사를 대대적으로 중창한 분은 고려시대 고승인 대각국사 의천이다. 지금 남아 있는 대웅전 기단과 돌계단이 그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 서쪽에 신선이 바둑을 두던 평평한 바위가 있어 선암사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6.25때 대부분 소실되어 지금은 20여 동의 당우만 남았다고 하는데, 서쪽의 송광사와 쌍벽을 이루는 수련도장으로 유명하다. 선암사의 소유권은 조계종이, 점유권은 태고종이 가진 분규사찰로, 법적 재산관리권은 순천시가 가지고 있음에 따라 중창불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옛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주차장에서 안으로 들어서니 인디언 복장을 외국인 3명이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토록 호젓한 산사 앞까지 와서 외국의 음악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외국인의 공연 장면


부도탑과 공덕비를 지나면 보물(제400호)인 승선교이다. 이 돌다리는 선암사만큼 유명세를 자랑한다. 승선교는 우리나라 무지개다리 중 가장 자연스럽고 우아하다는 평을 듣는다.

공닥비와 부도탑

보물인 승선교


2층 누각인 강선루(降仙樓)를 지나자 제법 단풍이 보인다. 선각당이라는 찻집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일주문이다. 현판의 글자배치가 상당히 특이하다. 세로로 쓴 것은 좋은데 2열이 아닌 3열로 배치를 하다보니 처음 접하면 읽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일주문 뒤에 새겨진 글자는 도저히 읽을 능력이 없다.

찻집인 선각당

남아 있는 단풍

선암사 일주문

일주문의 뒤 모습


일반적으로 일주문을 지나면 사천왕문이지만 이곳에서는 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조계산의 주봉이 장군봉이므로 호법신인 사천왕상이 필요 없기 때문이란다. 다음 전각에 붙어 있는 "태고총림조계산선암사"현판도 사찰의 홍보용 현수막으로 인해 반쯤 가려진 상태다.




범종각 곁의 샛노란 은행나무가 가을의 정취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범종각과 은행나무


대웅전은 매우 단아하면서도 정중한 다포식 겹처마 팔작자붕의 전각이다. 그러나 앞쪽의 문은 있으되 사람이 출입하는 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앞문은 스님출입문인데 이 대웅전은 스님마저도 출입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문지방이 매우 높게 설계되어 있다. 즉 어간문(대웅전 정중앙의 출입문)이 없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처럼 깨달은 분만이 통과 할 수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대웅전 뒤쪽으로 수많은 전각이 있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 볼 여유가 없다. 급하게 사진을 찍고는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뒤ㅅ간"이라는 현판이 붙은 특이한 건물이 보인다. 뒤간은 변소이므로 해우소로 해야 정상일 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절집 화장실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대변소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좌측의 남자용으로 들어가 보니 그야말로 칸막이만 쳐 놓은 열린 뒤간이다. 앞쪽에 문이 없고 그냥 터져 있다. 크고 깊은 데다가 냄새도 없고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丁’자형 건물로 많은 사람을 수용하도록 2열로 배치되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너무 깊어 덜컥 겁이 난다. 어느 스님이 어제 눈 똥이 지금도 떨어지는 중이라고 했다던가. 아래에서 똥 돼지가 꿀꿀거리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남지방에서 이 같은 형태의 뒤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뒤 간

대변소 내부

남성용 내부


 

선암사는 선녀와 인연이 많은 절집인가 보다. 사찰 이름도 선암사이거니와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 2층 누각인 강선루, 찻집인 선각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선녀 선(仙)자를 사용하고 있다.

끝으로 시인 정호승의 선암사를 읽으며 글을 마친다. 시인은 "대소변을 몸밖으로 버리듯 번뇌와 망상도 미련 없이 버리세요"라고 써 있던 글귀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고 한다.


선 암 사       

 - 정호승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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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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