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달이 역의 서현진


짝패 24회에서 아래적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천둥(천정명 분)이 장꼭지(이문식 분)의 협조로 관의 비호아래 양민을 괴롭히던 왕두렁(이기영 분)을 단총으로 쏘아 죽이는데 성공합니다. 공포교(공형진 분)로부터 총격을 당한 아래적의 두령 강포수(권오중 분)는 천둥에게 "이제 북을 매고 망루에 오를 차례"라며 두령자리를 물려주고는 사망하지만 조직의 사기저하를 우려한 아래패는 지역의 패주들을 집합시켜 놓은 가운데 죽은 강포수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말을 타고 이동하는 쇼(?)를 부려 단패들을 안심시킵니다.

천둥은 청국으로 상단을 꾸려 떠나려하지만 실제로는 아래패의 수괴로 활동하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것입니다. 상단을 위한 짐들은 결국 아래적의 활동자금으로 이용되겠지요. 죽은 강포수를 살아있는 것으로 위장하는 것과 천둥이 중국으로 떠나지 않고 아래적의 괴수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입니다. 나중에 김대감(최종환 분)이 "낳은 아들 천둥"은 아래패의 괴수가 되고, "기른 아들 귀동"은 강포수를 탈출시켰음을 알게 되는 날, 그의 반응이 어떨지 무척 궁금합니다. 이번 회에서 보여준 세 가지의 느낌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귀동, "나도 왕두렁을 쏘고 싶었네!"

왕두렁이 아래적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대낮에 저격을 당해 사망하자 포도청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평양감사가 호판대감 댁으로 보낸 봉물마저 강탈당한 때, 포도청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왕두령의 피살은 이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어 포청에서는 법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것입니다. 귀동(이상윤 분)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린 범인의 인상서(이른바 몽타주)를 보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천둥이 왕두렁을 죽인 후 그의 수제자인 진득(임성규 분)에게 복면을 벗고 얼굴을 보여주며 "옛정을 생각해서 죽이지는 않겠다"고 일갈했는데, 천둥이 왜 이토록 무모한 짓을 하는지 의아스러웠어요. 그런데 귀동이 마지막 목격자인 진득에게 범인의 얼굴을 보았느냐고 물었을 때, 진득은 복면 때문에 보지 못했다며 의리를 지킵니다. 천둥과 진득은 과거 거지움막에서 함께 빌어먹던 왈짜패 친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귀동은 중국으로 떠난다며 작별인사를 하러온 천둥에게 재미있는 그림을 보고 가라며 인상서를 꺼냅니다. 귀동은 그림을 천둥에게 보여주며 웃으면서 뼈있는 말을 합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자네와 닮지 않았는가?"라고. 천둥도 웃으며 대꾸합니다. "글세! 내가 이렇게 못생겼단 말인가!" 그러자 귀동은 말을 계속합니다. "이는 자넬세. 자네와 꼭 닮았네!" 속으로 흠칫한 천둥은 "그럼 내가 왕두렁을 쏘았단 말인가?"라고 반문합니다. 귀동은 "그야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맞장구를 칩니다. 천둥도 정색을 하고는 "고맙네, 실은 나도 왕두렁을 꼭 쏘고 싶었네"라면서 속내를 드러냅니다. 귀동은 "나도 쏘고 싶었네"라고 파안대소하자, 천둥은 "그럼 내가 쏜 것으로 하자"고 응수합니다. 두 짝패는 죽은 왕두렁을 소재로 흉금을 털어놓으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군요.

왕두렁은 부패한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는 선량한 백성들의 등을 처먹는 전형적인 악질입니다. 아래적으로서도 제거의 대상이었지만 평소 포청 상관인 공포교와 종사관 등의 패악질에 진절머리가 난 귀동도 왕두렁을 제거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왕두렁은 포도대장을 방문하러 오면서 고관대작처럼 가마를 타고 포청 마당까지 들어옵니다. 귀동은 억지로 왕두렁을 가마에서 내리게 해 걸어가게 한 일이 있습니다. 또 왕두렁은 부친인 김 대감이 왕두렁의 방문을 받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혀를 내두릅니다.

왕두렁이 총을 맞고 쓰러지자 분노한 백성들을 그에게 발길질을 해대며 그를 조롱거리로 만듭니다. 흥분한 백성들은 포졸들에게도 달려들어 집단행동을 하려들어 겨우 귀동이 공포탄을 쏘고 나서야 진정시킵니다. 이렇듯 귀동은 왕두렁을 눈엣가시로 생각했기에 그가 죽자 천둥에게 "나도 쏘고 싶었다"고 한 말은 진심일 것입니다.



