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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밀양아리랑입니다. 밀양은 진도아리랑 및 정선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 발상지이기 때문이지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남알프스에 속하는 가지산(1,240m)과 운문산(1,188m), 천황산(1,189m)과 재약산(1,119m)을 떠올릴 것입니다. 또한 밀양은 3대신비의 고장으로서 여름에도 결빙되는 얼음골, 두드리면 종소리가 난다는 만어사 경석,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다는 표충비각(사명대사 공덕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행자들은 영남루를 찾게 되는데 밀양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및 평양 부벽루와 함께 한반도의 3대 누각으로 밀양8경 중 제1경입니다. 필자는 이미 영남알프스와 3대신비는 답사했지만 영남루는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었는데, 밀양 아리랑길은 영남루가 포함되어 있어 기꺼이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밀양아리랑길은 3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지만 몇 년 전 부산일보가 답사한 코스를 따라 영남루를 포함해 밀양읍성,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국립밀양기상과학관을 경유하는 코스(거리 약 7km)를 답사할 계획입니다. 밀양아리랑 코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려면 추화산성과 추화산(242m), 월연정과 금사당을 거쳐야하지만(총 거리 약 13km) 섭씨 34도에 달하는 찜통더위와 발가락 물집으로 인해 부득이 거리를 단축하게 되었습니다.
밀양아리랑 길의 출발지는 밀양시 가곡동 소재 밀양역입니다. 밀양역에는 밀양관광안내소가 있어 밀양트레일 코스를 답사할 경우 중요한 포인트에 인정스탬프를 찍어 제출하면 기념품과 메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안내소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군요. 밀양역은 공사 중이라 이웃한 임시역사로 가야합니다. 밀양역에는 밀양아리렁 시비가 놓여져 있군요.
밀양역 앞 로터리로 나와 중앙로를 따라 북서쪽으로 갑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밀양지사와 밀양우체국을 지나자 영화 밀양 촬영지가 나옵니다. 2007년 개봉된 이창동 감독, 송광호.전도연 주연의 “밀양”은 제6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겸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며,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 부문 한국 출품 영화로 큰 주목을 받았던 명화입니다.
가곡삼거리를 지나 용두교 남단에서 밀양강 둑길을 이용해 북쪽으로 갑니다. 밀양강 둔치는 주차장으로 용두교 뒤로 아름다운 밀양의 산하가 보입니다. 경부선 철교에 이르기 전 밀양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형식의 수중보길을 건넙니다. 밀양강은 울산시 울주군의 고현산(1,033m)에서 발원하여 S자형의 물길을 그리면서 남하하다가 동창천(東倉川)ㆍ청도천(淸道川)과 합류하여 밀양시 부근 삼랑진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연장 96㎞의 강으로 길이에 비해 강폭이 넓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니 정자가 있는데 현지주민들이 정자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기온은 높지만 이곳은 강바람이 불어와 한결 시원하네요. 이어지는 소나무 숲은 삼문송림공원으로 송림도 울창하지만 이미 절정기를 지난 맥문동이 군락을 지어 피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어지는 삼문체육공원을 뒤로하면 밀양민속그네 2기가 보이는데 밀양아리랑을 부르며 그네를 타는 밀양여인네들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길목에는 포개진 암석 위에 철제 조각 작품이 올려져 있는데 현지 안내문을 찾지 못해 어떤 조각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밀양강 건너편에 영남루와 무봉사가 보입니다. 밀양강 남쪽 둔치에는 “날좀보소밀양보소”라는 산뜻한 입체글씨가 계절적으로 녹색의 빛과 잘 어울립니다. 밀양교 남단쪽 둑길에도 영남루를 알리는 글씨가 있어 증명사진을 찍습니다.
참고로 “날좀보소밀양보소”는 밀양아리랑의 가사에서 따온 말입니다.
《밀양아리랑》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보소
동지섣달 꽃본듯이 날좀보소
(후렴)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교를 건너 북단으로 가면서 바라본 밀양강은 정말 강폭이 넓은 편입니다. 밀양걍을 건너면 바로 영남루인데, 돌계단을 오릅니다. 밀양시 내일동 소재 밀양 영남루(嶺南樓, 국보)는 조선시대의 누각으로 귀빈을 맞이하여 잔치를 베풀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한 옛 밀양도호부 객사의 부속 건물입니다. 정면 5칸, 측면 4칸으로, 1844년 재건된 조선 후기 대표 누각 중 하나이며, 밀양강의 수려한 경관과 화려하고 뛰어난 건축미가 돋보여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로서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한국의 3대 누각으로 꼽혀 예로부터 많은 문인들의 사랑을 받은 누각입니다.
