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김남길의 <나쁜 남자>와 소지섭의 <로드 넘버원>의 기세를 무너뜨리고 시청률이 무려 30%를 넘었습니다. 드라마 초기 불륜과 폭력 및 살인 등으로 막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7부부터 아역 연기자 대신 성인연기자로 대체되면서 드라마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김탁구 역을 맡은 윤시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요. 그는 더 이상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가정부인 신세경 누나를 좋아하는 어린 학생이 아니라 12년 전 사랑하는 어머니를 끌고 간 바람개비 문신의 사내를 찾는 복수심에 불타는 열혈 청년으로 변신했습니다.
양인목 역의 박상면
조진구 역의 박성웅
윤시윤은 첫 등장에서 길거리 상인을 괴롭히는 깡패들을 화끈하게 때려눕혀 정의의 사도가 되었는데,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팔뚝에 바람개비 문신의 찾기 위함이지요. 그는 단신으로 인천 왕발이를 찾아갑니다. 그는 조무래기들을 해 치운 후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과 발차기로 두목을 제압하는데 그의 팔목에 바람개비 문신이 있습니다. 탁구는 그를 세차게 때리며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지만 두목은 아무 것도 모른답니다. 그는 7년 전 큰 집(감옥)에 있을 때 그곳 형님문신이 폼 나기에 그냥 해본 것이며, 실제의 주인공은 인천의 오래되고 유명한 팔봉빵집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 김탁구를 한방에 제압한 괴물 양인목
김탁구는 두목과 싸우는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다리를 질질 끌며 빵집을 찾아 나서 팔봉제과점 앞에서 정신을 잃고 맙니다. 그를 발견한 이는 팔봉선생의 외손녀 양미순(이영아 분)입니다. 양미순의 간호로 깨어난 탁구는 웃통이 벗겨져 있어 혼비백산합니다.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탁구는 빵을 만드는 제빵사 중에 바람개비 문신을 발견하고는 급히 제빵 작업실로 뛰어 갑니다.
첫 번째 인부의 팔목을 확인한 탁구는 그를 내동댕이치고는 진짜 문신의 주인공에게 가는데 양미순의 아버지 양인목(박상면 분)에게 잡혀 오히려 한방에 나가떨어집니다. 다시 일어난 탁구는 악을 쓰면서 그를 손으로 상대하려 하지만 양인목은 전광석화 같은 솜씨로 탁구를 제압하고는 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나중에 팔봉선생은 탁구에게 제빵사 중에서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 있다고는 하였지만 그래도 탁구는 그전 깡패두목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의 행방을 찾기 위해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애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엄청난 싸움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일개 제빵사인 양인목에게 이토록 허무하게 당하는 게 조금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한편, 바람개비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던 탁구어머니 김미순(전미선 분)는 절벽아래 강물로 추락하였는데 절명하지 아니하고 살아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으로 탁구모자 그리고 김미순-구일중과 감격의 해후를 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 김탁구와 구마준의 운명의 재회
한편 제8회에서도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일중은 인천 왕발이를 찾아가서 김탁구의 소재를 알려주면 수족이라도 떼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구마준의 친부인 한승재도 패거리를 이끌고 왕발이를 찾아가서 그를 반쯤 죽인 후 탁구의 소재를 알았습니다.
이즈음 탁구와 구마준은 팔봉제과점에서 팔봉선생(장항선 분)의 배려로 자격시험을 치르고 있었는데요 둘 다 모두 합격합니다. 구마준은 일본유학 중 한승재에게 가는 곳을 알리지 않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알리고는 찾아온 곳이 팔봉제과점이었던 것입니다. 김탁구와 구마준은 같은 방을 배정 받았는데, 탁구는 가명을 사용한 구마준을 알아보지 못한 반면, 구마준은 탁구가 자기소개를 할 때 알아보고는 크게 놀랐습니다. 아무리 12년의 세월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매우 거시기합니다.
팔봉선생이 탁구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자 제빵사 모두 반대했는데, 양인목은 탁구에게 밀가루 32포대를 아래 위층으로 나르기를 반복하여 시키는 등 똥개 훈련하듯 합니다. 기진맥진한 탁구에게 물을 건넨 사람은 놀랍게도 바람개비문신의 조진구(박성웅 분)입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빛이 역력하네요.
▲ 김탁구를 도와주는 바람개비문신
한편, 구일중은 거성그룹의 30주년 창립기념일 행사초청장을 들고 스승인 팔봉선생을 찾아와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비서실장 한승재가 보낸 건달들이 아래층으로 난립하여 매장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탁구가 당당하게 나섰지만 건달두목의 완력에 당하지 못합니다. 이 때 탁구를 구해준 인물은 또 바람개비사내입니다. 그는 두목을 단박에 쓰러뜨렸는데 그 와중에서 탁구는 그만 바람개비의 문신을 보고 맙니다.
사태가 일단락 된 후 바람개비는 탁구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렀고, 김미순의 생사를 모른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머니가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탁구는 실로 억장이 무너집니다.
▲ 제빵사들의 완력이 매우 강한 이유
아래층의 소란을 듣고 내려온 양인목은 건달들을 하나 하나 문밖으로 집어 던집니다. 양인목의 괴력은 실로 역도산을 방불케합니다. 바람개비의 실력도 대단합니다. 그런데 왜 팔봉제과 제빵사들은 이토록 힘과 주먹이 강한 것일까요? 인천왕발이에 의하면 그는 바람개비를 7년 전 감방에서 만났지만 지금은 범죄세계에 손을 씻고 열심히 빵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양인목의 괴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제빵사들이 일당백의 실력을 가진 싸움꾼임을 이해할 듯 합니다. 현재 야생마 같은 탁구가 마음을 가다듬고 제빵기술을 배우도록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그의 기(氣)를 꺾을 필요가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7회만 보고는 깡패세계를 평정한 것 같은 탁구가 양인목에게 풀잎처럼 나가떨어지는 게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일부 네티즌은 탁구를 헤라클레스로 비유하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말입니다. 제작진은 다른 방법으로 탁구가 바람개비 문신을 찾는 일을 당분간 접고 제빵기술을 배우도록 유도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8회를 보고는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야생마 같은 김탁구를 길들이고, 탁구를 찾아오는 건달을 제압하여 그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팔봉선생은 양인목은 사위이니 그러려니 하더라도 바람개비를 왜 제자로 삼았는지, 또 왜 탁구가 그의 존재를 모르도록 했는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전과자와 건달을 받아주는 팔봉선생의 포용력이 이들을 제빵업계의 달인으로 키운 듯 합니다. 팔봉선생은 빵을 직접 구워 탁구에게 먹이고, 상심한 탁구에게 착하게 살라는 어머니의 말을 상기시키며 과거의 나쁜 기억을 잊고 선한 마음을 갖도록 정신교육을 하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래저래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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