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일연속극 <바람불어 좋은 날>의 웰빙유업 장대한(진이한 분) 팀장은 자신을 세 번이나 골탕먹인 권오복(김소은 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있는 한 디자인공모전 입상은 꿈도 꾸지 말라며 분풀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예심을 거쳐 최종결선에 2명이 올랐는데, 한 명은 프랑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경력이 매우 빵빵한 김은정(27세)으로 제품개발팀(장대한 팀장)이 추천했으며, 다른 한 명은 광고팀이 추천한 권오복입니다. 오복의 이력서를 들쳐보던 대한은 깜짝 놀랍니다. 오복의 나이 19세로 고교1학년 중퇴입니다. 그러나 입상경력은 비교적 화려합니다. 이력서를 보던 대한은 박장대소합니다. 그가 왜 이렇게 웃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애가 까분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공모작품의 작성취지를 읽어보는 대한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그녀의 아이디어가 매우 참신함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대한은 차연실(나연희 분) 사장실로 가서 제품개발팀과 광고팀에서 각각 한 편식 두 편을 선정했다고 보고합니다.
▲ 사장의 결정에 반기를 든 장대한
귀가하면서 결선에 오른 서류를 가져온 차 사장은 아들인 상준의 의견을 물었는데 상준은 권오복의 작품이 좋다고 합니다. 회사로 출근한 차 사장은 남편인 강인수(김성환 분) 회장의 의견을 물었는데 역시 권오복을 선택합니다.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제품의 성격에도 잘 맞는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러나 차 사장은 정규디자인교육도 안 받은 사람을 뽑아서 어찌하겠느냐며 소 뒷걸음치다가 쥐잡은 게 눈에 보인답니다. 차 사장은 김은정이 경력도 화려하고 안정된 기술력이 돋보이므로 최종 당선자로 결정합니다.
강인수 회장, 차연실 사장, 장대한 팀장
차 사장은 장대한 팀장을 불러 최종당선자는 김은정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러면서 장 팀장에게 자기의견에 동의하느냐고 묻습니다. 이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대한이 이에 반대하면서 권오복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차 사장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결정에 한번도 반기를 든 적이 없는 대한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대한은 공모작품심사 시 인적사항은 첨부하지 않고 작품성만 심사하는데 그 결과 오복의 작품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차 사장은 나중에 공모결과가 대외적으로 발표되기 때문에 수상사의 인적사항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대한은 대외적인 면보다는 실리를 따져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신제품 개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과 유용성인데, 제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포장디자인이 고루하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우므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발상에서 권오복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차 사장은 자신은 이미 김은정으로 결정했으니 장 팀장에게 생각을 바꾸도록 명령합니다. 이처럼 차 사장이 고집을 피우자 대한은 일단 사장의 의견을 따르기로 합니다. 그 대신 권오복의 상품판권은 회사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가 경쟁회사로 들어가면 회사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 말을 들은 차 사장은 망연자실한 표정입니다. 대한을 참으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사업의 후계자가 될 그녀의 아들 상준이가 저 정도의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자신이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게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가 한 말 모두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아들 상준이가 사업을 경영할 때 똑똑한 장대한이 아들을 무시할 지도 몰라 은근히 걱정됩니다.
차연실 사장과 아들 강상준
▲ 권오복, 디자인공모전 대상수상
고민하던 차 사장은 최종 대상을 낙점하고는 수상자에게 연락토록 조치합니다. 대상수상자는 당연히 김은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제품개발팀에서는 권오복에게 전화를 걸어 대상을 수상하였음을 알립니다. 권오복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입니다. 그녀는 장대한이가 방해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미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권오복으로서는 자신을 만날 때마다 훔쳐간 반지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대한이 자신을 적극 추천했음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오복은 앞으로 최고의 일러스트가 되는 게 꿈인데 이제 그 꿈을 실현시킬 첫 단추를 끼운 셈입니다.
▲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실력중시와 공평무사한 일 처리
장대한 같은 총명하고 유능한 젊은이가 오복을 적극 추천한 것은 설마 자신을 골탕먹인 권오복을 가까이 두고 복수를 하기 위함은 아닐 것입니다. 강인수 회장과 그 아들 상준도 이미 그녀를 추천했듯이 대한도 오복의 재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사(公私)를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그 공평무사함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는 회사의 장래를 위한 일에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고방식에서 학력지장주의 사회풍조에 경종을 울립니다. 오래 전 모 부처의 어느 정신나간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인사원칙으로 소위 K고와 S대 법대출신이 아니면 요직에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여 주변사람들의 빈축을 샀다고 합니다.
한편 차은실 사장도 매우 유능한 CEO입니다. 자신의 결정이 일개 팀장에 의해 거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팀장의 의견에 따라 권오복을 낙점함으로써 자신의 권위와 체면보다는 회사의 이익이 되는 방안을 선택했으니까요. 이런 일이 드라마에서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루어져야 건강한 사회입니다. 지금 우리사회의 갈등구조를 보면 국가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칭 나라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국가의 이익이 되는 방안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차연실 사장 역의 나영희
[다음 메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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