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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보면 볼수록 재미있습니다. 마약은 모르지만 드라마는 마약처럼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습니다. 드라마작가를 포함한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이런 심리를 절묘하게 노리는 듯 합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당연히 시청자의 집중조명을 받지만 조연으로 출연할 경우 욕을 먹지 않으면 본전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 따라서는 비록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제1주인공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게 되고 나중에 대 스타의 반열에 필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주연을 맡아 더욱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경우도 더러 보입니다. 다음은 글쓴이가 시청한 드라마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스타를 선정한 것입니다.  





▲ <선덕여왕> 칼 카리스마 드러낸 비담 역의 김남길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은 진흥왕과 진지왕 그리고 진평왕 3명의 왕에게 색(色)을 제공하면서 왕권을 농락했던 천하의 요부 미실역을 맡은 여배우 고현정의 존재를 다시 한번 만천하에 확인시켜준 드라마였습니다. 고현정은 2009년 말 당당하게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었지요. 

그런데 고현정 못지 않게 인기를 끌었던 인물이 바로 비담 역을 맡은 김남길이었습니다. 비담은 진지왕과 미실이 사통하여 낳은 아들로, 미실은 이 아이를 버렸는데 그런 그가 미실의 반대편에 선 국선 문노의 제자가 되어 나타납니다. 물론 문노로부터 정신적인 사랑은 받지 못했지요. 그는 전광석화같은 무술솜씨로 미실의 무리로부터 덕만(선덕여왕의 아명)을 구해주었지요.

진평왕의 쌍둥이 딸 중 언니인 천명공주가 미실 측 대남보에 의해 살해당한 후 언니에 대한 복수심까지 품은 덕만은 월천대사를 회유해 일식을 계산, 미실을 현혹케 해서 그동안 미실이 누렸던 천신황녀의 지위를 단박에 무너뜨립니다. 이 때 비담은 덕만을 도와 덕만이 자연스럽게 공주로 추인을 받게 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지요.


 
나중에 비담은 자신이 미실의 아들임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비담은 덕만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실이 죽은 후 그 잔존세력에 의해 그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덕만공주를 배신하게 되었고 끝내는 죽음을 맞은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에서 비담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는데 그가 나타나 냉소적인 웃음을 지을 때마다 시청자들은 오금을 저렸습니다. 그 후 주가가 급등한 그는 2010년 들어 MBC 특집다큐 <아마존의 눈물>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하였고,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에서 주인공 심건욱 역으로 출연하여 대 스타가 되었습니다.  



▲ <추노> 미친 존재감이 된 천지호 역의 성동일


KBS 수목드라마 <추노>는 조선시대 노비를 쫓고 쫓기는 추노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양반이었다가 추노꾼이 된 이대길(장혁 분)이 역시 훈련원 무관이었다가 도망노비가 되어 쫓기는 송태하(오지호 분)를 추적하는 게 큰 줄기입니다.

천지호는 오포교가 일러주는 도망노비를 잡는 추노꾼으로서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저자거리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가르친 대길이 자기 밑에 오지 않고 별도의 두목 노릇을 하니 부아가 치밉니다.  

천지호는 대길을 혼내주려고 술수를 부리다가 오히려 된통 당하게 되자 "도라지 백 뿌리 보다 산삼 한 뿌리가 낫다"며 자신이 데리고 있는 수많은 졸개들 보다 대길의 솜씨가 뛰어 남을 인정합니다.

천지호는 특유의 간사하고 독특한 웃음으로 명연기를 펼쳐 네티전으로부터 "미친 존재감"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드라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는 좌의정 이경식 대감의 사위인 황철웅에게 속아 그의 졸개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자 "은혜는 안 갚아도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는 명대사를 날렸습니다.

