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종에게 연애코치를 하는 상선영감
숙종(지진희 분)이 동이(한효주 분)에게 승은상궁의 옷을 입혀 입궐한 그 시각, 궐에서는 숙종이 이 사실을 대신들 앞에서 밝히는데요 남인들의 반대가 이어집니다. 나인 천동이는 궐에서 도망친 죄인이라서 궁인의 자격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에 흔들릴 숙종이 아니지요. 궁인의 자격은 승은을 입음으로써 다시 주어졌으며 이 문제는 대신들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왕실의 문제랍니다.
대전을 나온 숙종은 상선영감에게 동이의 상태를 물었는데 영문을 몰라 크게 당황했다고 보고합니다. 그러고 보면 숙종은 동이를 보고하기 위해 미리 승은을 입었다고 말해버린 것입니다. 임시처소로 안내된 동이는 영문을 몰라 안절부절입니다. 숙종은 상선 내관에게 이 일을 그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데, 이 장면은 임금이 아니라 젊은이로서 위 어른에게 여자 다루는 법을 묻는 모양새입니다. 동이가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가 없어 초조한 빛이 역력합니다. 옛날 임금은 궁녀를 간택할 때 상대방의 마음을 이토록 헤아렸는지 모르겠군요.
상선도 숙종의 마음을 알고는 놀라는데요. 천 나인에게 그저 승은을 내리니 게 아니라 성심으로 혼인할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때문입니다. 숙종은 동이가 단순히 궁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따르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임금을 향해 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전하, 외람 되오나 소신이 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
"그러시다면 성심을 품고 있는 말씀을 그대로 전하십시오. 그것 이외에 또 다른 무엇이 필요하겠사옵니까!"
▲ 동이에게 쌍가락지를 건네준 숙종
상선의 코치를 받은 숙종은 임시처소로 가서 동이를 만나는데요. 방금 시녀로부터 승은을 입었다는 말을 들은 동이는 대뜸 숙종에게 상선영감이 실수를 했다고 앞서 갑니다. 어제 밤 전하가 사가에 들린 일을 가지고 사람들이 오해했다고요. 어느 새 숙종은 장난기 있는 얼굴로 돌아가 "그건 실수가 아니라 내가 내린 하명"이라고 합니다.
동이를 안전하게 궐로 데려오기 위해 이런 일을 꾸몄다는 숙종의 말에 동이가 이는 모두를 속이는 거짓이라고 대답하자 숙종은 자신의 마음은 그러하다며 거짓이 아니라고 합니다. 숙종은 쌍가락지를 동이에게 건네주면서 "이 모든 것이 오해도, 실수도, 또 거짓도 아니다. 너에게 주려는 내 마음은 진심이다. 그러니 네가 기꺼이 내 옆에서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있는지 생각해다오." 임금이 확실하게 프로포즈를 다시 했으니 이제는 동이가 임금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처소로 돌아온 숙종은 가슴이 요동친다며 어의라도 불러야 하느냐고 엄살을 부리며 독백하는 모습에서 첫사랑을 고백한 순진한 개구쟁이 청년 같습니다.
▲ 북 치고 장구 친 해결사 차천수의 의리
한편, 서용기로부터 동이가 승은상궁이 되었음을 전달받은 차천수는 궁궐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오랜 생각에 잠겼던 차천수는 숙종을 알현하고는 당돌하게 질문합니다. "동이에 대한 전하의 성심이 어떠한지를!" 감히 신하가 임금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차천수와 숙종이기에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일테지요. 그런데 숙종은 한술 더 떠네요. "그건 동이의 오라비로서 묻는 것인가? 아니면 사내로서 묻는 것인가? 놀라지 말게! 나 또한 사내로서 내가 마음에 담고 있는 여인 옆에 멀쩡한 사내놈이 있는데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면 그 또한 거짓이 아니겠는가?" 놀라는 차천수에게 임금은 말을 계속합니다. "사실은 내내 조바심을 내고 있는 중이라네. 그 아이 마음속에 있는 것이 내가 아니고 다른 자이면 어쩌나. 만일 그렇다면 난 어찌해야 하나! 실은 오래 전 그 아이 말이 날 별로라고 했었거든. 자긴 까무잡잡하고 듬직한 사내가 좋다고 했었지. 꼭 자내처럼 말일세!" 숙종으로서는 차천수와 천동이가 성도 생김새도 다르므로 비록 서로 오라비-여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긴기민가했던 거지요.
임금의 마음을 직접 확인한 차천수는 "오라비로서 찾아왔다"는 대답으로 임금을 안심시킨 후 처소를 나와 동이를 만납니다. 동이는 표정이 어둡다는 차천수에게 여기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동이로서는 아버지가 관군이 쫓는 검계의 수장임이 언젠가는 밝혀질 텐데 죄인의 딸로서 승은궁녀로 전하의 곁에 머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하께 그 사실을 숨기는 게 가슴아픕니다. 그런데 여기서 차천수는 결정적인 수를 제시합니다. "그럼 도망칠래. 동이야? 그럴 수 있겠니? 네가 전하를 몰랐던 때처럼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있겠어?" 보통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동의를 보아온 천수는 그녀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차천수가 나가자 동이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당의를 벗어 곱게 접어놓고는 궐을 나섭니다. 한편, 동이가 없어졌다는 보고를 받은 숙종은 임시거처에서 당의를 보며 차천수의 말을 떠올립니다. "동이의 오라비로서 말씀드리는데 만약 그 아이가 전하의 곁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 아이는 그 아이의 죄가 아닌 다른 일로 전하의 곁에 남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안절부절하던 숙종이 궐 밖으로 동이를 찾아 나서려는데 차천수가 보낸 서찰이 전해집니다. 그 서찰에는 동이가 지금 벼랑바위에 있을 거라고 씌어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비의 기일이라고. 임금은 말을 타고 달립니다. 동이가 벼랑바위에서 숙종과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아버지와 오라비를 기리며 임금이 준 쌍가락지를 만지고 있을 때 임금이 나타납니다.
"다시는 너 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널 이처럼 힘들게 한 게 무엇이냐? 그것을 나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는 것이냐? 말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내 곁에 있어 줄 수는 없는 것이냐?" 숙종의 간절한 청혼에 동이는 대답합니다. "제가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전하! 그럴 수만 있다면 그리하겠습니다. 전하의 마음을 받고 제 마음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감히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울먹이는 동의의 눈물을 닦아주던 숙종은 동이와 감격의 포옹을 합니다.
벼랑바위 위에서 임금과 궁녀의 포옹이라니 그림 정말 좋습니다. 이런 장면을 연출한 이는 차천수입니다. 차천수는 동이가 어렸을 적 자랐던 가옥을 찾아 검계에 관한 증거를 불태우며 앞으로는 누구도 동이를 찾아내지 못하고 덩이가 전하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수장어른(동이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동이를 꼭 지켜내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는 동이가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게끔 궐을 나오도록 유혹(?)했고 임금에게 동이의 소재를 알려주어 망설이던 동이로 하여금 임금의 마음을 받아들이도록 주선한 것입니다. 제32회에서는 드디어 숙종과 동이는 합방을 하는군요.
지금까지 임금과 동이를 연결시켜 준 일등공신은 상선영감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둘을 합치도록 막후에서 조정한 인물은 차천수였던 것입니다. 차천수 역의 배우 배수빈은 <찬란한 유산>에서도 음식점 사장으로 동이 역의 한효주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했는데, 여기서도 한효주를 위해 희생만 하는군요. 둘의 인연은 참으로 기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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