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동 역의 이상윤
▲ 덴년을 면천시켜 준 막순의 선행
쇠돌(정인기 분)에게 시집보내려고 거금 3천냥을 주고 데리고 온 덴년(홍소희 분)을 쇠돌이 한사코 마다하자 막순(윤유선 분)은 덴년을 팔아버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덴년이 떠나기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부엌에서 놋그릇을 닦으며 울고 있었지요. 악몽을 꾼 후 찾아온 막순에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며, "날이 안 밝았으면 좋겠다"면서 죄송하다고 합니다.
막순은 "뭐가 죄송하냐? 나 같으면 도망쳤을 텐데"라고 혼잣말처럼 내뱉습니다. 덴년은 "아니에요! 제가 왜 도망을 가요? 마님이 잘 해 주셨잖아요! 머리채 한번 안 잡고, 욕도 안하고, 한 대도 안 때리셨어요. 날도 찬대 들어가세요." 이에 막순은 "아니다. 나도 잠이 안 오는데 그릇이나 닦을 거"라며 놋그릇을 집어서는 닦기 시작합니다. 두 여인의 그릇 닦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게 보입니다.
막순은 다시 방에 들어와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종살이하던 지난 세월, 쇠돌과 함께 이참봉 댁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귀동을 낳은 후 천둥과 바꾼 일, 가마를 타고 사찰에 들렀을 때 스님께서 왜 업(業)을 지려고 하느냐는 질책이 떠오릅니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막순은 장롱에서 덴년의 노비문서를 꺼내 부엌으로 가서 덴년이 보는 앞에서 이를 찢어 불태웁니다. 깜짝 놀라는 덴년에게 막순은 이제부터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막순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선행입니다. 자유의 몸이 된 덴년은 황노인(임현식 분)을 찾아가서 갖바치 일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이제 달이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 막순을 어머니라고 부른 귀동의 마음
건달이면서 노름꾼인 조선달(정찬 분)은 귀동(이상윤 분)의 외삼촌인 전(前) 현감사또(이명수 분)를 꼬드겨 함께 막순을 찾아갑니다. 이들은 막순에게 "받을게 있어 왔다"고 합니다. 일전에 조선달이 막순을 찾아가서 "천둥은 네 아들이 아니다"라면서 이일을 덮는 대가로 1만냥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이들이 떠나자 쇠돌은 막순에게 아들 귀동을 찾아가라고 조언합니다. 글쓴이도 이 문제를 해결할 인물은 귀동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측이 적중했네요. 막순은 돈도 모두 필요 없다며,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히 살아보고 싶다고 토로합니다. 사실 막순으로서는 김 대감이 아들을 바꿔치기 한 사실을 안 이후부터 가시방석이었는데 조선달에 이어 전임 사또까지 나서 이일을 다시 거론하니 죽을 지경인 게지요.
막순은 포청으로 귀동을 찾아갑니다. 막순은 "조선달이 도련님이 내 친자인줄 알고 돈을 내 놓으라며 겁박하고 있는데, 마님의 동생까지 가세했다해 내일까지 1만냥을 내 놓으라고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귀동은 절대로 돈을 주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어머니 먼저 가세요!"라고 말합니다. 어머니라는 말에 막순은 얼어붙습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가요. 막순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른 채 발걸음을 옮깁니다.
▲ 서방인 사또를 혼낸 삼월의 용기
귀동은 외삼촌인 사또를 찾아가서 왜 조선달 옆에 빌붙어 있느냐고 질책합니다. 둘이 언성을 높여 싸우는 소리를 삼월(이지수 분)이 엿듣습니다. 이런 비밀을 삼월이가 알게되어 걱정했는데, 역시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은 진리입니다. 귀동이 떠나자 삼월은 사또에게 왜 불쌍한 막순을 괴롭히느냐고 앙탈을 부린 것입니다. 삼월은 만약 자신이 막순의 처지였다면 역시 같은 짓을 했을 거라고 합니다. 자기가 낳은 아들은 젖을 못 먹고 굶어죽어 가는데, 대감아들은 호의호식한다면 누구나 눈이 뒤집힌다는 이유입니다.
