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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추노>가 24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그동안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시청자들을 TV앞에 잡아두었던 추노가 끝났으니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소위 "추노 폐인"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4회 이후 한 두 차례를 제외하고 기록한 연속 30%이상의 시청률이 이를 웅변으로 증명해 줍니다.

추노방영 전 <해피투게더>에 함께 출연한 주연 장혁과 오지호 및 이다해는 추노의 촬영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이다해의 재치 있는 말은 그녀의 재능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오지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일관해 칼싸움을 제외하고는 무사다운 기질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다해는 노비출신이면서도 언제나 화사한 얼굴과 밝은 옷으로 당시의 상황과는 다른 연출을 해 방영초기에는 시청자들로부터 민폐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습니다. 다만 장혁만은 내내 투혼을 불사른 빛나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추노는 세상을 바꾸어 양반도 상놈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민초들의 저항도 있었고, 또 무능한 임금과 당파싸움에 빠져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조정대신들을 응징하려고 시도한 양반도 있었지만 결국 탐욕의 화신인 좌의정 이경식과 그의 사위 황철웅에게 철저히 농락 당하였습니다. 이들의 저항은 거의 막판까지 실패한 듯 했지만 최종회에서 괴수인 이경식이 업복이에 의해 살해됨으로서 결국은 성공한 듯 보입니다. 아니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조차 부질없는 듯 합니다.   

드라마 종반부에 주인공 중 누가 죽고 사느냐가 초미의 관심이었지만 결국 대길이 죽고 송태하와 황철웅은 살아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3인은 모두 여인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결전에서 부상을 당한 송태하는 역시 부상당한 언년이의 부축을 받으며 대길에게 철웅과 싸우도록 남겨둔 채 현장을 빠져나갑니다. 대길은 철웅과 혈투를 했지만 결국 그를 가슴에 품었던 설화의 무릎에서 숨을 거둡니다. 겨우 목숨을 건진 철웅도 뇌성마비 아내 곁으로 가서 통곡합니다. 



그러나 도망간 노비를 쫓고 쫓긴다는 이야기에 애절한 러브라인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곁가지를 갖다 붙여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추노가 이토록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12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12가지 중에서 주인공인 송태하와 언년이를 별도로 부각시킬 수 없음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제주에서 원손을 데리고 떠나야 하는 절박한 순간 송태하와 언년이의 뜬금 없는 키스장면, 죽은 줄 알았던 최장군과 왕손이가 불사조처럼 되살아나 월악산 산채로 왔지만 재회의 기쁨을 준 것 이외에는 별로 한 일도 없었던 것은 옥의 티입니다.    



① 추노꾼 장혁(이대길 역)의 신들린 연기

추노 성공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장혁입니다. 그는 절권도를 전문가 뺨칠 정도로 잘 한다고 합니다. 그는 화산고 촬영 후 영화전문가들이 "너는 액션을 해야하니 소림사로 가라"고 권유했답니다. 그런데 소림사로 들어가면 3년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수련을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소림사에 가지 않고도 액션연기를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절권도를 배웠답니다.

실제 촬영현장에서 그는 일반적으로 대역(代役)을 이용하는 어려운 액션장면도 직접 연기할 정도로 고수입니다. 그는 추운 한겨울 산에 오르며 무거운 역기를 들고 항상 신체단련을 한답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복근도 소위 말하는 초콜릿 명품 꿀복근입니다.


그는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표정연기의 달인이기도 합니다. 그의 강렬한 눈빛은 단박 시청자들을 사로잡습니다. 그의 연기에는 혼이 들어 있습니다. 능글능글하면서도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독기를 내 뿜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사근사근하다가도 때로는 화산처럼 폭발합니다. 그는 양반집 자제로 과거준비를 하다가 추노꾼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져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 대길 역을 정말 멋지게 잘 소화해 냈습니다. 금년 말 연기대상을 거머쥘 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는 지난 주 토요일 "연대기 100인의 전설"의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엄지손가락 한 개만을 땅에 짚은 채 팔굽혀펴기시범을 보여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강철체력의 소유자입니다. 




