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부작 추노가 이제 단 2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22회에서는 큼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노비당들이 모여 그분(박기웅 분)의 지도하에 선혜청을 공격하여 불바다로 만들었고, 송태하는 원손인 석견을 살리기 위해 인조의 아들인 봉림대군을 찾아갔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 중에서 글쓴이는 두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 월악산 짝귀의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
월악산 짝귀(안길강 분)는 도망노비들의 구세주입니다. 월악산 영봉에 산채를 마련하고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배우 안길강은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호위무사로 덕만공주를 잡기 위해 중국까지 다녀왔으며 그 후에도 매우 절제된 무사로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추노에서는 소위 웃기는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대길이 처음 찾아 왔을 때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를 바닥에 쓰러뜨린 일 이외에는 그의 싸움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실력의 진수를 보게 됩니다. 원손을 손에 넣으려는 용골대의 수하가 몰래 산채로 잠입하여 언년이에게 원손을 빼앗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설화의 말을 들은 짝귀가 나타납니다. 침입자 보스는 수하들에게 쳐라고 명령합니다. 몇 놈이 덤비지만 이들은 짝귀의 적수가 아닙니다. 침입자 보스가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짝귀는 야유를 합니다.
"왜 안 덤비고? 곧 뒤질 놈이 집 구경은 해서 뭘 하게!"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보스는 죽일 생각이 없으니 길을 터라고 말합니다. 이에 짝귀는 히죽거리며 반문합니다.
"난 죽일 생각 있는데. 어쩔까? 다 붙어서 개싸움을 한번 할까? 아님 대장끼리 한번 붙을 까?"
보스는 되묻습니다.
"수장 승부를 원하나?"
"재미있잖아. 내가 이기면 넌 죽고∼"
짝귀가 잠시 말을 멈추자 보스는 다시 묻습니다.
"내가 이기면?"
짝귀는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죽지, 두목이 당했는데 애들이 가만히 있겠어?"
"쥐새끼를 잡은 고양이처럼 구는구나! 원한다면 해주지!"
이래서 두 사람은 용호상박으로 겨룹니다. 순간 짝귀가 가슴을 맞아 움찔합니다. 짝귀는 쉼 호흡을 다시 하고 옷자락을 푼 다음 머리를 매만지더니 재빠른 손과 발놀림으로 그전 대길에게 한방 먹였던 것보다 더욱 빠른 솜씨로 보스를 단방에 쓰러뜨립니다. 다시 일어난 보스에게 이번에는 전광석화 같은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로 작살을 냅니다.
짝귀는 쓰러진 보스에게 다가가 칼을 꺼내 들고는 "목을 잘라 줄까, 모가지를 끊어줄까" 묻다가 "어서 죽이라"는 말에 "그게 소원이라면"하고 칼을 들더니 헤헤 웃으며 "안 들어 주지"라고 말합니다. 이런 세상에! 추노를 완전 코미디로 만듭니다.
칩입자들을 모두 묶어놓고 짝귀가 묻습니다. 누가 우리 애들을 죽였으며, 여긴 어떻게 찾아왔으며, 애는 왜 데리고 가려고 했는지 말입니다. 대답이 없자 주먹을 날리더니 뭉둥이로 찜질을 합니다. 이 때 최장군이 짝귀를 말립니다. "무작정 팬다고 입을 열겠나?" "왜? 니가 대신 맞아주랴?" 짝귀가 말을 들으려하지 않자 최장군은 "언니!"라고 부릅니다. 그제야 짝귀는 손을 내립니다.
짝귀의 하는 짓이 꼭 어린이 같습니다. 이런 모습에 반한 네티즌들이 그를 코믹 캐릭터라도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짝귀는 앞 뒤 생각이 없이 무단침입자를 응징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지만 먹물을 먹은 최장군은 다릅니다.
"누가 보냈나? 그 애는 혹 제주에 있던 그분인가? 조정에서 관여한 일인가?"
그래도 보스가 입을 열지 않자 최장군은 몽둥이를 짝귀에게 넘겨주며 하던 일 마저 하라고 합니다. 짝귀가 홀로 침입자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니 그는 과연 대길의 무술스승답습니다. 칼도 없이 손발을 사용하는 능력이 초인적입니다. 천지호가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된 것은 그의 싸움실력보다도 미친 카리스마 때문이지만 짝귀는 그 실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 세자에게 고개 숙이지 않고 뻣뻣한 대길
송태하는 조선비의 배신으로 한섬마저 비명에 가고 없어 원손을 살릴 유일한 희망은 소현세자의 동생인 봉림대군(후에 효종) 뿐임을 압니다. 태하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모시고 청나라에 다녀왔고 또 청의 용골대가 소현세자와의 친분으로 석견을 살려주기를 원함을 알고 있습니다.
태하는 대길에게 봉림을 만나면 예의를 갖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세자를 만나 태하가 인사를 하는 동안 대길은 꾸부정한 자세로 옆으로 서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상체를 약간 구부리며 인사합니다.
"평안합시오!"
인사하는 폼이 저자거리에서 노름꾼을 만났을 때 하는 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대길로서는 소위 양반이라는 족속들을 믿지 않으므로 왕족이라고 하여 머릴 숙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게지요. 봉림은 이 자(者)가 누구인지 묻자 태하는 개념치 안 해도 된다고 아룁니다. 대길은 스스로 추노꾼 이대길이라고 신분을 밝힙니다.
"추노꾼?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더냐?"
"없는 걸 만들어 냈겠습니까? 그대, 세자가 맞습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는 봉림에게 목례를 하고는 뒤로 돌아서 걸어가는 대길의 모습을 보노라면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달관의 경지에 다다른 진정한 무사를 보는 듯 합니다. 그로서는 사랑하던 언년이도 빼앗긴(?) 마당에 뭐든 거리낌이 없을 테지요.
봉림은 이미 태하가 찾아 온 목적을 알고 있고 철웅도 태하가 봉림을 만나러 올 것임을 꿰뚫고 있습니다. 봉림은 자신을 제거하고 원손 석견을 왕위에 올리려는 반역의 무리들이 자신에게 석견의 사면을 주청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신은 그럴 힘이 없다고 합니다. 단 한가지 석견을 살릴 유일한 방법은 그를 청나라에 보내는 길뿐이라고 일러줍니다.
봉림이 떠난 후 대길과 태하는 철웅의 패거리들과 혈투를 벌이게 됩니다. 지금 시중에는 태하와 대길의 운명이 어찌 될지 설왕설래가 한창입니다. 아울러 노비당의 지도자 그분의 정체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모든 게 밝혀집니다. 이미 촬영을 끝마쳤겠지만 제발 지난번 종영된 <아이리스>처럼 황당하게 마무리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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