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동이> 45회에서 연잉군 금(훗날 영조)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불과 6살의 나이에 과거보는 사람도 익히기 어렵다는 대학과 중용을 스스로 깨우칠 만큼 영특합니다. 그리고 희빈(이소연 분)의 이들인 세자(훗날 경종)가 불치병에 결렸습니다. 궐 밖에서 아들 금을 만난 숙종(지진희 분)은 자신을 또 "한성부 판관"이라며 동이에게 그랬듯이 개구쟁이놀음에 빠집니다. 이번 회는 왕자 금이 성군의 자질을 유감 없이 보여줍니다.
▲ 천재 아이로 자라고 있는 연잉군 금
저자거리에서 지붕위로 올라가 또래의 조무래기들과 함께 행차를 구경하던 어린 아이가 어른의 호통에 지붕에서 내려오려다 지붕사이로 빠져 선비가 술을 마지는 주막 아래로 떨어집니다. 깜짝 놀란 선비가 한 아이의 목을 잡고 때리기 시작합니다. 이 모습을 본 아이가 소리칩니다.
"그거 놓지 못하겠느냐? 보아하니 선비인 것 같은 데 선비의 언행이 어찌 그리 무도한 것이냐?"
"뭐라?"
"자고로 물이귀기천인(勿以貴己賤人)하고, 물이자대이멸소(勿以自大而蔑小)라, 나를 귀하게 여김으로서 남을 천하게 여기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해서 남의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라고 하였거늘 아무리 양반이라고 어린 아이를 그리 심하게 손찌검하다니, 어서 아이를 놓아 주거라!"
기가 막힌 선비가 호통을 칩니다.
"네 이놈, 어린 천 것이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뭣들 하느냐? 저놈을 잡지 않고?"
"멈춰라! 나는 왕자니라! 나는 이 나라의 왕자란 말이다!"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 사이에 자신을 왕자라고 밝힌 아이는 동이(한효주 분)가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옵니다. 뒤따라 나온 선비가 동이에게 이 아이의 어미냐고 묻자 동이는 딱 부러지게 말합니다. 선비라면 후궁하나가 사가에 나와 있는 것을 알 텐데 왜 그러느냐고 오히려 되묻습니다. 선비가 저자에 후궁이 나와있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빈정거리자 "네 이놈, 감히 왕실을 능멸하는 것인가! 네 정녕, 왕손을 능멸한 죄로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겠는가?" 이 때 호위군사 한 명이 당도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검계수장인 게둬라를 도피시키려 한 죄로 동이가 궐 밖 사가로 쫓겨 난지 어언 6년, 그 당시 출산하였던 연잉군 금(이형석 분)은 아주 명석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것도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는 기개를 지녔습니다. 동이가 얼마나 아이를 잘 키웠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금이 봉상궁과 애종이에게 말도 하지 않고 몰래 나온 것입니다. 피는 못 속인다고 그 어미를 그대로 쏙 빼어 닮았네요. 동이는 물그릇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는 벌을 세우지만 금의 호기심은 또 다른 사고를 부릅니다.
금은 서당에 가서도 졸기만 합니다. 전부 다 아는 소학을 배우기가 지겹기 때문입니다. 훈장은 왕자마마는 다른 반가 자제들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훈계합니다. 아이들은 비록 금이 왕자라 할지라도 어미가 천인이라고 놀려댑니다. 훈장이 혼을 냈지만 소학을 줄줄 꿰는 금이 신통하기만 합니다. 한편 동이는 탁자 위에 놓아둔 중용(中庸)과 대학(大學)을 찾습니다. 나중에 동이는 금이 이를 스스로 깨우쳤다는 것을 알고는 금을 서당에 더 이상 보내지 않으려 결심합니다. 금이 남들과 다른 천재임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며, 왕자가 위험해 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불치병에 걸린 세자를 둘러싼 기 싸움
궁에서는 숙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사신단을 위한 연회가 베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자(장희빈의 아들)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더니 의식을 잃고 세자가 쓰러집니다. 연회는 중단되고 숙종은 어의를 부르라고 소리칩니다. 장희재는 어의대신 남 의관을 들여보냈다고 장희빈을 안심시킵니다.
장희빈-희재 남매는 남 의관을 불러 세자의 병세를 묻는데 세자가 워낙 병약하여 백약이 무효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세자는 후사를 보기가 힘들지도 모른다고 아룁니다. 희빈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입니다. 만약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세자의 자리도 위험하게 되니까요. 희빈은 궐 밖 숙원(동이)이 낳은 왕자(금)가 신경이 쓰입니다. 비록 지난 6년 동안 숙종이 찾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한편, 중전(인현왕후)은 전하가 어의를 보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 의관을 들인 것에 대해 의문을 품습니다. 본시 세자의 몸은 어의가 살피는 것이 관례인데 지난 몇 달 동안 취선당(희빈 처소)에서는 동궁전(세자 처소)의 일을 남 의관에게 맡겼다는 것입니다. 세자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희빈이 어의를 멀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거든요. 나인을 시켜 알아보니 사가에서 약재를 지어 동궁전에 올리고 있답니다. 분명 세자에게 말할 수 없는 병이 있다고 단언합니다. 그전 궐에 동이가 있을 때는 그녀가 <탐정 동이>였는데 이제는 인현왕후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군요.
