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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추노> <공부의 신> <지붕뚫고 하이킥> 등에 쏠려 있습니다. 다음뷰에서도 이들에 대한 리뷰는 거의 언제나 베스트로 선정되고 독자들도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추노>는 단련된 복근을 드러낸 남성미 물씬 넘치는 주인공들의 귀신같은 칼 솜씨와 화려한 영상미를, <공부의 신>은 만년 꼴찌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최고의 명문인 천하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리고 <지붕뚫고 하이킥>은 상쾌하고 명랑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러브라인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들 드라마는 재미는 있으나 크게 감동을 주진 않습니다. 물론 이는 어폐(語弊)가 있는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노에서 곽한섬(조진웅 분)과 한상궁의 짧은 사랑이야기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공부의 신>에서는 폐교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려는 주인공 강석호(김수로 분)의 집념과 카리스마는 상당히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정말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KBS 주말드라마 <명가>가 그것입니다. 

<명가>는 부자에 대한 대중적 시각이 곱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대로 된 부자"인 경주 최씨 일가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정당한 부(富)의 축적과 도덕적 부(富)의 행사과정을 보여주고, 이탈리아 메디치家에 버금가는 한국의 명가(名家)를 통해 우리 문화의 전통과 긍지를 오늘에 되살리는 취지의 드라마입니다.(기획취지에서 인용).

경주 최씨를 대표하는 주인공 최국선(차인표 분)은 큰 뜻을 품고 한양 사옹원 참봉으로 관직에 나가지만 남인과 서인의 정쟁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 아버지인 조선최고의 거부인 역관 장길택의 비참한 말로를 보며 크게 깨달아 모든 것을 버리고 경주로 돌아와 땅과 농업에 주력합니다.

그는 한양에서 장사로 번 돈 200냥으로 땅을 구입하여 농사를 지으려 하지만 사기꾼에게 속아 빈털터리가 됩니다. 허탈해 있는 그에게 반계 류형원이 나타나 황무지를 개간해 옥토로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마침 조정에서도 황무지개간을 적극 장려하였기에 그는 경주사또를 찾아가 황무지에 주인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개간을 서두릅니다. 그는 돈 200냥을 차용하여 개간에 참여한 농민들에게 노동의 대가로 곡식을 나누어줍니다.

                          반계 류형원
 

한창 개간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농민들이 모두 성곽보수에 동원됩니다. 경주에 새로 부임한 영장인 김원일(김성민 분)이 허물어진 성곽을 보수하도록 사또에게 건의하였고 사또가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농민들로서는 부역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황무지개간에 참여하고 품삯을 받는 것이 훨씬 낫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김원일은 최국선 집안의 마름(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 지주에 의해 임명되어 농장이나 소작지를 관리했던 사람)인 김자춘의 아들로, 최국선의 사업을 방해할 의도도 있었을 것입니다.

일꾼이 모두 사라진 황량한 황무지를 바라보던 국선은 살기 힘들어 고향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노략질을 일삼는 유랑민을 찾아가 황무지 개간에 참여하면 품삯을 주고 나중에 개간이 완료되면 경작권을 주겠다고 약조하여 이들을 참여시킵니다.

                          낫을 들고 최국선을 협박하는 유랑민들

                        유랑민을 설득하는 최국선


그런데 갑자기 영장인 김원일이 포졸들을 끌고 와서는 농민들을 잡아가 성곽보수에 동원시킵니다. 유랑민이 되어 노략질을 일삼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국선은 이들의 삶을 지켜주고 싶다고 항변하지만 원일은 국선에게 한 여인의 삶(그가 사모하는 한단이를 말함)도 지켜주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말이냐고 비아냥댑니다.


                          유랑민을 끌고가는 김원일

                          김원일과 최국선 

 
국선은 사또를 찾아가 애원합니다. 그러나 사또는 이들이 세금도 내지 않고 야반도주하였는데 이를 용서한다면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지 않는다며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선은 이들이 자립하여 소득을 얻어 세금을 바치게 되고, 떠났던 유랑민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만큼 사또의 공적도 올라간다고 설득해 하루만에 풀려납니다. 이들은 밤에 개간지로 달려가 불을 밝히고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최국선의 진심을 읽은 것입니다.

                           경주사또를 찾아간 최국선

                        

                      풀려난 유랑민이 야간에 황무지를 개간하는 모습
   

 
그런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김자춘(이희도 역)이 나타나 그전에 빌려준 돈 200냥을 당장 갚으라고 닦달하면서 불가능하면 땅을 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차용한 돈의 출처가 김자춘이었던 것입니다. 유량농민들은 그동안 받은 품삯을 절약하고 남은 곡식을 주머니에 싸가자고 와서 이걸로 빚의 일부라도 갚으라고 하지만 국선은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거절합니다. 글쓴이도 이 대목에서 정말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차용증서를 가지고 나타난 김자춘  


                         곡식을 내 놓은 일꾼들

 
                         공명첩을 사서  양반이 된 김자춘  


이때 정의의 흑 기사가 짠~하고 나타납니다. 과거 국선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사람이 혜성 같이 등장해 거금 200냥을 그냥 갚아준 것입니다. 여기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운다"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선행을 하면 언젠가는 그 보상을 받는 것이지요.