② 대길 패거리의 환상적 조합

대길패거리의 3인방은 대길과 최장군(한정수 분) 및 왕손이(김지석 분)입니다. 최장군이 길을 가는데 좀도둑의 명수인 왕손이가 노자 돈이 든 주머니를 날치기 해 갑니다. 도망치는 왕손이를 잡은 사람은 대길입니다. 이렇게 하여 대길 패거리는 저자거리에서 운명적으로 만납니다. 대길은 애당초부터 첫사랑 언년이와 집안의 원수인 큰놈이를 찾을 생각으로 추노꾼이 된 사람이라 다른 여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입니다.

한편 최장군은 무과시험에 수 차례 낙방한 후 실의에 빠졌을 때 대길을 만나 추노꾼이 되었지만 자부심은 대단한 인물입니다. 비록 대길과의 싸움에 져서 언니로 대접하지만 한번도 그를 언니로 부르지 아니합니다. 그렇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선배로서 대길과 왕손에게 진심 어린 충고도 해주는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그도 여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목석 같은 사나이입니다.  



왕손이
는 잔 재주꾼입니다. 그의 전력이 말해주듯 몸이 날래고 머리를 잘 굴립니다. 특히 여자를 꼬시는데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 그를 만나는 여자는 그냥 순순히 옷고름을 풉니다. 비록 대길패거리에서는 밥하고 빨래하는 식모역할을 해야 하지만 추노질이 없는 날에는 장안의 모든 여자를 요리할 수 있다는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나이입니다. 이런 왕손이도 작은 주모만은 건드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마음은 최장군에게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세 사람은 전혀 다른 성격의 사나이들입니다. 같은 점이 있다면 항상 누더기를 걸치고 다닌다는 점, 명품 복근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추노질을 하면서 친형제보다도 더욱 끈끈한 정으로 맺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추노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그리고 대길이 추노질을 해서 번 돈으로 이천에 노후대비용 재물을 마련한 것도 갸륵합니다.  
 


③ 남성 출연자들의 초콜릿복근의 노출

<추노>는 도망노비들을 쫓고 쫓는다는 이야기이므로 주인공들은 항상 가슴을 드러낸 헐렁한 상의를 입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상반신을 거의 드러낸 채 생활합니다. 주인공인 대길(장혁 분)을 비롯하여 송태하(오지호 분), 최장군(한정수 분), 왕손이(김지석 분)의 복근은 그야말로 초콜릿 명품복근입니다.

다른 드라마에서 남성들의 복근을 보여주려면 수영장이나 샤워 장을 동원해야 하지만 추노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이들의 꿀복근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 시청자를 유혹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유인책은 없을 것입니다.  




④ 남성 조연들의 빛나는 명품연기

천지호(성동일 분)는 오포교(이한위 분)가 일러주는 도망노비를 잡는 추노꾼으로서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저자거리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그는 특유의 간사하고 느끼한 웃음으로 명연기를 펼쳐 네티전으로부터 "미친 존재감"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드라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는 황철웅에게 속아 그의 졸개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자 "은혜는 안 갚아도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는 명대사를 날렸습니다.


송태하와 이대길이 잡혀 교수형 집행이 있는 날 천지호는 포졸로 변장하고 바로 현장에 있었지만 대길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경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천지호는 포졸이 쏜 화살을 맞은 후 숲 속에서 죽어가면서 노잣돈이라며 스스로 엽전을 입에 넣습니다. 이 아이디어도 천지호가 직접 냈다고 하는군요. 그는 대길에게 발가락을 긁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천지호의 열연에 찬사가 쏟아집니다. 아마도 그는 연말 논공행상에서 <추노>를 빛낸 공신의 반열에 오를 것입니다.


