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일연속극 <바람불어 좋은날>의 장정남(강인덕 분)은 식약청 과장으로 평범한 삶을 사는 공직자입니다.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슬하에 삼남매를 두었습니다. 큰아들 장대한은 현재 웰빙유업의 제품개발팀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는 아내인 윤선희(윤미라 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아니라 절친한 친구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그 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웠습니다. 그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 속였다가 나중에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고, 장대한(진이한 분)이 출생의 비밀을 알고는 흔들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어려운 친구를 위해 자기 집을 은행담보로 제공해 줄 정도로 정(情)이 많은 인물입니다.
그의 막내딸 장만세(서효림 분)는 시집을 잘 가서 자기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면서 고생하는 친정식구들을 도와주겠다는 신데렐라 같은 꿈을 키워오다가 웰빙유업의 후계자인 강상준(강지섭 분)을 만났습니다. 상준은 웰빙유업의 사장인 차연실(나영희 분)의 외아들인데, 그도 만세를 죽도록 사랑합니다. 상준은 만세를 싫어하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만세가 이미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여 결혼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이 오래갈 리가 없지요. 나중에 이 사실이 탄로 나자 시어머니 차 사장은 당장 며느리인 만세를 내쫓은 후 유성산업의 딸인 화영(민영원 분)을 새로운 며느리로 삼기 위해 이미 상준과 약혼식을 올린 후 이제 결혼을 하루 앞둔 시점입니다. 상준은 물론 만세를 잊을 수 없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어머니 때문에 이렇게 질질 끌려 온 상태입니다.
그런데 웰빙유업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식약청에서 유통중인 유아용 이유식을 수거하여 성분검사를 한 결과 유아의 간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된 것입니다. 이는 경쟁업체인 그린유업을 이기기 위해 강상준 본부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유식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상준은 장대한의 거듭된 충고에고 불구하고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남미산 원료를 사용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입니다.
장정남 식품안전관리과장은 검사원의 보고를 받은 후 아들인 장대한 팀장에게 이를 알렸고, 이 소식은 웰빙유업의 강상준 본부장을 통해 차연실 사장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차 사장은 많은 돈을 주어서라도 식약청 관계자에게 입막음을 하라고 심복인 부장에게 지시하였지만 상준은 반대했습니다. 상준은 장인이었던 장정남을 만나 선처를 호소했지만 장정남은 다른 제품도 아니고 아이들이 제일 선호하는 인기 있는 이유식에서 이런 성분이 검출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처 이야기는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상준은 어머니에게 이제 웰빙유업의 운명이 장정남 과장의 손에 달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외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차연실 사장이 평소 홀대하던 장만세 집에 불쑥 나타난 것입니다. 그녀는 대문을 열자마자 장정남-윤선희 부부와 정남의 모친이 서 있는 마당에 무릎을 꿇고는 살려달라고 애원한 것입니다. 웰빙유업은 자신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회사이며 이번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며느리였던 장만세의 부축을 받으며 그녀가 대문을 나가자 집안 식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정남에게 매달립니다. 특히 그의 아내 윤선희는 지금까지 차 사장의 행동은 괘씸하지만 그래도 아들인 대한이가 다니는 회사인데 "아들이 다니는 회사를 아비가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남편에게 하소연합니다. 장대한도 이번 일을 잘 처리할 것이며, 회사가 망하면 그 직원과 가족의 생계가 막연하다며 선처해 달라고 했습니다. 장만세도 이미 상준 오빠와 헤어졌지만 그래도 그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아버지를 설득합니다.
다음날 출근한 장정남은 직원이 올린 "웰빙유업 이유식 품질검사결과 부적합보고서" 서류를 들여다 보다가 차연실 사장과 가족들이 한 말을 떠올립니다. 그는 결재를 하려다가 그만 서류철을 덮습니다. 그는 몇 차례나 결재서류를 보면서도 선뜻 사인을 하지 못합니다. 상준의 집과 만세의 집에서는 하루종일 장정남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기다리지만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냅니다.
장정남은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퇴근하여 집의 대문 앞에 서있는 모습이 잠깐 보였습니다. 그는 아직도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결재를 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가족과 차연실 사장의 애원을 보기 좋게 물리치고 정의의 편에 선 것입니다. 강상준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튿날 잠이 깨어 아래층으로 내려옵니다. 일하는 아줌마가 건네준 조간신문을 펼쳐든 순간 1면 머릿기사로 웰빙유업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된 것입니다. 아들로부터 신문을 받아 본 차연실 사장은 그냥 혼절하고 맙니다.
장정남, 그는 식약청의 평범한 과장에 불과했지만 국민건강 지킴이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입니다. 만약 이번에 장정남이 이 문제를 덮었다면 글쓴이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며 죄 없는 TV를 박살내었을 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사사로운 정을 배척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일하는 공직자가 있다는 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비록 드라마 이야기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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