영남루 경내에는 천진궁(단군과 역대 왕조를 세운 시조의 위폐를 모신 사당), 아랑각(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아랑 낭자를 기리는 사당), 이웃에는 작곡가 박시춘의 옛집과 흉상 및 노래비, 무봉사(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로 신라(혜공왕 9년(773) 법조대사가 새운 천년고찰)이 있습니다.
영남루 안쪽 돌계단을 오르면 사명대사 유정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명대사 유정(1544-1610)은 밀양출신으로 조선 중기의 승려이자 승장(僧將)이며, 본명은 응규, 법명은 유정, 호는 사명당으로 오늘날에는 존경하는 뜻을 담아 사명대사(泗溟大師)라고 부릅니다. 승려의 몸으로 국난이 닥치자 몸소 뛰쳐나와 의승(義僧)을 이끌고 전공을 세웠으며 전후의 대일 강화 조약 등 공훈을 세워 민족의식을 발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승려입니다.
위쪽으로 가면 밀양읍성인데 그 길목에는 밀양의 명소를 알리는 벽화형식의 안내문, 조각 작품 같은 조형물, 밀양최초의 상수원배수지가 있습니다. 1933년 설치된 이 배수지는 1989년 상수원 근대화 사업시행으로 가동을 멈추었지만 역사적인 시설물로 보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쪽으로 오르면 밀양읍성입니다. 밀양시 내일동 소재 밀양읍성은 조선전기에 축조된 성곽으로 성종 10년(1479) 왜적 방어와 수비 강화를 위하여 처음 성을 쌓았는데, 둘레가 1,425m, 높이 2.8m, 성내 우물이 넷, 못이 하나 있었답니다. 그 후 선조 23년(1590) 부사 신잡(申磼)이 성 둘레에 물을 끌어 들여 해자(垓字)를 만들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읍성이 폐허가 된 후 성벽의 재건과 건물의 복구를 하면서 구조가 변경되었고, 1902년 경부선 철도부설공사 때 4대문과 성벽의 석재가 모두 헐리어 철도부설공사에 이용되었으며, 아동산과 아북산을 잇는 산등성이에 퇴뫼성이 남아 있습니다. 동문지(東門址)에서 밀양 영남루 방향까지 ㄱ자 형태로 일부 복원된 상태입니다.
아동산 정상(88m)에 세워진 망루인 무봉대(舞鳳臺)에 서면 밀양시가지가 잘 내려다보입니다. 남쪽으로는 아까 지나온 밀양강변의 둔치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산성 동문을 지나 밀양여고가 위치한 아북산(119m)의 능선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밀양읍성 동문에서 우측으로 조금 가다가 동문고개 로터리에서 좌측으로 갑니다.
밀양소방서를 지난 갈림길에서 우측 언덕길을 오릅니다. 밀양성당을 뒤로하면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와 밀양국립기상과학관입니다. 밀양시 교동 소재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는 국내 유일의 외계행성과 외계생명에 특화된 천문대로 세계 최초 음성인식제어시스템이 설치된 70cm 반사망원경 등 국내 최고의 관측장비, 국내 최초로 해설자와 관객들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천체투영관, 흥미로운 전시체험시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립밀양기상과학관은 알쏭달쏭 어려운 날씨 속 기상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체험하며 익힐 수 있는 과학관입니다. 기상이라는 특화된 주제로 다양한 체험 및 교육을 제공하며 국민과 함께 하는 소통형 기상과학 문화플랫폼 구현을 목표로 합니다. 대형 토네이도와 기상예보관 및 기상캐스터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기상기후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 필자는 발가락 고장으로 부득이 추화산성으로 가는 일행과 작별하고 아리랑길 답사를 멈춥니다. 추화산성과 월연정을 답사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평소 보고 싶었던 영남루 누각에 올랐고 밀양읍성을 거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두 천문우주기관(우주천문대, 국립기상과학관)을 만난 것은 이외의 소득입니다.
《밀양 아리랑길 개요》
▲ 일자 : 2024년 8월 31일 (토)
▲ 코스 : 밀양역-밀양우체국-용두교 남단-밀양강 징검다리-영남루-밀양읍성-밀양소방서-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밀양국립기상과학관)
▲ 거리 : 6.7km
▲ 시간 : 2시간 10분(우주천문대, 기상과학관 관람시간 미포함)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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