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영 역의 신은경
▲ 세상에 이런 모녀도 있을 까!
사자숙어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욕망의 불꽃>에서 모녀지간인 윤나영(신은경 분)과 그녀의 딸 백인기(서우 분)의 잘못된 만남이 바로 그렇습니다. 어미가 딸에게 "넌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라고 가슴에 못을 박고, 딸은 어미에게 지금까지 자신이 받은 고통을 되돌려 주겠다며 "지옥까지 함께 갈 것"라고 저주합니다. 이 말을 듣는 시청자도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세상에 이런 모녀도 있을까 싶으니까요.
언니 윤정숙(김희정 분)으로부터 아들 민재를 자꾸만 꼬시려는(?) 나쁜 계집애 인기가 자신이 낳은 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둘 사이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후였습니다. 나영은 인기의 운전기사인 현필을 매수해 그녀의 과거가 담긴 추악한 동영상을 입수하여 인터넷에 공개해 버린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처음으로 나영은 인기를 만나러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나영은 먼저 인기를 품에 안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네가 내 딸인 줄 몰라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인기의 말대로 까칠한 대화를 나누기 전에 먼저 한번 안아주는 모정이 필요합니다. 일단 딸임을 인정하고 나중에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게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영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에 한이 맺힌 인기가 두 손으로 나영의 얼굴을 감싸려고 하자 나영은 뒤로 피하기까지 했지요. 인기는 별안간 나영을 포옹합니다. 인기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란 나영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심경이 복잡하게 된 순간 인기는 폭탄발언을 합니다. "지옥까지 함께 갈 거라고. 절대로 놔주지 않을 거야!" 이게 무슨 말인가요? 이제 몽매에도 그리던 엄마를 만났으니 절대로 해어지지 않겠다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나영을 파멸시키겠다는 저주입니다.
이에 나영도 더욱 악녀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난 너 같은 딸 둔 적이 없어. 넌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였어! 저주받은 씨라고! 내 딸임을 밝히려면 나부터 죽여야 할거야! 친자확인 소송을 하든가, 네 맘대로 해!" 독이 오른 인기도 절대로 지지 않습니다. "내가 느낀 고통을 당신이 두고두고 오래오래 당하게 할 꺼야! 살아있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차리리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절대 못나줘요!" 그냥 딸이라고 인정해 달라는 인기의 절규에 나영은 "너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비정한 어미는 그냥 돌아서고 맙니다.
▲ 나영이 인기를 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어렸을 때 가난에 찌든 나영이 홀로 서울로 와서 버스회사경리사원으로 근무할 때 사장 아들인 박덕성(이세창 분)의 유혹에 넘어가 인기를 임신했을 때 가장 행복했었답니다. 그런데 박덕성이 나영의 임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답니다. 나영의 소망은 아이를 없애는 것이었지만 결국 난산 끝에 낳았습니다. 병원에서도 정상분만이 힘들다며 제왕절개분만을 권했지만 복부에 칼자국을 남긴 채 시집을 갈 수는 없는 일이어서 자연 분만했는데, 엄청난 난산이었습니다. 간호원인 언니 윤정숙은 나영이 원하지 않는 아이가 출산 중에 죽었다고 거짓말하고는 나중에 고아원에 맡겼다가 다시 데려다 키우는 방법으로 인기를 살려냈습니다.
나영은 박덕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남편인 김영민(조민기 분)이 대서양그룹 부회장에 올라 그룹을 물려받기 일보직전에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나영에게 결혼 전 낳은 딸이 있음이 밝혀지는 날 그녀는 대서양그룹의 며느리에서 쫓겨나는 불쌍한 신세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쌓은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질 것입니다. 이게 바로 나영이 인기를 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백인기 역의 서우
▲ 살아남기 위한 나영의 처절한 몸부림
나영은 치킨 집으로 언니 정숙을 찾아가서 왜 인기에게 말했느냐고 화풀이를 합니다. 정숙은 민재(유승호 분)가 인기와 깊은 관계라고 하여 말했다고 대답합니다. 이에 나영은 그러면 그 일을 나한테 먼저 말했으면 민재를 해외에 내 보내든지 무슨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동영상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합니다. 글쓴이가 지적한대로 윤정숙이 인기에게 먼저 엄마의 존재를 알린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나영은 한심한 정숙에게 만일 기자들이 몰려오면 무조건 모른다고 말하라고 입 단속을 합니다. 내 딸은 병원에서 이미 죽었다면서.
상경한 나영은 박덕성을 부릅니다. 나영은 당신의 딸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다며, 이 일로 내가 만약 시집에서 쫓겨나면 당신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죽이려는 남애리(성현아 분)를 설득하여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지 못하게 재갈을 물렸다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오라며 몰래카메라를 주면서 협박합니다.
한편, 김민재의 전화를 받은 인기는 민재의 가슴에 대못을 박습니다. "너 목소리만 들어도 네 엄마 생각이 나서 구역질이 나니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짜증을 냅니다. 민재는 인기를 괴롭히는 나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민재는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눈물도 슬픔도 없는 세상에서 자신과 인기 그리고 엄마와 함께 셋이서 살자고 제안합니다. 인기가 나영의 딸임을 모르는 민재로서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영은 인기를 데리고 버스회사가 있던 장소로 갑니다. 여기서 인기의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려줍니다. 그러나 인기에게는 아버지가 누군지 그게 주요하지 않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어미가 자신을 딸로 인정하지 않는 게 서러울 뿐입니다. 인기는 "사장님 입에서 나를 친딸이라고 당신이 인정하기 전에는 민재와 나는 남남"이라고 나영을 압박합니다. 아무리 나영이 인기에게 "민재는 네 동생"이라고 말해도 어미가 자신을 딸로 인정하지 않으면 인기-민재는 남매지간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인기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꼬이고 꼬인 실타래를 제작진은 어떻게 풀어 나갈지 모르겠습니다.
윤정숙 역의 김희정 박덕성 역의 이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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