▲ 궐에서 소란을 피우다 쫓겨난 왕자 금
궐에서는 매년 마을 아이들을 불러 잔치를 합니다. 이번에는 천인마을차례입니다. 금은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는 줄을 섭니다. 또 나인들에게 말도 없이 금이 사고를 치는군요. 궐로 들어간 금은 대오를 이탈하여 홀로 임금의 처소인 대전을 찾아 나섭니다. 아바마마를 뵙겠다는 일념뿐입니다.
금은 곤룡포를 입은 사람이 지나가자 "아바마마!"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세자저하입니다. 그는 성정이 착한 듯 합니다. 금에게 좋은 말로 타이릅니다. "이 세상에서 전하를 아바마마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왕손뿐이다. 다른 데서 또 그리하면 불경죄로 매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조심하거라!" 그리고는 호위무사에게 말합니다. "오늘 궐에 천인들을 위한 잔치가 있다 들었다. 그기에 왔다가 길을 잃은 모양이니 그냥 보내주거라!"
금은 세자에게 자신은 천인이 아니라고 말을 이어가는데, 희빈이 나타나는 바람에 말을 중단합니다. 정말 큰일 날 뻔하였습니다. 이 아기가 세자의 길을 막았다는 말을 들은 희빈은 매를 쳐서 내 보내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자는 별일이 아니라며 그냥 내보내 주라고 지시합니다. 위기를 모면한 금은 궐 밖으로 쫓겨납니다. 금은 아바마마를 만나야 한다고 발악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 아들인 금을 만난 숙종의 회한
암행감찰을 나온 숙종은 어디서 흐느끼는 소리를 듣습니다. 어린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임금은 손수건을 꺼내 아이에게 줍니다. 아이는 눈물을 훔치더니 수건을 되돌려 줍니다. 숙종은 돌담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왔더니 이렇게 작은 강아지가 있었다면서 예전엔 여기서 너보다 큰 아주 예쁜 강아지를 찾았었다고 말입니다. 동이를 만난 사실을 말하는 것이지요.
숙종이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자 아이가 말합니다.
"자네, 누구인가? 보아하니 성품은 훌륭한 자인 듯 하군! 말해 보게, 이름이 뭔가! 내 자네의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니 주저말고 신분을 밝히게!"
기가 막힌 숙종이 반문합니다.
"이란 맹랑한 놈을 보았나! 네가 지금 뭐라고?"
"놈이라니? 무엄하구나, 내가 감이 누군지 알고 그런 망발을 하는 게냐?"
이 말을 들은 숙종도, 뒤에서 지켜보는 상선영감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래, 어디 들으나보자, 네가 대체 누구기에 내가 망발을 한다는 것이냐?"
"나는 왕자다! 알겠느냐? 내 비록 행색이 이렇다 하나 난 엄연히 주상전하의 피를 이는 왕자란 말이다!"
"왕자라니? 왕자라면 바로 금이 아닌가?" 숙종이 정신이 혼미한 사이 누군가 금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쪼르르 달려갑니다. 아이가 달려간 곳을 보니 그곳에 동이가 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한번도 찾아 않았지만 꿈에도 잊지 못한 동이와 내 아들 금이 모자가 바로 저기 눈앞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숙종은 동이를 아는 체를 할 수 없습니다.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이를 그르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숙종은 동이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궁궐도 돌아온 숙종은 조금 전 일을 생각하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내 아들이며, 얼마나 품에 안고 싶었던 동이였던가!" 숙종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상선영감 앞에서 독백을 합니다. "잘 커 주었구나, 아주 잘 커 주었어!"
귀가한 동이는 금을 야단치는 대신 앞으로 절대로 궐에 가지 말라고 타이릅니다. 금은 아바마마를 뵙고 어머니를 용서해 주시라 말씀드리고 싶었답니다. 불과 여섯 살 난 금이기 마음은 어른스럽군요. 그리고 금이도 가까이서 아버님을 뵈고 싶었다고요. 동이는 그리하면 아바마마가 힘들어진다고 말했지만 참으로 어린아이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구차합니다.
▲ 왕자 금에게 한성부판관이라고 인사하는 숙종
금이 서당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금을 잡고 돌려세웁니다. 알고 보니 바로 손수건을 건네주던 그 선비입니다. 선비는 금에게 대문 뒤에 못된 자들이 숨어 있다고 말한 다음 기다란 막대기로 문을 밀어 아이들을 놀라게 한 후 도망을 갑니다.
함께 도망을 치던 선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쉬었다가자고 금을 세웁니다. 금은 정색하고 말합니다. "괜찮은가? 사내 대장부가 어찌 이리 약한가? 양반이라 그런가? 겨우 이 정도 뛴걸 갖고." 이 말을 들은 숙종은 오래 전 동이를 만나 달리면 때를 떠올립니다. 동이도 똑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지요. "소신, 한성부 판관, 왕자마마께 문후 올리나이다." 인사를 한 숙종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금을 그윽이 바라봅니다.
한편, 동이는 아들 금을 서당에서 데려오려고 길을 나섰다가 저자거리에서 금과 함께 있는 숙종을 발견합니다. 숙종과 동이의 감격적인 재 해후가 이루어질지 오늘 46회가 궁금하군요.
[구글 메인에 게재되었습니다. 감사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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