송태하를 쫓는 황철웅(이종혁 분)은 훈련원 무사로 태하와 한솥밥을 먹었지만 태하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로 만족해야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태하를 배신하고 권력의 앞잡이가 됩니다. 그는 당시 권모술수의 화신이던 좌의정 이경식(김응수 분)의 사위로 아내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습니다. 그는 좌의정의 조종에 따라 소현세자와 관련된 인물을 가차없이 살해하는 살수(殺手)로 이대길과 송태하의 원수가 됩니다. 그는 악역을 맡았지만 그의 차가운 표정과 연기는 정말 살수로서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비당의 업복이(공형진 분)는 관동포수출신으로 호랑이를 잡았지만 부친의 빚 때문에 노비로 팔려 갔습니다. 그는 도망을 갔다가 대길에게 잡혀 얼굴에 낙인이 찍한 인물입니다. 그는 총잡이의 명수로 존재를 알 수 없는 "그분"(박기웅)의 지시에 따라 양반들을 죽이지만 이게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 회의적입니다. 그는 초복이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말도 못한 숙맥입니다. 업복이의 말투와 연기는 매우 진지하고 양반사회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올랐는데 나중에 자신과 초복이의 양반주인 및 이경식을 죽이는 전사가 됩니다.





좌의정 이경식(김응수 분)은 권력층의 악의 화신입니다. 그는 초고속승진을 하여 정승까지 오르는데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위인 철웅을 동원하여 소현세자를 따르는 송태하와 혈손인 원손 석견을 잡는데 정치생명을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나라 용골대에 맞서기도 하고, 기생들을 이용해 정적을 회유하기도 합니다. 그는 오로지 청과의 전쟁을 일으켜 그가 매점매석한 무소뿔을 팔아 폭리를 취하는 데만 골몰합니다. 그는 악의 축이지만 침착하고 절제된 연기는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포도청의 오포교(이한위 분)는 대길이 추노꾼이 되도록 인도한 자입니다. 그는 추노의뢰가 들어오면 이 일을 천지호나 대길에게 맡기고 일이 성사되면 구전을 떼어먹는 추노 거간꾼 노릇을 합니다. 그는 수시로 저자거리에 나타나 큰 주모와 작은 주모에게 소리쳐 공짜 밥과 술을 얻어먹기도 하고, 말을 돌보는 마의(윤문식 분)와 그림을 그리면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방화백(안석환 분)을 협박하여 뇌물을 챙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가 저자거리에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은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굽신거립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탐관오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가 저자거리에 나와서 능글맞게 굴 때 또 무슨 일을 도모하려고 그러는지 가슴이 조마조마할 정도였으니까요.


노비당의 그분(박기웅 분)을 입에 떠올리면 벌써부터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노비당을 이끄는 신비의 지도자로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나 세(勢)를 규합하며 노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그는 업복이를 비롯한 노비들을 형님으로 부르며 양반과 상놈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척 했지만 그는 결국 좌의정 이경식의 수하였던 것입니다. 노비에게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난다면 베어버리는 장면에서는 인간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으며, 그는 바로 인간의 탈을 쓴 늑대였습니다. 그 차가운 눈빛과 무뚝뚝한 표정은 섬뜩하기조차 합니다.     




⑤ 조연 여배우의 감초연기

조연 여배우들의 인기도 한몫 했습니다. 저자거리 주막의 큰 주모(조미령 분)와 작은 주모(윤주희 분)는 빼어난 미모로 추노에는 미인들만 등장한다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 주모는 최장군을 흠모하지만 목석 같은 사나이 최장군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설화(김하은 분)는 13살부터 사당패에 들어가 몸을 팔다가 대길패에 합류합니다. 그녀는 왕손이가 추파를 던지지만 눈도 깜짝하지 않고 일편단심 대길이만 바라보며 희망을 갖습니다. 그녀는 대길패거리와 함께 길을 가면서 때로는 홀로 기다림에 지쳐 말을 팔아 밥을 사 먹는 등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영혼은 참으로 깨끗한 여인입니다. 그렇지만 대길에게 항상 구박만 당합니다.

그녀는 마음이 울적할 때면 아쟁을 멋들어지게 연주하기도 하고, 숲길을 가며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대길이 평생 찾아다니는 여인인 언년이를 월악산 짝귀의 산채에서 만났을 때 그 미모와 몸짓에 반하여 이를 그대로 흉내내기도 하는 등 대길 패거리의 마스코트입니다.




