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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선운산 도솔계곡 안쪽에 자리잡은 도솔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산내암자입니다. 도솔암의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사적기에는 선운사와 함께 백제 때 창건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1) 선운사 도솔암
선운사 일주문에서 출발해 선운사를 지나 한참 들어가면 천연기념물인 장사송이 있는데 그 옆에 도솔암이 있습니다. 사적기에 따르면 신라 진흥왕이 만년에 왕위를 버리고 도솔산의 한 굴(진흥굴)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바위가 쪼개지며 그 속에서 미륵삼존불이 출현하는 꿈을 꾸고 이에 감응하여 중애사와 선운사 및 도솔사 등 여러 사암을 창건하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백제의 영토였던 이곳에 신라왕이 머물렀을 가능성은 희박하여 창건사항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륵삼존의 출현이나 도솔(兜率)이라는 이름 등은 도솔암이 미륵신앙의 배경아래 창건된 사찰임을 알 수 있습니다.(자료/선운사 홈페이지)
도솔암 입구 찻집에는 “오 자네왔는가”로 시작되는 글이 새겨져 있어 길손의 눈길을 끕니다.
『오, 자네 왔는가 이 무정한 사람아
청풍에 날려 왔나 현화를 타고 왔나
자네는 먹이나 갈게 나는 차나 끓임세』
찻집 뒤에는 보제루(普濟樓)가 있는데 이는 사찰의 중심 불전 앞에 세워지는 누각을 지칭하는 용어로 절에 따라 만세루(萬歲樓) 또는 구광루(九光樓)라고도 하며, “두루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에서 보제루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제루 앞에는 초서체의 현판이 달린 전각이 있는데 글씨를 읽을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혹시 만심당(滿心堂)이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주차장과 종무소를 뒤로하면 좌측에 종각이 있는데 주말에는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종을 타종할 수 있음이 매우 이채롭습니다.
큰 바위 아래에는 중심전각인 극락보전이 있는데, 이는 서방 극락정토의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모시는 법당입니다. 극락보전 좌측에는 수광전(壽光殿), 우측에는 도솔암 현판이 붙은 전각이 있네요. 수광(壽光)은 “끝 없는 빛”이란 뜻으로 아미타여래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발굴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출토된 기와에 “도솔산 중사(兜率山仲寺)”라는 명문이 있어 당시에는 절 이름을 중사(仲寺)라고도 불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 들어오면 도솔암은 상도솔암과 하도솔암 및 북도솔암 세 암자로 나뉘어져 독자적인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북도솔암은 지금의 극락보전이 있는 자리로서 1703년(숙종 29) 최태신이 창건하였습니다. 이처럼 각기 독자적인 암자였던 것이 근세와 와서 북도솔암을 중심으로 하나의 암자로 통합된 것입니다. (자료/선운사 홈페이지)
극락보전을 뒤로하고 위쪽으로 오르면 나한전입니다. 나한전은 석가모니불과 그 제자들을 모시는 법당으로, 보통 석가모니불과 16나한을 모신 응진전(應眞殿)과 석가삼존을 중심으로 500인의 아라한을 모신 오백나한전(五百羅漢殿)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2) 도솔천 내원궁
나한전 우측에는 도솔천내원궁 현판이 붙은 일주문이 있는데 일주문 현판은 도솔천내원궁이지만 안내문은 도솔암내원궁입니다. 그런데 도솔천(兜率天)도 개천을 뜻하는 내천(川)자가 아니라 하늘을 뜻하는 하늘천(天)자입니다. 따라서 도솔천((兜率天)은 “미륵이 산다는 이상세계”를 말한다고 하는군요. 내원궁이 있는 암자터 바위이름을 천인암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찰의 암자가 아니라 바위 이름임을 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내원궁은 통일신라 때 지은 것으로 전하지만 지금의 내원궁은 조선 중중 6년(1511) 다시 짓고 순조 17년(1817)까지 수차례 고친 건물입니다. 상도솔암은 지금의 도솔천내원궁으로서 1511년 지은(智誾) 스님이 중창한 것으로 조선 말 이후 내원궁만 남기고 퇴락하였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도솔암 내원궁이 있는데 이곳 금동지장보살좌상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입니다. 전각의 이름에 “궁(宮)”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처음 보네요. 지장보살을 모시는 법당을 명부전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내원궁이라고 부르는 게 특이합니다. 전각 내 지장보살좌상은 고려후기의 불상 양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우아하고 세련된 당대 최고의 걸작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바라보는 천마봉과 사자바위의 위용은 일품입니다.
내원궁 뒤쪽에는 산신각이 있군요. 산신각은 사찰에서 산신을 봉안하는 불교건축물로 호랑이와 노인의 모습으로 묘사한 산신을 봉안하거나, 이를 탱화(幀畫)로 도상화한 그림만을 모시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부터이지만 산신각이 세워진 것은 조선 중기 이후부터라고 하는군요.
(3) 도솔암 마애불
내원궁을 내려와 나한전 옆 윤장대를 지나면 바로 유명한 마애불입니다. 정식명칭은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보물 제1200호)이지만 보통 "도솔암 마애불"이라고도 부릅니다.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 이 불상은 한국에서는 가장 큰 마애불상 중의 하나로 미륵불로 추정됩니다. 지상 3.3m의 높이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불상의 높이는 15.6m, 폭이 8.48m가 되며, 연꽃무늬를 새긴 계단모양의 받침돌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머리 위의 구멍은 동불암이라는 누각의 기둥을 세웠던 곳입니다.
마애불좌상이 조성된 이래 불상의 배꼽에는 신기한 비결(秘訣)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하여 동학농민전쟁 무렵에는 동학의 주도세력들이 현세를 구원해줄 미륵의 출현을 내세워 민심을 모으기 위해 이 비기를 꺼내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마애불상이 있는 곳은 하도솔암으로 불린 곳으로 1658년 해인(海印)스님이 창건하였답니다. 현지에는 마애불상 앞에 도솔암 기도법당 신축공사를 위한 불사동참 안내문이 있는데 마애불 아래 낮은 곳에 전각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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