                           국선의 빚을 갚아준 사람

 
그런데 마수의 손길은 엉뚱한 데서 다가옵니다. 사리사욕이 눈이 먼 호조판서 최원영(최종원 분)은 김자춘에게 영남일대의 문전옥답을 전부 사들이라고 은밀히 지시한 것입니다. 최국선의 개간지를 빼앗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김자춘은 사또를 찾아가서 자신은 호조판서의 재산관리인이라고 말하고는 사또에게 뇌물을 바칩니다.

                       사또에게 뇌물을 바치는 김자춘 

 
사또는 포졸들을 동원해 개간지의 농민들을 잡아들입니다. 주인이 있는 남의 땅을 무단으로 개간하여 땅주인으로부터 고변이 들어왔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국선은 사또에게 주인 없는 땅임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지만 이미 김자춘으로부터 뇌물을 먹은 사또는 요지부동입니다. 김자춘은 사또에게 황무지를 입안(관청에서 재산권관련 문서를 발급 받는 일)토록 요청한 것입니다.

                             일꾼들을 잡아가는 포졸들

                         사또에게 항의하는 국선 

                               몰려온 일꾼들 

농민들이 한꺼번에 경주관아에 난입하여 소란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사또! 아뢸 일이 있어 저희들이 죽을 각오를 하고 모두 다 같이 왔습니다."

"정녕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왔느냐?"

"우리는 경주백성들입니다. 경주백성이 사또께 아뢸 일이 있어 왔는데, 경주관아에 오면 안 되는 것입니까?"

"이런, 다들 물고를 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다들 옥에 처넣기 전에 썩 물러가지 못할 까!"

"절대 물러가지 못하니 차라리 물고를 내시오! 이미 죽은 목숨과 다름없는 몸인데 두려울 것도 보이는 것도 하나 없소! 굶어 죽으나 옥살이하다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거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시오. 내가 죽으면 평생 원혼이 되어 사또를 괴롭힐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사또는 분을 참지 못하고 당장 이 놈을 포박하라고 지시합니다. 포졸들이 다가서자 농민들도 일제히 반발합니다. 일촉즉발의 순간, 보고를 받은 김자춘의 아들인 김원일이 포졸을 이끌고 당도해 농민들을 위협합니다.

최국선은 농민들은 죄가 없으며 자신이 포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 땅을 입안한 김자춘에게 넘겨주라는 것입니다. 이 순간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농민 중 가장 연장자가 사또 앞에서 "그건 안 된다"면서 열변을 토한 것입니다.

                         노인의 등장

                           열변을 토하는 노인

 
"사또! 이 늙은이, 이제 예순을 넘겼습니다. 남들보다 오래 산 죄로 늘고 병들고 굶주리는데 더러운 게 목숨이라 끊지 못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소인이 태어난 후 처음으로 여기 계신 이 나리 덕분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농사도 못 짓는 그 험한 땅을 논밭으로 바꾸는 것처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이 늙은이한테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해 주신 겁니다. 사또! 천하디 천한 소인의 청을 한번만 들어 주이소! 네? 그 땅은 개간을 하신 이 나리의 땅입니다. 그 땅에 이 손으로 볍씨를 뿌려보고 싶습니다. 사또! 소인이 살면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죽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그 땅에서 곡식을 거두어 보고 싶습니다. 사또! 그 땅은 저희들 목숨입니다. 사또! 소인의 청을 물리치시려거든 그만 이 자리에서 저의들 목숨을 끊어 주이소! 사또오~~"

                       놀란 사또


                        놀란 김자춘


그러면서 노인이 부복하자 참가한 모든 백성들이 한마음으로 간청합니다. 노인의 열변에 모든 백성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사또와 김자춘 및 김원일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최국선입니다. 한마디로 감동의 물결입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경주사또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민초의 힘은 그만큼 무섭기 때문이겠지요.  


                           부복한 일꾼들




귀가한 김자춘은 집기를 집어 던지며 화풀이를 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면 무지한 백성들도 은혜를 갚는다는 사실을 통감합니다. 오랜만에 정말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났습니다. <찬란한 유산> 이후 이렇게 감동적인 드라마는 처음입니다. 그래서 주말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지요.     


                              화를 못 참는 김자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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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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