노비당의 초복이(민지아 분)는 어렸을 때 도망쳤다가 천지호 일당에게 붙잡힌 후 볼에 노비 낙인이 찍힙니다. 그녀는 유달리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습니다. 노비당의 남정네들도 무서워하는 총을 잘도 쏩니다. 항상 업복이 곁에서 그를 도우며 어느새 그를 사모하게 됩니다. 그의 등에 업혀 있을 수만 있다면 세상이 바뀌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빌어먹을 양반주인은 그녀를 팔아 버리지만 업복이가 아니면 절대로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황철웅의 아내인 이선영(하시은 분)은 좌의정 이경식의 딸입니다. 그녀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습니다. 지아비에게 아버지가 무서운 분이니 아버지 말을 잘 따르라고 말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습니다. 붓을 들어도 글을 쓸 수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아비를  향한 마음은 참으로 애틋합니다. 천지호가 철웅의 꼬임에 빠져 죽은 졸개들의 복수를 위해 집에 뛰어 들어 부인을 죽이려다가 그럴 경우 오히려 철웅을 도와주는 일이라며 그냥 나간 적도 있습니다. 하시은의 뇌성마비환자 연기는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정도로 애절했습니다.




⑥ 애끓는 러브라인의 형성
 
추노에서 제1의 러브라인은 대길과 언년이입니다. 언년이는 양반집 대길의 노비였는데 대길은 언년이를 사랑했지요. 대길은 언년이가 추운 겨울 손이 시릴까봐 화롯불에 조약돌을 따끈하게 데워 주었으며, 부엌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꽃신을 신겨주기도 했습니다. 그 후 결혼하려다가 대길은 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언년이가 죽게 되자 그녀의 오라비 큰놈이가 가족을 몰살하고 도망을 친 게 불행의 시작입니다. 대길은 언년이의 초상화를 만들어 언년이를 잡기 위해 추노꾼이 되었지만 언년이는 어느 새 송태하의 여자가 되어 버린 후입니다. 대길이 죽음의 순간에도 언년이에게 꼭 살아남으라고 당부하던 그 목소리가 귓전에 쟁쟁합니다. 



사당패에서 뛰쳐나온 설화는 대길패에 합류하면서 대길을 흠모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슴속에 언년이를 품고 있는 대길에게는 설화는 여자로 보이지 아니합니다. 설화는 생후 처음으로 한 남자를 연모하게 되지만 언제나 구박만 당하고 말아 시청자들의 동정을 삽니다. 그녀는 결국 대길의 최후를 함께 한 여인으로 대길의 시신을 두고 "날 좀 보소!"라는 가슴 저미는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코끝이 시큰하였습니다. "내 이를 줄 왜 몰랐나! 사랑 사랑  내 사랑아!" 대길을 장사지내며 무덤을 안고 설화가 부르는 노래는 계곡을 메아리쳐 하늘로 울려 퍼집니다.   




큰 주모와 작은 주모도 하필이면 최장군
을 좋아합니다. 특히 큰주모는 최장군의 밥그릇 속에 언제나 삶은 계란을 넣어두어 왕손이로부터 그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받습니다. 그러나 여인을 보기를 돌같이 보는 무심한 최장군이 큰 주모에게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잘 생기고 묵직한 언행이 여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뿐입니다.

송태하의 수하인 곽한섬(조진웅 분)과 상궁인 장필순(사현진 분)의 애절하고 짧은 사랑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한상궁은 제주에서 소현세자의 혈육인 원손을 돌보는 궁녀입니다. 한섬은 살수인 황철웅을 피해 석견을 안고 도망을 치면서 궁녀에게 사실을 말합니다. 한섬이 그동안 궁녀에게 치근댄 것은 본의가 아니었으며 궁녀를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한섬은 궁녀에게 "내 비록 가진 게 없어 번듯하게는 못살겠지만 반듯하게는 살 걸세!"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뒤쫓아 온 철웅에 의해 궁녀가 피살당함으로써 한섬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조선비의 배신으로 한섬이 죽으며 장필순과 만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둘의 영혼을 위로합니다.   