▲ 덴년이가 증언하는 하층민 삶의 질곡

덴년(혼소희 분)은 그 이름처럼 정말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난 여인입니다. 어렸을 적 뜨거운 물에 엉덩이가 데여 꽃무늬 떡살 같은 데인 자국이 있어 이름도 덴년이가 되었답니다. 남정네들은 그녀의 데인 자국을 보려고 수작을 부리기도 한 모양이지요. 그녀는 막순(윤유선 분)이가 쇠돌(정인기 분)에게 시집보내려고 사온 천민입니다. 그런데 막순에게 미련이 남은 쇠돌은 절대로 장가를 가지 않겠다고 버팁니다. 쇠돌과 덴년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맙니다. 그렇지만 덴년은 주인인 막순의 말에 따라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덴년은 쇠돌이 자기를 아내로 맞아주기를 기다리며 거처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쇠돌을 짝사랑하는 큰년(서이숙 분)이입니다. 그녀는 덴년이 자꾸만 쇠돌의 주위를 맴도 는 게 싫습니다. 생각다 못한 큰년은 황노인(임현식 분)을 부추겨 덴년을 소실로 맞아하도록 수작을 부렸는데 외손녀인 달이(서현진 분)가 펄펄뛰며 반대하는 바람에 이 마저도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 이제 막순으로서는 덴년이를 다른 곳으로 팔아버려야 할 처지입니다. 떠나기 전날 밤 덴년은 잠이 오지 않습니다. 부엌으로 나가 놋그릇을 꺼내 놓고 닦고 있습니다.

조선달(정찬 분)이 다시 나타나 막순에게 천둥은 네 아들이 아니라면서 1만냥을 주면 이 일을 덮어 주겠노라고 협박하던 말을 떠올리고는 두려움에 치를 떱니다. 밤중에 악몽에서 깨어난 막순이 달가닥 소리가나는 부엌으로 가보니 덴년이 놋그릇을 닦고 있네요. 왜 우느냐고 묻은 막순에게 덴년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해요. "내일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겁이 나냐"는 막순의 물음에 "날이 안 밝았으면 좋겠다"면서 죄송하다고 합니다.

막순도 옛날 생각이 떠오르겠지요. 지금은 이 참봉의 유산을 물려받아 가마를 타고 다닐 정도로 호사를 누리지만 그 당시는 현재 덴년이와 같은 처지였을 것입니다. 막순은 "뭐가 죄송하냐? 나 같으면 도망쳤을 텐데"라고 혼잣말처럼 내뱉습니다. 덴년은 "아니에요! 제가 왜 도망을 가요? 마님이 잘 해 주셨잖아요! 머리채 한번 안 잡고, 욕도 안하고, 한 대도 안 때리셨어요. 날도 찬대 들어가세요." 막순은 "아니다. 나도 잠이 안 오는데 그릇이나 닦을 거"라며 놋그릇을 집어서는 닦기 시작합니다. 두 여인의 그릇 닦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게 보입니다. 덴년의 대답을 통해 조선후기 종살이하는 하층민들은 노예처럼 팔려 다녔고, 그들의 삶도 참으로 질곡의 세월을 보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천둥에 대한 달이의 애절한 사랑고백

달이를 잘 아는 귀동과 천둥은 달이가 아래패로부터 빠져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오히려 달이는 가죽신을 만들며 현실에 안주하면서 덴년을 소실로 들이려는 외할아버지 황노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약초꾼 봉삼(이신성 분)으로부터 천둥이 왕두렁을 죽였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달이는 천둥을 만나 속내를 드러냅니다.

천둥은 달이에게 난 네가 더 걱정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저항감으로 무장한 달이의 생각은 다릅니다. "천둥아, 나 이제 할아버지가 싫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릇된 세상을 바꾸려면 어리석은 백성들이 눈을 떠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세상이 골백번 바뀌어도 어리석은 할아버지의 눈은 떠질 것 같지 않다"라고 하소연합니다. 천둥은 할아버지는 일자무식꾼이므로 이해하라고 타이릅니다.

달이는 "천둥아, 난 아래패 짓을 하다가 내가 죽어도 너만 살아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네가 살아서 네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으면 그건 죽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마저 아래패가 되어 네가 먼저 죽으면 난 어쩌란 말이냐!"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달이를 빤히 바라보던 천둥은 "네 기억 속에 내가 살아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위로하지만, 달이는 "싫다. 내가 먼저 죽고 네가 살아야 한다. 천둥아!"라고 부릅니다.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토록 절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이의 애절한 사랑고백에 천둥은 그녀를 처음으로 끌어안습니다. 앞으로 이 두 청춘남녀의 운명이 어찌 엇갈릴지 모르겠습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