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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은 국립공원 지리산이 품고 있는 5개 시군(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의 120개 마을을 잇는 21개 코스, 300km의 장거리 도보길입니다. 이 길은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연결해 트레킹이 가능하도록 환형으로 조성하였습니다.
21코스(산동-주천)는 구례군 산동면 원촌리에서 출발해 계척마을 산수유시목지와 구례-남원의 경계인 밤재를 거쳐 남원군 주천면 둘레길 안내센터에 이르는 15.9m의 도보길로서 지리산 둘레길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21코스 들머리는 산동면사무소가 있는 원촌마을입니다. 원촌마을은 이름 없는 하천이 서시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있으며, 면소재지의 풍경은 1970년대 시골장터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정겹습니다. 서시천 변에는 김완장군 전승유허비가 있는데 이 비는 조선선조 임금 때 무신 김완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1887년(고종 24)에 세운 비석입니다. 김완(金完, 1577~1635)은 영암 출신으로 정유재란 당시 무과에 급제하여 경상도 방어사 진중으로 가던 중 전북 남원에서 일본군을 만나게 되자 남원진사와 함께 이곳 구례군 산동면 원촌리에서 일본군과 싸워 승리를 거둔 장군입니다.
산동면사무소 앞에서 북쪽으로 갑니다. 산동초등학교 인근 도로변에는 딱지치기와 말뚝박기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벽화로 재현해 놓았네요. 기야할 현천마을에는 MBN “자연스럽게” 프로 촬영지라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습니다. 길목에서 190m 지점에 삼성벽화마을이 있지만 무더위로 인해 답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진행방향의 우측으로는 벼논 뒤로 지리산 서북능선이 맑은 하늘아래 선명합니다.
계천교를 건너기 직전 현천마을 표석이 있는 곳에서 19번 국도가 통과하는 현천교의 굴다리를 지나갑니다. 친근한 돌담을 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면 현천마을 유래, 현천마을 종합안내도, 구례 산동의 산수유길 안내도가 있는데, 현천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이웃한 현계정 옆에는 수령 34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현천제(저수지)에서 원래 둘레길은 저수지 둑으로 가지만 약간의 시간을 할애해 저수지 위쪽으로 올라가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일품입니다. 저수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카페의 대형하트 조형물도 사진촬영포인트이고, 코너에 있는 “자연스럽게”의 “전인화네 집”도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분들에게는 추억의 명소입니다. 현천제를 한 바퀴 돌면서 바라본 모습도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현천제를 뒤로하면 길은 숲으로 이어지는데,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개망초도 아름다운 풍경입입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연관마을인데 이 마을은 조선 중기에 형성되었다고 하는군요. 연관마을을 뒤로하고 계속 산길을 걸으면 시계가 확 트이는 고갯마루를 지나 계척마을의 계척제(저수지)입니다.
계척저수지를 뒤로하고 수령 390년의 보호수 겸 마을의 당산나무인 느티나무를 지나면 정자가 있는데 이곳 계척마을은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을 피해 주민들이 정착해 형성된 마을입니다. 그 아래쪽에는 둘레길 21코스의 가장 중요한 곳인 산수유 시목지입니다. 구례군 산동면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수유산지로 만든 것은 바로 맨 처음 심은 수령 1,000년인 이 산유나무 때문입니다. 이 나무는 중국 산동성에 거주하던 한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을 오면서 고향의 풍경을 잊지 않기 위해 산수유 한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유래하고 합니다. 이곳에는 한반도지형을 본뜬 광장도 있고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에 대한 안내문도 있습니다.
산수유시목광을 뒤로하고 노란 꽃이 피어 있는 모감주나무를 보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깁니다. 비포장도로를 걷다가 좌측의 산속으로 접어듭니다. 이제부터는 오늘이 최고봉인 해발 490m인 밤재정상으로 가는 고단한 길입니다. 숲속이지만 워낙 무더워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편백나무숲을 지나갑니다.
골짜기의 계류를 건너 계루를 따라 올라갑니다. 양봉농장에는 내리쬐는 뙤약볕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모습입니다. 밤재터널 입구에서 밤재까지 오르는 1.9km거리가 바로 죽음의 길입니다. 사진 무더위만 아니면 이 정도의 해발고도를 오르는 것은 허리띠만 단단히 졸라매고 쉼 호흡만 가다듬으면 가을하지만 오늘 이곳의 최고기온은 섭씨 31도라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야하는 고행의 길입니다.
고도를 점점 높일수록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기도 하지만 보일 듯 보일 듯 하면서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밤재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임도변에는 길손이 쉬어 갈 수 있는 의자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 밤재터널 입구에서 출발한지 약 30분 후에 드디어 목적지인 밤재(해발 490m)에 도착합니다. 밤재는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의 경계인데, 이곳에는 둘레길 21코스의 인증도장함이 있고, 왜적침략길 불망비도 있습니다. 여기서 견두산까지의 거리는 4.2km(이웃에는 3.0km로 표기)인데 동일한 장소에 있는 이정표의 거리가 이토록 다른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그러나 밤재에서 바라보는 파란하늘은 지금까지의 피로를 씻어줄 정도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제부터는 밤재를 내려섭니다. 임도이기 때문에 그리 가파르지는 않지만 딱딱한 도로여서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촉감은 빵점입니다. 한참 후 19번 국도의 굴다리를 통과해 이정표를 따라 요리조리 움직이면 다시 숲입니다. 이제는 낮은 능선을 오르는 일도 다리가 무척 무거워지네요. 둘레길 이정표에는 “정문등”이라고 씌어져 있는데 이게 마을이름인지 아니면 다른 이름인지 용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지나는 길목에는 류익경 효자비각이 있군요.
장안저수지에 물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이곳에는 근래 비가 내리지 않은 듯합니다. 방금 지나온 곳이 안용궁(내용궁) 마을이었군요. 내룡교를 지나 원천초등학교 옆으로 가면 목적지인 지리산 둘레길 남원 주천센터입니다. 주천센터 앞에는 지리산 둘레길 조형물, 이순신장군의 백의종군로 등 안내문이 있습니다.
오늘 17km를 걷는데 약 6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원래 거리는 16km이지만 현천저수지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1km 정도 더 걸었으며 무더위로 인해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9월 1코스를 시작으로 드디어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지나간 일은 모두 추억이겠지만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고생했던 기억은 모두 잊고 좋았던 것만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렵니다.
《지리산 둘레길 21코스 개요》
▲ 일자 : 2022년 7월 2일 (토)
▲ 코스 : 산동면사무소-현천저수지-계척저수지-산수유시목지-밤재터널입구-편백숲-밤재-장안저수지-내룡교-지리산 둘레길 남원 주천센터
▲ 거리 : 17.2km
▲ 시간 : 5시간 55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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