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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를 서로 바꾸는 막순(윤유선 분)과 쇠돌(정인기 분)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반영한 MBC 월화드라마 <짝패> 2회 방영이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전통사극에서 등장하는 왕조보다는 양반과 천민간의 갈등, 양반간의 모략과 음모, 매관매직, 그리고 원수지간인 자녀들의 사랑 등을 엮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양반집 아들의 유모가 된 천민여인이 자신의 친자와 양빈집 아들을 바꿔치기 하여 두 아이의 운명을 갈라놓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처음부터 진부한 출생의 비밀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 되고 맙니다.

어느 날 탐관오리의 전형인 김재익(최종환 분) 진사댁에서 사내아이 귀동이 출생합니다. 그렇지만 산모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지요. 김 진사 댁에서는 젖어멈인 유모를 찾던 중 같은 날 천둥이라는 아이를 낳은 막순(윤유선 분)을 찾아내 강제로 김 진사댁으로 데리고 옵니다. 막순은 양반의 지엄한 분부를 거절하지 못한 채 젖을 주고는 바로 귀가하려 했지만 김 진사는 하룻밤을 지내고 가라고 합니다. 그로부터 무려 보름이 지날 때까지 막순은 김진사 댁에서 귀동에게 젖을 주며 생활합니다.

막순과 그의 기둥서방 쇠돌(정인기 분)을 거지촌에 거두어준 거지패의 우두머리 장꼭지(이문식 분)와 그의 첫째부인 큰년(서이숙 분)은 자식인 천동을 버리고 양반댁에서 홀로 호의호식하는 막순의 처사에 혀를 내두릅니다. 그래도 마음씨 착한 큰년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젖동냥을 해서 천동을 키웁니다.

한편, 막순은 자신이 낳은 아이는 젖은 얻어먹는지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데 남의 자식인 귀동은 이렇게 자신의 젖을 먹고 잘 자라고 있음을 알고는 이를 갑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일부러 천둥에는 무관심한 척하여 김 진사 댁 가솔들로부터 신임을 받습니다. 어느 날 밖에서 아기우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쇠돌이가 천둥을 데리고 왔습니다. 쇠돌과 막순은 어느 양반집 노비였는데, 막순이 주인방을 드나들며 임신을 하자 둘이 함께 도망쳐 나온 사이입니다. 따지고 보면 쇠돌에게 천둥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이 낳은 아들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지극한 정성으로 키우는 것을 보면 사랑의 힘은 참으로 위대한 것입니다.

막순은 쇠돌에게 아이를 바꿔치기로 제안하고 이를 실행에 옮깁니다. 내 아기를 내 품에서 키우고 싶다고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서요. 이렇게 하여 양반집 자식인 귀동은 천둥이로, 천한 집 자식인 천둥은 귀동이로 신분이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막순이 젖어멈으로 들어오자마자 귀동이 하도 울고 보채 아이를 살펴보니 뒷목덜미에 붉은 열꽃이 있었지요. 막순은 김 진사에게 아이가 아픈 것 같다며 의원에게 보여야 한다고 건의했어요. 이에 김 진사는 자신의 뒤통수를 보며주며  이는 열꽃이 아니라 붉은 점인데, 자신도 같은 점이 있다면서 자기를 꼭 닮은 아들을 보고 파안대소했습니다. 이래서 씨 도둑질은 못한다면서요. 그런데 글쓴이가 지적하려는 것은 지난 15년 간 아버지 김 진사가 어떻게 아들의 신체부위특징이 사라진 것을 몰랐느냐 하는 것입니다.

                            귀동의 붉은 점                                             귀동의 생부 김 진사의 붉은 점


물론 조선시대 양반가에서는 자녀의 양육은 여성의 몫이었을 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덜미에 난 붉은 반점이 없어진 것을 15년이 지난 때까지 모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점이 은밀한 곳인 엉덩이나 사타구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뒤통수 목덜미라 바로 관찰할 수 있거든요. 귀동(실제론 천둥)은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공부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사냥을 좋아했으며, 문인보다는 무인이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즉 아버지인 김 진사를 전혀 닮지 않은 것이지요.

귀동은 남의 집 닭서리(이는 결국 다른 애들의 모함으로 밝혀짐)를 하고, 글공부가 싫어 서당에 가지 않은 대신 꿩 사냥을 갔던 일, 김 진사의 처남인 고을현감(김명수 분)이 인사차 방문할 때도 집에 없었던 일 등으로 김 진사로부터 종아리에 심한 회초리를 맞습니다. 그러고 보면 김 진사는 귀동에 대한 교육을 아녀자들에게만 맡겨 두지 않고 항상 가까이에서 매우 엄격하게 훈육했다는 말입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을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음을 한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을 키우면서 아들의 신체상의 특징이 사라진 줄도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차라리 김 진사와 그 아들 귀동이 붉은 반점을 가진 판박이라는 점은 부각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나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글쓴이가 이를 문제삼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덕여왕 이후 새로 시작된 재미있는 사극을 보며 그냥 심심풀이로 옥의 티를 찾아보았을 따름입니다. 

실제로 천둥(김 진사의 원래 아들)은 외모와 행동이 김 진사를 빼 닮아 쇠돌은 막순에게 한양으로 함께 도망치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막순은 1년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하네요. 그리고 이미 거지촌에는 천둥의 어미는 김 진사 댁 유모라고 소문이 퍼져 있는 상황입니다. 천둥은 김 진사 댁 담벼락에서 유모 막순을 훔쳐보다가 김 진사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이번에는 위기를 모면했지만 다음에는 친 부자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 궁금합니다.  

                                                 아버지 김 진사와  천둥(실제는 귀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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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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