 


⑦ 귀여운 원손마마의 깜찍한 표정

소현세자의 아들인 원손 석견(4세) 역은 김진우 군이 맡았습니다. 그런데 진우가 얼마나 귀엽고 천진난만하고 똘똘하고 깜찍하고 또 때로는 어른스러운지 이 녀석만 나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제주에서 한상궁 및 곽한섬과 함께 철웅을 피해 도망을 갈 때도, 그리고 뭍으로 나와 언넌이와 송태하를 따라 이동할 때도 그는 언제나 의젓했습니다.



송태하와 대길이 교수형 직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도망치고 난 후 언년이와 원손의 추포령이 내린 가운데 둘이 포졸에게 잡혔을 때도 진우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월악산 짝귀의 산채에 들어와 험상궂게 생긴 짝귀가 번쩍 들어 안았을 때도 마치 주변상황을 잘 아는 듯 태연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짝귀도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를 보고는 놀라는데 진우가 대견하다고 칭찬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꼬마는 드라마에서 단 한 차례만 울었습니다. 월악산 짝귀를 찾아가면서 언년이와 떨어져 대길에게 안겨 있을 때입니다. 진우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언년이의 품에 안기자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쳤습니다. 진우가 촬영 내내 울거나 칭얼대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촬영팀은 진우의 환한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무척 노력했을 것입니다.  





⑧ 기인(奇人) 같은 숭례문 개백정과 월악산 짝귀

대길은 언년이 오빠인 큰놈이의 방화로 집안이 몰락한 후 한양의 저자거리에서 놀다가 천지호에게 당합니다. 대길은 천지호에게 복수하기 위해 짝귀에게 무예를 배워 나중에는 그 바닥에서 1인자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숭례문 개백정은 어떻게 만났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숭례문 개백정 역에는 이대연이 출연했습니다. 그는 명안스님이라는 이름으로 암자에 머물며 길 잃은 중생을 보듬습니다. 언년이는 이 사찰에서 죽은 줄 알았던 대길의 극락왕생을 자주 빌었기에 서로 잘 아는 사이입니다. 나중에 송태하가 부상당한 몸으로 언년이와 함께 나타났을 때 그에게 거처를 제공합니다. 그 후 대길 패거리가 와서 송태하와 언년이의 행방을 묻자 버럭 깡패로 돌변합니다. 차분하던 스님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왈패의 보스로 변신한 것입니다.


"아따, 니미럴! 그래서 뭘 어쩌라고! 시방 나랑 한번 해보자는 것이여? 숭례문 개백정이 어떤 놈인지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이여? 뭐여? 썩 물러나지 않으면 내 오늘 부처고 뭐고 그냥 개피보고 확 파계해 버릴랑 게! 알아들어?"

땡초스님으로부터 이 말을 들은 대길도 꼬리를 내리고 돌아서는 것으로 봐서 보통인물은 아닌 같은데 그 후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월악산 짝귀는 한양에서 대길에게 무술을 가르쳤지만 어느 날 대길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스승에게 달려들었다가 초죽음이 된 후 야비하게 뒤에서 스승의 귀를 잘라 짝귀로 불리게 된 인물로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호위무사로 열연을 펼쳤던 안길강이 맡았습니다.



짝귀는 도망간 노비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며 월악산 영봉에 산채를 마련하고 도둑질로 호기롭게 살아갑니다. 대길이 보낸 노비에게도 거처를 제공합니다. 그는 부인이 출산하다가 죽어 어린이를 매우 좋아하며 평소에는 부드럽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야차같이 변하는 인물입니다. 대길이 설화에게 갈 곳이 없으면 월악산 짝귀에게 가서 의지하고 살라고 한 것은 그만큼 둘의 관계가 신뢰로 맺어진 탓입니다.   

숭례문 개백정과 월악산 짝귀는 그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으며 또 출연배우(이대근, 안길강)도 개성과 중량감이 있어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감 없이 이끌어냅니다. 

