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한마디로 충격입니다. 아니 충격을 넘어 경악입니다. 노비당의 "그분"(박기웅 분)이 바로 악의 축인 좌의정 이경식(김응수 분)의 조종을 받는 인물이라니 말입니다. 추노가 23회까지 방영되는 동안 이런 반전은 없었습니다. 아니 어느 드라마에서도 이런 속임수는 없었습니다. <선덕여왕>에서 비담이 미실의 아들이라는 것보다 열 배는 더 큰 놀라움입니다.
물론 그동안 그분의 정체에 관해 블로거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이경식의 수하일 것이라고 귀신같이 지적한 사람도 있었지만 글쓴이는 그럴 가능성이 물론 있기는 해도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될 경우 첫째는 노비들이 너무 불쌍하고, 둘째는 시청자들에게도 매우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어느 날 불쑥 혜성같이 나타나 언제나 반듯한 자세와 용모로 노비들을 형님으로 부르며 이들의 지도자로서 양반과 상놈이 없는 세상, 그리고 상놈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며 전국의 노비들을 규합했습니다. 바로 그가 노비들을 이용해 배를 채우려는 가렴주구의 앞잡이로서 일이 성사되면 관직을 보장받기 위한 자였다니 말문이 막혀 컴퓨터 자판이 눌러지지 않습니다.
지난 22회에서 선혜청을 습격하기 전 산 속에 모여 지금까지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왔으니 우리도 마음껏 큰소리 한번 쳐보자고 앞장 서 외치던 그 가증스러움에 치가 떨립니다. 그분은 선혜청을 공격하여 불바다로 만든 후 다시 세를 규합하여 2차로 장례원(노비업무관장기관)을 공격하기로 작전을 세웁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업복이(공형진 분)가 없는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업복이는 초복이(민지아 분)가 양반주인에 의해 팔려가자 낫을 들고 들어가 초복이 시집간 집을 확인한 후 주인양반을 죽이고 그녀를 찾으려 나섰기 때문입니다. 업복이는 초복이를 만나 감격의 키스를 한 후 초복이를 노비들의 도피처인 월악산 영봉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남녀의 키스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도 드라마가 주는 매력일 것입니다. 이 둘의 키스는 제주도에서 송태하와 언년이의 키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분은 선혜청 공격 성공 후 좌의정을 예방한 자리에서 자신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비들에게 심지어 형님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했다며,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노비들의 지독한 냄새라고 했습니다. 어전회의에서 좌의정은 이번 공격은 민란이라고 보고했지만 인조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습니다. 부득이 장례원을 공격할 계획을 수립하여 노비들을 다시 모이게 합니다.
2차 공격을 모의하는 장소에서 한 노비가 그분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왜 200여명의 인원이 모이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그는 냄새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본색을 드러내며 그 노비를 칼로 베어버립니다. 혼비백산한 노비들이 우왕자왕할 때 들이 닥친 관군이 노비들을 가차없이 처단합니다.
마지막 회 예고편에서 업복이는 산 속에서 죽어 가는 동료를 발견하고 그분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업복이가 살아있음은 정말 다행입니다. 업복이는 그분의 명령에 따라 선혜청 공격 후 관군에게 잡힌 노비 강아지를 총으로 쏴 죽이고 마음속으로 큰 갈등을 겪었습니다. 당시 그는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그분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거사의 성공을 위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런데 이게 모두 그분이 노비들을 농락한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업복이가 그분을 살해하여 노비들에 대한 복수를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추노도 오늘밤 끝이 납니다. 청나라로 가려는 송태하와 지랄 같은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대길, 그리고 월악산 언년이의 앞날이 어찌 될지 궁금합니다. 이미 혁명은 실패했지만 업복이는 그분을 총쏴 죽이고, 송태하는 황철웅을 베고, 대길이 이경식을 죽인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런 다음 이들이 월악산 짝귀의 산채에 모여 후일담을 이야기하며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추노에 빠진 한 소시민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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