이대길이 송태하를 잡았지만 결국 이경식-황철웅의 꾐에 빠져 그도 옥사에 갇히고 맙니다. 천지호는 옥사를 찾아가 자신이 대길을 반드시 구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송태하와 이대길의 교수형 집행이 있는 날 천지호는 포졸로 변장하고 바로 형장에 있었지만 대길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경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그는 로프에 목이 묶인 대길을 구하려고 이빨로 로프를 물어뜯는 시늉을 하여 코끝을 시큰둥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청나라 용골대가 보낸 무사들이 송태하를 구해 달아나자 그는 뒤에 남은 이대길을 부축하고 길을 떠납니다. 이 때 천지호는 포졸이 쏜 화살을 맞습니다.

천지호는 숲 속에서 죽어가면서 노잣돈이라며 스스로 엽전을 입에 넣습니다. 이 아이디어도 천지호가 직접 냈다고 하는군요. 그는 대길에게 발가락을 긁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천지호의 열연에 찬사가 쏟아집니다. 




▲ <부자의 탄생> 무식의 여왕 부태희 역의 이시영


KBS 월화드라마 <부자의 탄생>은 부자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증표인 목걸이 하나로 재벌아버지를 찾는 최석봉의 이야기를 그린 약간은 코믹한 드라마입니다.

부태희(이시영 분)는 부호그룹 부귀호 수장의 상속녀로 한국의 "패리스 힐튼"을 자처하면서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한다는 생각을 가진 약간 골이 비어 보이는 여인입니다. 그녀는 일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이스크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버릇이 있는데, 그녀의 비서 윤말자(정주은 분)가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입니다. 다만 이 세상에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그녀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사랑입니다. 그녀는 프런티어의 추운석(남궁민 분) 이사를 매우 좋아하지만 추 이사는 오성그룹 이신미(이보영 분) 본부장에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부태희가 추운석을 차지하기 위해 이신미와 최석봉이 서로 좋아하도록 유도하는 장면은 정말 한편의 코미디였습니다.      
 
처음 부태희가 나와 말도 안 되는 유치한 개그 같은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을 때 "뭐 저런 캐릭터가 다 있느냐?"고 의아해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천진한 웃음과 가식 없는 다양한 표정에 점점 매료되었고, 나중에는 드라마 전체를 떠 바치는 견인차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이시영은 드라마 속 백치미인 부태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찬사와 함께 "부태희 어록"이 떠돌 정도로 인기를 얻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부태희가 구사한 우스꽝스러운 대사를 볼 때마다 그녀의 귀엽고 익살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듯 합니다. 그럼 부태희의 백치어록을 잠시 볼까요?

"요즘 쥐나 새나 다 나를 무시하는 거야?"
"사리분별인지 사리곰탕인지 입이 근질거려서 못살겠다."
"그치, 설마가 사람잡는 거지? 난 혹시가 사람잡는 줄 알고 십년 감사했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이순신처럼?"
"너, 카드 회사 직원이 카드 안 만들어 주면 직무유괴야!"
"홍길동? 걘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잖아!"
"한석봉? 그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던 사람?"
"난 애인 운석씨랑 에스에이치오 쌍피 아이엔지(shopping)하러 갈 거다."




▲ <동이> 근엄한 왕의 틀을 깬 깨방정 숙종 역의 지진희


MBC 월화드라마 <동이>는 임금의 존재에 크다란 변화를 준 드라마였습니다. 지금까지 사극에서 국왕은 항상 근엄한 표정으로 높은 옥좌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는 대신들을 내려다보며 국사를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동이의 숙종은 이런 전례를 여지없이 깨뜨렸습니다.

숙종은 궐내를 오가며 신하나 상궁들이 머리를 조아리면 소위 오늘날 인기스타처럼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합니다. 또 집무도 서재처럼 조그마한 방에서 합니다. 수시로 민정시찰을 나가서는 평민으로 돌아간 듯 행동합니다. 특히 장악원 노비 동이를 만난 후부터는 그녀와 영락없는 오라비 같은 후원자가 되어 줍니다. 물론 자신의 신분을 한성부 판관이라고 속였지요.