삼월은 김 대감(최종환 분)의 몸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현감사또가 귀양을 갔다가 다시 와서 거지생활을 하자 수발이나 들라며 보내준 하녀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뱃속에 사또의 아이가 자라고 있으니 서로 부부(?)가 된 사이입니다. 삼월로서는 막순이 김대감 집에서 귀동의 유모노릇을 하며 삼월을 잘 대해주었을 것입니다. 삼월은 그 은혜를 지금 갚는 것이겠지요.
▲ 생명이 위험한 악의 축 공포교
큰년(서이숙 분)이 길을 가다가 왕두렁패의 건달을 보고는 저놈을 잡으라고 소리칩니다. 모여든 백성들은 집단으로 건달을 구타합니다. 성난 군중들은 이 때 나타난 포졸들에게도 돌을 던지고 막사에 불을 지릅니다. 포도대장과 종사관은 난동을 부린 백성들을 모두 잡아들이라고 지시합니다. 공포교(공형진 분)는 이들에게 발포까지 하며 모조리 잡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졌습니다.
아래적의 지도자가 된 천둥(천정명 분)은 죽은 강 포수의 뜻에 따라 머리 고창지방으로 출행을 갈 계획입니다. 상대적으로 경비가 느슨한 고창감영을 택한 것입니다. 천둥은 암행어사로 위장하고 거사를 벌일 작정인데, 도적패가 암행어사로 행세한다니 정말 간도 큽니다.
그런데 홍포수는 죽은 강포수(권오중 분)의 원수를 갚겠다고 나섭니다. 강 포수가 지나는 길목을 지키고 숨어 총을 겨누고 있는데, 왕두렁패를 이끄는 진득(임성규 뷴)이가 말 1필을 몰고 와서는 공포교에게 남겨줍니다. 이런 일로 공포교 살해계획은 다음으로 미루어집니다.
공포교는 진득을 찾아서 왕두렁이 죽기 전 명마 1필을 주기로 했다며 이를 내놓으라고 하자 진득이 거부하면서 싸움이 붙었습니다. 두들겨 맞은 공포교는 포청으로 돌아와 별동대를 보내지만 이들도 왕두렁패에 패하고 맙니다. 그래도 진득은 공포교의 보복이 두려웠는지 명마1필을 전해주는군요. 이 일로 일단 공포교는 화를 면했지만 홍포수가 가만 두지 않을 것입니다.
▲ 동녀에게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은 귀동
김대감은 귀동을 불러 마음에 담아두었던 속내를 드러냅니다. "천둥이는 내 핏줄이고 너는 내 핏줄이 아니다. 허나 두 사람의 아들 중 어떤 아들을 택하겠느냐 물으면 주저 없이 널 택할 것이다. 그래도 두 사람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조상님께 부끄러워 그 사실을 안 이후 사당(祠堂)에 가질 못했다. 내가 그나마 조상님께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일은 천둥이를 통해서 우리가문의 핏줄을 잇는 것이다. 네가 날 이해해줄 수 있겠느냐? 그러니 네가 동녀(한지혜 분)를 양보하라." 사실 귀동으로서는 김대감이 자기를 내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感之德之)할 따름이지요. 귀동은 당연히 그리하겠다고 대답합니다.
마음이 착잡해진 귀동은 동녀를 찾아가서 술 한잔 달라고 요구합니다. 동녀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마님(권씨 부인)은 너와 나의 혼살 서두르자고 하는데, 김대감의 의중을 알 수가 없구나." 이에 귀동은 잘라 말합니다. "우리는 혼인할 수 없다. 김대감은 내 아버지가 아니다." 이 말을 들은 동녀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그렇지만 김대감의 희망대로 동녀를 친자인 천둥의 아내로 맞이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합니다. 천둥은 이미 아래패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달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천둥은 동녀의 반상유별론에 진저리를 치고 있기에 둘의 러브라인은 벌써 깨졌다고 보여집니다. .
오늘밤 제26회에서는 동녀의 반응과 천둥의 거사계획의 성공여부가 드러나겠지요. 드라마 <짝패>는 대결구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일부의 비판이 있지만 이게 막판을 향해 긴장감을 점점 높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문제는 귀동이 김대감의 아들이 아님을 여러 사람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김대감, 조선달, 전 현감사또, 삼월이, 동녀까지 알고 있거든요. 비밀도 아는 사람이 많으면 지켜지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이 시한폭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조마조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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