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일연속극 <바람불어 좋은날>의 밉상 커플 장민국-이강희의 관계가 지금까지 부적절한 연인사이에서 선생과 제자사이로 복귀되었습니다. 제가 둘의 관계를 부적절한 사이라고 한 것은 장민국(이현진 분)은 이강희(김미숙 분)의 고등학교 제자로 19살 연하이며, 민국의 어머니 윤선희(윤미라 분)는 이강희를 친 여동생처럼 아끼는 선배이기 때문입니다. 여동생 같은 강희와 아들인 민국이 서로 애인임을 안다면 기절하지 않을 어머니가 없겠지요. 다행이 윤선희가 이 사실을 알기 전에 아들과 강희가 서로 마음을 접고 평상으로 돌아간 것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 박현우와 하솔지의 집요한 설득과 강희의 결별선언
방황하는 강희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준 사람이 두 명 있습니다. 한 사람은 강희 남편의 친구인 치과의사 박현우(맹상훈 분)입니다. 박현우와 남편은 둘도 없는 친구였고 서로 강희를 사랑했지만 결국 박현우는 강희의 사랑을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는 아직까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외국에서 홀로 살다가 최근 귀국하여 의사개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강희가 애송이인 장민국과 사랑에 빠져 열병을 앓고 있네요. 박현우는 민국을 만나 사랑이라는 게 감정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음을 몇 차례 경고했지만 이 대책 없는 젊은이는 막무가내로 강희에 빠져 있습니다.
더욱이 강희마저 민국을 이성친구로 가슴에 담고 있으니 기가 막힌 노릇입니다. 박현우는 강희에게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남녀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룰 때 주위의 축복을 받아야 하겠지만 민국과의 사랑은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만 줄뿐이라고 설득합니다. 심신이 피로한 강희는 그림도구를 챙겨 홀로 먼길을 떠납니다.
다른 한 사람은 장민국의 사업파트너인 하솔지(정다영 분)입니다. 그녀는 민국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며, 둘 다 이강희 선생의 제자입니다. 민국의 집에서도 민국이가 솔지와 사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지는 민국과 함께 남빌사업(남편을 빌려 드린다는 뜻의 줄인 말로 여성이 홀로 하기 어려운 일을 돕는 일종의 심부름센터)을 하면서 매일 티격태격하지만 어느새 민국을 이성으로 생각하고 짝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민국이 달라졌습니다. 사업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아니할 뿐 아니라 때로는 멍청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생일마저 이어 먹고는 한 마디 말도 없습니다.
솔지는 민국을 따라 이강희 선생님과 함께 복지원에 갔다가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챕니다. 솔지는 저녁을 먹으면서 일부러 민국과 장난을 치는 등 매우 친한 척 했습니다. 강희에게 제자의 애인을 빼앗은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솔지는 홀로 먼 곳을 떠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강희를 만나 민국에 대한 강희의 심경을 물었습니다. 솔지는 민국이가 선생님 때문에 지금 열병을 앓고 있다며 분명한 선을 그어주기를 바란 것입니다. 강희가 대답을 못하자 솔지는 "선생님이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매우 실망이 크다"며 돌아섭니다. 강희로서는 제자인 솔지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자괴감이 앞섭니다. 귀가한 그녀는 민국을 만나 "난 지금까지 너를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너를 이성으로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결별선언을 합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민국은 또다시 혼란에 빠집니다. 삶에 의욕이 없습니다. 강희가 자신을 밀어 내려하니 미칠 지경입니다. 그는 방구석에 누워 식음을 전폐합니다. 보다 못한 솔지가 민국의 집을 방문해 그에게 욕을 퍼붓습니다.
▲ 젊은 사내와 바람났다는 강희에 대한 나쁜 소문
그런데 민국의 어머니 윤선희가 유치원에 다녀오더니 이상한 말을 합니다. 오늘 유치원생 자모회에 참가한 학부형 몇 사람이 모여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요즘 이강희 원장이 아들 같은 젊은 사내하고 바람이 났다고 수군대더라는 것입니다. 윤선희는 이강희 원장은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소문으로는 둘이 자주 만나 볼링도 함께 치고 데이트를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윤선희은 원장이 만나는 남자는 나이도 지긋한 의사라고 말해주었지만 이들은 선희이 말을 믿지 않고 만일 소문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느냐며 아이들을 다른 유치원으로 보내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러면서 윤선희는 "혹시 네가 이강희 선생과 가까워 사람들이 오해할 지도 모르니 앞으로는 유치원 들락거릴 때 조심하도록 당부"합니다. 선희는 "강희가 아들 같은 놈과 바람이 났다니 내 살다 살다 별소리를 다 듣는다"고 독백을 하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 비로소 이성을 되찾은 민국
이제야 민국은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그가 이강희 선생을 좋아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의사 박현후, 사업파트너 솔지, 그리고 어머니까지 나서서 모두가 걱정하니까요. 민국은 강희에게 할말이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강희에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고 마지막이라는 두 번째 문자메시지가 뜹니다. 민국은 강희를 만나 "선생님, 그동안 죄송했어요! 제가 너무 철없이 굴어서 선생님 곤란하고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선생님 말씀대로 할게요! 다시 예전 선생님 제자 장민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장민국-이강희 커플이 더 이상 평지풍파를 가져오지 않고 이 정도에서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시청자도 있었겠지만 글쓴이는 구세대여서 그런지 정말 저녁 황금시간대 방영되는 가족드라마로서 이런 설정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해 왔거든요.
▲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가 가져온 결과
제가 이들 커플에 비호의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나이차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고 하거든요. 오늘 아침 유력 조간신문에도 이에 관한 특집에서 "그깟 19살 차이가 무슨 상관이래요?"라고 말한 장민국의 대화내용을 소개하면서 "아버지뻘 되는 이혼남과 연하녀는 되고, 젊은 남자와 19살 연상녀는 왜 안 되느냐"는 것은 남성우월주의와 장유유서문화가 결합된 결과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민국의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줄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제102회(목)에서 강희는 박현우를 만나 함께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군요. 강희와 민국이 혹독한 사랑의 후유증을 조속히 극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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