 

⑨ 막판 극적인 반전과 권선징악적 화끈한 복수 

제23회에서 노비당의 지도자인 그분(박기웅 분)이 좌의정 이경식의 수하로 밝혀지고 그를 철썩 같이 믿고 따랐던 노비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은 정말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습니다.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다행이 다른 곳으로 팔려간 초복이 소식을 들은 업복이가 그녀의 주인을 죽이고 초복이를 구하느라 장례원 공격을 위한 노비들의 집합장소에 나가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제24회에서 업복이는 죽어가는 끝봉이로부터 그분의 정체를 확인한 후 총 4자루를 들고 궁궐을 찾았지요. 그는 송태하를 배신한 조선비, 인간의 탈을 쓴 늑대인 그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물과 악의 중심 축인 좌의정 이경식을 차례로 명중시켰습니다.


그가 분노의 화신이 되어 이 셋을 죽일 때 박수라고 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는 초복이에게 약속한 대로 월악산 산채로 가지는 못했지만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추진하는데 최대 걸림돌이었던 괴수(魁首)를 통쾌하게 응징하여 사람답게 사는 길을 열고는 한번 죽는 대신 영원히 사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⑩ 전국 명승지를 누빈 촬영현장

추노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촬영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작진은 지금까지 TV드라마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배경만을 골라 찍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답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장비와 스탭진을 동원한 채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 댓가로 시청자들은 안방에 앉아 드라마를 보면서 보너스로 전국의 명승고적과 자연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립니다.

여주 신륵사 강월정은 이경식 대감이 대길에게 송태하를 잡아오라고 지시하던 곳입니다. 황철웅이 송태하의 스승인 이명호를 암살한 곳은 영주 소수서원이며, 송태하와 언년이가 도망을 치고 대길 패거리가 이들을 잡으러 가는 장면이 해남 달마산의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현란하게 펼쳐집니다. 숭례문 개백정인 명안스님이 나타난 사찰은 도솔봉의 도솔암이며, 송태하가 다친 어깨를 치료한 곳은 구례 오산 소재 사성암입니다.

                                             신륵사 강월정

                                             해남 달마산


와불로 유명한 화순 운주사에서는 송태하가 흩어진 부하들을 다시 규합하여 원손 석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영주 선비촌과 안동 병산서원은 노비당들의 아지트로서 업복이와 초복이의 데이트 장소이기도 합니다.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는 송태하가 언년이를 태우고 강을 건너다 대길의 화살을 맞은 곳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송태하와 언년이의 시의적절하지 못한 포옹장면으로 네티즌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화순 운주사



⑪ 많은 카메오의 등장

추노에도 예외 없이 많은 카메오가 등장했습니다. 가장 압권은 숭례문 개백정으로 분한 이대근입니다. 또 훈련원 노비 복동 역의 이원종, 사당패 보러 주막에 온 실눈 역의 황현희, 형조 감옥안 죄수의 상좌 역의 최철호, 힘 못 쓰는 산적 역의 오지현, 세책방 주인 역의 장동민, 송태하를 돌봐주는 신장군 역의 정호빈, 저자거리 평민 역의 한민관, 원손의 유모인 궁녀 역의 사현진, 산적 두목 역의 위양호, 이재준 대감 역의 조성하를 들 수 있습니다. 

                                          감옥 상좌 역의 최철호
 

이외에도 다수 카메오가 있었지만 글쓴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생략합니다. 월악산 짝귀 역의 안길강도 처음에는 카메오일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출연분량이 많은 것으로 보아 카메오가 아닌 공식 출연자로 분류합니다. 



 ⑫ 3차원의 특수촬영기법 도입

기존의 HD화면을 뛰어넘는 영상을 제공하는 『Red One』이란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하여 촬영한 덕분에 시청자들은 화려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카메라는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는데, 새로운 영상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내 드라마사상 최초로 이 장비를 도입했답니다. 이 장비는 기존의 테잎 방식이 아니라 완전한 디지털 방식의 파일 형식이기 때문에 화질손실 없이 CG 등의 드라마 후반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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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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