한번 두 번 동이와 엮인 후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각별하여 시청자들은 "깨방정 숙종"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중국사신단의 숙소를 드나든 사건으로 동이가 스스로 모화관으로 찾아가자 숙종은 신하들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군을 풀어 동이를 데려오라고 지시할 정도로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끔찍했어요. 
 

(4)15-11  15-19  15-34

어느 날 숙종은 동이가 공부하는 상궁나인의 거처로 몰래 들어와서는 동이의 어깨를 툭 쳤지요. 혼비백산한 동이가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불안해하자 처소로 돌아온 숙종은 동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다시 내보입니다. "내가 용무가 있어야만 지를 보나? 고얀 녀석! 오랜만에 만나 얘기나 하려고 했더니, 지가 바쁘면 얼마나 바빠? 왕보다 바빠?"라고 아쉬워하는 장면, 사라졌던 동이가 돌아온 후 그녀가 몸져눕자 어의의 진맥을 거부하는 동이에게 "너는 내 몸과 같다. 다시는 내가 너 없는 세상을 견디게 하지 말거라"라고 닭살 프로포즈를 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 <동이> 가련한 인현왕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박하선


숙종 역의 지진희는 왕의 근엄함을 깬 인물이지만 중전인 인현왕후는 정말 가련한 여인입니다. 왕실의 혈통을 이를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숙종으로부터 외면 받고, 중전이 되려는 간사한 후궁 장희빈의 모함에 빠져 국모의 자리에서 폐위가 되면서도 인현왕후 역을 맡은 박하선은 그 슬픔을 온몸으로 추스르며 기품 있고 인자하며 고고한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연기하여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습니다.

그녀는 폐위된 후 동이(숙빈 최씨)와 서인들의 노력으로 장희빈-장희재와 남인일당의 모함이 발각되어 이들 남매는 사약을 받고 인현왕후는 중전으로 복권되어 궁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병마로 인해 곧 숨을 거둘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극에서 여러 왕비들이 배출되었지만 비운의 왕비 역을 박하선처럼 이토록 완벽하게 소화한 사람은 드물었다고 생각됩니다.

동이가 승은상궁이 되기 직전 동이에게 숙종의 마음을 받아들이라고 당부하는 연기를 하는 그녀의 형언할 수 없는 표정, 절제되고 떨리는 가녀린 목소리, 진심으로 자신의 지아비였던 임금을 모시라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그녀는 동이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그리스 전 때 코엑스에서 응원한 사실이 대서특필되기도 했습니다. 박하선, 그녀는 2010년에 드라마에서 가장 성공한 여배우로 기록될 것입니다.


 


▲ <국가가 부른다> 착한 악역을 익살스럽게 연기한 한도훈 역의 류진 


KBS 월화드라마 <국가가 부른다>는 마약 등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정보원들의 사랑과 애환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류진은 이송문화재단 이사장인 한도훈 역을 맡았는데, 그는 국가의 중요한 지위에 있는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있지만 마약범죄자 주수영의 꾐에 의해 악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정보국에서는 마약밀매용의자로 범죄의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그를 잡기 위해 여순경인 오하나(이수경 분)를 한도훈의 비서로 위장 잠입시켜 근무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하나와 한도훈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여러 사건과 사랑싸움이 코믹한 재미를 안겨 줍니다.

특히 류진의 차분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는 평소 그로부터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시청자들은 그의 다른 모습에 열광했습니다. 오하나가 감시카메라 앞에서 정보원인 고진혁(김상경 분)에게 좋아한다고 말한 장면을 한도훈은 오하나가 자신에게 한 말로 오해하고 이를 기회 있을 때마다 우려먹는 그 익살도 멋졌고, 범죄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빠져 나오기 위해 고뇌하는 그의 내면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한도훈은 나중에 오하나를 진짜 좋아하게 되어 잡으려고 하였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고진혁이 자리잡고 있었지요. 

같은 시간대 <동이>와 <자이언트> 때문에 비록 시청률은 한 자리수에 머물렀지만, 언론에서도 류진의 재발견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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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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